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보고 [세계인] 문명의 그늘 마오리족의 오늘

입력 2008.01.13 (09:22)

<앵커 멘트>

뉴질랜드 럭비팀이 경기 전에 추는 독특한 춤을 기억하실 겁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족의 강인함과 용맹성을 상징하는 전통 춤인데요.

하지만 그런 마오리 족의 후예들은 급속한 문명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낮은 교육 수준과 가난 때문에 술과 마약에 찌든 하층민으로 전락했다가 최근에서야 정체성과 권리를 되찾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인, 오늘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을 만나봅니다.

곽희섭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 족이 전쟁에 나서기 전에 추는 하카. 용맹한 전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일치 단결력을 과시해 적에게 겁을 준다는 춤입니다. 1860년대, 영국과의 전쟁에서 영국군의 기를 빼놓았던 이 하카를 통해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은 마오리 전사들의 강인한 정신과 숨결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을 입구부터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와카레와레와 마을, 마오리 선조들이 온천을 이용해 살았던 모습을 간직한 민속 마을입니다.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대부분의 민속 마을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 것과는 달리 이 마을 사람들은 350여 년 전 조상들이 살던 전통의 부족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전체에 이런 부족 형태의 마을이 70여 곳 정도 된다고 합니다. 지금도 온천수를 이용해 옥수수를 삶아 먹고 고기를 익혀 먹습니다.

<인터뷰> 파오라 리델(마을 가이드) : "음식과 목욕, 세탁을 할 때 온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150년 전 우리 조상들이 하던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하카 등 전통 춤과 노래 공연은 물론 전통 무기와 각종 조각품들을 옛 모습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티라 히야 모키나(마을 주민) :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민속춤을 배웠습니다. 우리의 전통을 지키고, 보여 줄 수 있어 기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조차 마오리의 전통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진짜 생활이 아닙니다. 뉴질랜드에서 이웃나라 호주의 원주민인 에보리진처럼 원시의 전통 생활 방식대로 살고 있는 마오리는 거의 없습니다. 현재 8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 마오리들에게 전통 문화는 남의 얘기가 됐고 자신들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습니다.

오클랜드 외곽에 살고 있는 마오리 족 위투트 씨, 거리에서 인종 차별을 피하려고 도망가다 다쳐 6개월 째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낮인데도 취해 있는 위투트씨는 12살 때 집을 나와 갱단에 들어갔고 3번이나 감옥에 갔다 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리오 위투트(35세) : "어릴 때 나쁜 친구들을 만났고 갱단 생활을 하는 게 당시에는 가장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법이라는 것은 무시하고 살았죠."

보험금에다 간호사 일을 하는 부인 덕에 형편은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한 마오리 족이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을 찾고 뿌리를 찾는 일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마오리 어를 배우고는 있지만 거의 쓰지 않습니다.

<인터뷰> "여기 사는 사람들은 마오리로서 별로 유대감이 없습니다. 그냥 얘기만 하는 사이죠. 마오리 족들은 대부분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위투트씨처럼 마오리 족들은 낮은 교육 수준 때문에 제대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실감 속에 일부 마오리들은 술과 마약에 취해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키파 랑이헤우에아(오클랜드박물관 마오리 전문가) : "내가 누구인가'를 모르게 되면 인생의 방향을 잡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많은 마오리 족들이 생활에 실망하게 되면서 마약이나 알콜 중독자가 되기도 하고 폭력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마오리 족은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15% 정도이지만 감옥에 수감돼 있는 죄수 가운데 절반 가량이 마오리 족이고 청소년 범죄의 절반 가까이도 마오리 족이 저지른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마오리 청년 10여 명이 뉴질랜드 총리와 백인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계획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충격적인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이들은 백인들에게 뉴질랜드를 떠날 것을 요구하며 테러를 벌이기 위해 특수 훈련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하워드 브로드(뉴질랜드 경찰청장) : "그들은 총기류와 각종 무기를 갖고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마오리 족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마오리 족의 권익을 향상해 달라는 시위나 청원 등이 부쩍 늘고 있고, 백인들에게 빼앗긴 토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모레이 맥도날드(오클랜드대 교수) : "마오리족들이 정부에 대해 책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오리 족의 문제는 문화적인 것이 아니라 19세기 식민화에서부터 시작된 빈곤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마오리 고유 가치와 전통을 전수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학교를 세우고 취학 전 어린이들부터 대학까지 마오리 언어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서 언어를 통해 마오리의 가치와 문화를 습득하도록 해야 합니다."

150여 년 전 백인들에게 주권을 뺏긴 뒤 자신들의 삶을 잃어버린 마오리 족, 급격한 문명화 바람 속에서 자신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황하고 있는 마오리 족들이 지금도 적지 않습니다. 용맹하고 강인했던 마오리 족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마오리 족은 물론 그들의 땅을 차지한 백인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스웨덴의 이민자 정책이나 뉴질랜드 마오리 족의 권리 되찾기 노력은 인종과 문화 간 공존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지구촌 시대의 단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백만 명 시대를 맞았습니다만 이들에게 한국은 과연 몇 점짜리 나라일까요?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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