中, ‘동북공정’ 82년부터 준비했다

입력 2006.12.30 (21: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올 한해 한중간에 첨예했던 갈등은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였죠.

이 동북공정은 90년대 중반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만 KBS 취재결과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윤 진 기자가 중국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허베이성 노룡현.

중국의 일부 고문서와 지리 사전은 이곳을 옛 고죽국이 있던 자리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고죽국은 기자조선을 세운 기자가 통치하던 지역.

이 때문에 학계 일각에선 고조선의 영토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 허베이성 일대까지 이르렀다는 학설이 제기됐습니다.

중국은 이런 학설이 제기되자 자신들의 역사서에조차 중국 동북지역에까지 뻗어 있는 것으로 기록된 한국의 뿌리를 잘라내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즉 중국은 동북 지역 고대사를 아예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국내에는 이 동북공정이 1996년부터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진행돼 오다, 2002년부터 중앙 정부 차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14년이 앞선 1982년, 동북공정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중국 지린성 사회과학원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동북사지 2004년 4월호입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이 '이론체계를 세우고, 연구수준을 높이자'라는 제목으로 특별기고를 했습니다.

여기 소개된 한 편지글이 눈에 띕니다.

"반동적인 이론들을 통열하게 비판하고 정면으로 논증하라".

편지는 1982년, 당시 중공 중앙정치국위원이자 중국사회과학원 원장인 호교목이 역사학자 '리도'에게 보낸 것입니다.

'반동적인 이론'으로 지목된 7개 이론 가운데 2개가 한국과 관련된 것입니다.

"고구려는 동북을 점유했고, 백제가 중국 강남을 400여년 통치했다."

"당나라 때 발해국은 고구려 사람이 건립한 국가, 고조선의 영토는 중국 산서 지역 상간하까지라고 한다."

이 편지는 고구려, 백제, 발해, 고조선 등 한국 고대 국가를 다룬 역사가 모두 잘못됐으니, 이를 반박하는 이론을 만들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리도는 이 편지를 받고, 자신이 주필을 맡고 있던 잡지 역사연구를 통해, 지시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인터뷰> 강찬석 (문화유산연대회의 집행위원장) :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동북공정이 정확하 게 언제, 어떤 의미로 시작했는지를 잘 모르고 있었는데, 중국이 동북공정을 어떤 방식으로 왜 시작했는지 말해주는 문건이다."

중국 정부는 동북공정과 관련해 한국이 항의나 유감을 표시할 때마다, 정치와 학문은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공산당 고위간부가 쓴 이 편지는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중국 학계와 정치권이 긴밀히 연계해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中, ‘동북공정’ 82년부터 준비했다
    • 입력 2006-12-30 21:04:28
    뉴스 9
<앵커 멘트> 올 한해 한중간에 첨예했던 갈등은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였죠. 이 동북공정은 90년대 중반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만 KBS 취재결과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윤 진 기자가 중국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허베이성 노룡현. 중국의 일부 고문서와 지리 사전은 이곳을 옛 고죽국이 있던 자리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고죽국은 기자조선을 세운 기자가 통치하던 지역. 이 때문에 학계 일각에선 고조선의 영토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 허베이성 일대까지 이르렀다는 학설이 제기됐습니다. 중국은 이런 학설이 제기되자 자신들의 역사서에조차 중국 동북지역에까지 뻗어 있는 것으로 기록된 한국의 뿌리를 잘라내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즉 중국은 동북 지역 고대사를 아예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국내에는 이 동북공정이 1996년부터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진행돼 오다, 2002년부터 중앙 정부 차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14년이 앞선 1982년, 동북공정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중국 지린성 사회과학원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동북사지 2004년 4월호입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이 '이론체계를 세우고, 연구수준을 높이자'라는 제목으로 특별기고를 했습니다. 여기 소개된 한 편지글이 눈에 띕니다. "반동적인 이론들을 통열하게 비판하고 정면으로 논증하라". 편지는 1982년, 당시 중공 중앙정치국위원이자 중국사회과학원 원장인 호교목이 역사학자 '리도'에게 보낸 것입니다. '반동적인 이론'으로 지목된 7개 이론 가운데 2개가 한국과 관련된 것입니다. "고구려는 동북을 점유했고, 백제가 중국 강남을 400여년 통치했다." "당나라 때 발해국은 고구려 사람이 건립한 국가, 고조선의 영토는 중국 산서 지역 상간하까지라고 한다." 이 편지는 고구려, 백제, 발해, 고조선 등 한국 고대 국가를 다룬 역사가 모두 잘못됐으니, 이를 반박하는 이론을 만들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리도는 이 편지를 받고, 자신이 주필을 맡고 있던 잡지 역사연구를 통해, 지시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인터뷰> 강찬석 (문화유산연대회의 집행위원장) :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동북공정이 정확하 게 언제, 어떤 의미로 시작했는지를 잘 모르고 있었는데, 중국이 동북공정을 어떤 방식으로 왜 시작했는지 말해주는 문건이다." 중국 정부는 동북공정과 관련해 한국이 항의나 유감을 표시할 때마다, 정치와 학문은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공산당 고위간부가 쓴 이 편지는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중국 학계와 정치권이 긴밀히 연계해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