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을 싸먹을 때 빠지지 않는 청양고추 종자는 우리나라 회사 소유가 아니다. 미국 회사 몬산토 소유다.
삼복꿀수박, 불암배추, 관동무는?
이런 우리나라 대표 채소도 불과 3년전까지는 몬산토가 종자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한 때 ‘종자 식민지’시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토종 종자에 대한 소유권이 대거 외국 회사에 넘어간 적이 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자업계 1~4위 업체가 모두 글로벌 다국적 회사에 팔려나가면서 농민들이 외국기업에 지급하는 로열티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국내 토종 업체들이 성장하고, 일부 종자 특허를 다시 사들이면서 로열티 증가는 다소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종자주권’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우바이오와 함께 국내 종자업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동부팜한농의 매각 소식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부그룹이 구주조조정 차원에서 동부팜한농이 매물로 나왔는데, 외국업체로의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달 31일 동부팜한농을 계열분리한 뒤,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부팜한종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지분 50.1%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동부CNI와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큰 아들 남호씨 등 동부 측이 갖고 있다. 동부측은 지분과 모두 채권단에게 넘기고, 채권단은 지분과 경영권을 다른 회사에 파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 외환위기 때 빼앗긴 종자주권
동부팜한농의 매각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 회사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종자 회사들은 대거 외국업체에 팔려나갔다.
국내 종자분야 1위인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는 다국적 기업 세미니스에 인수됐다고, 이 회사는 다시 몬산토가 사들였다. 또 서울종묘는 노바티스에, 청원 종묘는 일본 사카다에 인수됐다. 국내 4대 종자 기업들이 모두 외국회사에 넘어간 것이다.
이로 인해 무, 배추, 고추 등 토종 채소 종자의 50%가 외국회사에 넘어갔다. 양파, 당근, 토마토의 종자는 80% 이상이 넘어갔다.
이런 ‘종자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데 앞장섰던 회사가 바로 동부팜한농이다.
지난 2012년 동부팜한농은 몬산토 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던 310개 품종자산 중 240개의 소유권을 들여왔고, 70개는 판권과 특허권만 가져왔다. 파프리카 종자와 토마토, 시금치 등은 여전히 몬산토 본사를 통해 들여와야 하지만, 배추나 무, 수박, 오이 같이 일상에서 먹는 많은 채소들의 종자주권은 찾았다.
특히 과거 흥농종묘가 가지고 있던 삼복 꿀수박, 불암배추, 관동무 등 우리나라 대표 품종들이 몬산토에 팔렸다가 다시 우리 회사 손으로 들어왔다.
◆ 국내 종묘시장에 관심많은 일본 업체
이런 상황에서 매물로 나온 동부팜한농을 일본 금융그룹인 오릭스가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 오릭스는 조만간 동부와 채권단 측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그룹인 오릭스는 일본 대기업인 후지쯔와 농업 생산법인을 위한 야채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와타시와 협력해 '스마트 어그리컬처' 비즈니스도 진행 중이며, 최근 본사 내부에 농업 담당 부서도 따로 설립했다.
일본 종묘업체들은 국내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청원종묘를 인수한 사카타코리아가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다끼이도 2001년 신규법인 형태로 국내 종자산업에 진출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업체가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경우 일본 업체들의 국내 종묘시장 잠식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종자연구원 품종보호과 이승인 연구관은 “일본 종묘회사들은 우리나라 종묘회사들과 품종이 겹치고 교차 재배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크다”며 “국내 종자회사들이 대부분이 영세한 상황에서 (이번 매각추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종 종자회사에 대한 외국 회사들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에는 국내 1위 업체인 농우바이오가 외국 회사에 넘어갈 뻔 했다. 창업주인 고희성 회장이 사망하자 유족들이 12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다며 회사를 매물로 내놨던 것. 외국 업체들이 인수 각축전을 벌였지만 결국 우리나라 농협경제지주가 인수했다.
물론 동부팜한농이 일본 회사에 넘어가더라도, 지나치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업계1위 농우바이오 등 종자회사들은 영역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종자협회 신현호 이사는 “아시아종묘, 코레곤, 삼성 등 토종 종묘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일본 업체가 범위를 넓힌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단 토종회사들이 너무 영세해 좀 대형화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 영세한 국내 종자산업
실제로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은 아직 열악하다. 현재 종자산업에 등록된 1368개 업체 가운데 대다수가 10인 이하 고용의 소규모업체로 영세하다. ‘국내 육종업체의 기술 및 규모 효율성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75%가 적정 규모인 규모수익체증,상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종자 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외국에서는 종묘 산업이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차원은 물론이고, 천연물 의약품, 고부가가치 산업소재, 대체 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의 기본 소재로도 부각될 만큼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한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70%가 외국산 종재로 재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자 무역수지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종자무역수지 적자액은 2011년(5474만 달러) →2012년(7934만 달러) →2013년(9017만 달러)로 매년 늘고 있다.
종자 유출입은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꿔놓기도 한다.
고려 대 원나라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몰래 들여와 우리나라의 의생활을 크게 바꾸 놓은 일은 유명하다.
그 반대의 추억도 있다.
세계적인 정원수로 이름을 얻고 있는 라일락은 우리나라 자생종인 털개회나무를 개량한 것이다. 1947년 미국 군사 고문관이던 미더(E.M Meader)가 우리나라에서 채집해간 싸앗 12개를 뉴햄프셔주립대 식물원에서 7개를 발아시켜 오늘날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라일락으로 발전시켰다.
김웅진 협성대교수는 “외국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종을 찾기위해 세계 곳곳을 뒤질 정도로 종자는 식량 주권은 물론 미래 황금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런 산업을 키워나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복꿀수박, 불암배추, 관동무는?
이런 우리나라 대표 채소도 불과 3년전까지는 몬산토가 종자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한 때 ‘종자 식민지’시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토종 종자에 대한 소유권이 대거 외국 회사에 넘어간 적이 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자업계 1~4위 업체가 모두 글로벌 다국적 회사에 팔려나가면서 농민들이 외국기업에 지급하는 로열티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국내 토종 업체들이 성장하고, 일부 종자 특허를 다시 사들이면서 로열티 증가는 다소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종자주권’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우바이오와 함께 국내 종자업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동부팜한농의 매각 소식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부그룹이 구주조조정 차원에서 동부팜한농이 매물로 나왔는데, 외국업체로의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달 31일 동부팜한농을 계열분리한 뒤,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부팜한종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지분 50.1%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동부CNI와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큰 아들 남호씨 등 동부 측이 갖고 있다. 동부측은 지분과 모두 채권단에게 넘기고, 채권단은 지분과 경영권을 다른 회사에 파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 외환위기 때 빼앗긴 종자주권
동부팜한농의 매각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 회사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종자 회사들은 대거 외국업체에 팔려나갔다.
국내 종자분야 1위인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는 다국적 기업 세미니스에 인수됐다고, 이 회사는 다시 몬산토가 사들였다. 또 서울종묘는 노바티스에, 청원 종묘는 일본 사카다에 인수됐다. 국내 4대 종자 기업들이 모두 외국회사에 넘어간 것이다.
이로 인해 무, 배추, 고추 등 토종 채소 종자의 50%가 외국회사에 넘어갔다. 양파, 당근, 토마토의 종자는 80% 이상이 넘어갔다.
이런 ‘종자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데 앞장섰던 회사가 바로 동부팜한농이다.
지난 2012년 동부팜한농은 몬산토 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던 310개 품종자산 중 240개의 소유권을 들여왔고, 70개는 판권과 특허권만 가져왔다. 파프리카 종자와 토마토, 시금치 등은 여전히 몬산토 본사를 통해 들여와야 하지만, 배추나 무, 수박, 오이 같이 일상에서 먹는 많은 채소들의 종자주권은 찾았다.
특히 과거 흥농종묘가 가지고 있던 삼복 꿀수박, 불암배추, 관동무 등 우리나라 대표 품종들이 몬산토에 팔렸다가 다시 우리 회사 손으로 들어왔다.
◆ 국내 종묘시장에 관심많은 일본 업체
이런 상황에서 매물로 나온 동부팜한농을 일본 금융그룹인 오릭스가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 오릭스는 조만간 동부와 채권단 측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그룹인 오릭스는 일본 대기업인 후지쯔와 농업 생산법인을 위한 야채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와타시와 협력해 '스마트 어그리컬처' 비즈니스도 진행 중이며, 최근 본사 내부에 농업 담당 부서도 따로 설립했다.
일본 종묘업체들은 국내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청원종묘를 인수한 사카타코리아가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다끼이도 2001년 신규법인 형태로 국내 종자산업에 진출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업체가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경우 일본 업체들의 국내 종묘시장 잠식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종자연구원 품종보호과 이승인 연구관은 “일본 종묘회사들은 우리나라 종묘회사들과 품종이 겹치고 교차 재배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크다”며 “국내 종자회사들이 대부분이 영세한 상황에서 (이번 매각추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종 종자회사에 대한 외국 회사들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에는 국내 1위 업체인 농우바이오가 외국 회사에 넘어갈 뻔 했다. 창업주인 고희성 회장이 사망하자 유족들이 12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다며 회사를 매물로 내놨던 것. 외국 업체들이 인수 각축전을 벌였지만 결국 우리나라 농협경제지주가 인수했다.
물론 동부팜한농이 일본 회사에 넘어가더라도, 지나치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업계1위 농우바이오 등 종자회사들은 영역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종자협회 신현호 이사는 “아시아종묘, 코레곤, 삼성 등 토종 종묘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일본 업체가 범위를 넓힌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단 토종회사들이 너무 영세해 좀 대형화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 영세한 국내 종자산업
실제로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은 아직 열악하다. 현재 종자산업에 등록된 1368개 업체 가운데 대다수가 10인 이하 고용의 소규모업체로 영세하다. ‘국내 육종업체의 기술 및 규모 효율성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75%가 적정 규모인 규모수익체증,상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종자 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외국에서는 종묘 산업이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차원은 물론이고, 천연물 의약품, 고부가가치 산업소재, 대체 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의 기본 소재로도 부각될 만큼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한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70%가 외국산 종재로 재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자 무역수지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종자무역수지 적자액은 2011년(5474만 달러) →2012년(7934만 달러) →2013년(9017만 달러)로 매년 늘고 있다.
종자 유출입은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꿔놓기도 한다.
고려 대 원나라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몰래 들여와 우리나라의 의생활을 크게 바꾸 놓은 일은 유명하다.
그 반대의 추억도 있다.
세계적인 정원수로 이름을 얻고 있는 라일락은 우리나라 자생종인 털개회나무를 개량한 것이다. 1947년 미국 군사 고문관이던 미더(E.M Meader)가 우리나라에서 채집해간 싸앗 12개를 뉴햄프셔주립대 식물원에서 7개를 발아시켜 오늘날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라일락으로 발전시켰다.
김웅진 협성대교수는 “외국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종을 찾기위해 세계 곳곳을 뒤질 정도로 종자는 식량 주권은 물론 미래 황금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런 산업을 키워나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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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무·수박 토종 종자, 일본 회사로 넘어갈 판
-
- 입력 2015-04-04 09:09:34
쌈을 싸먹을 때 빠지지 않는 청양고추 종자는 우리나라 회사 소유가 아니다. 미국 회사 몬산토 소유다.
삼복꿀수박, 불암배추, 관동무는?
이런 우리나라 대표 채소도 불과 3년전까지는 몬산토가 종자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한 때 ‘종자 식민지’시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토종 종자에 대한 소유권이 대거 외국 회사에 넘어간 적이 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자업계 1~4위 업체가 모두 글로벌 다국적 회사에 팔려나가면서 농민들이 외국기업에 지급하는 로열티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국내 토종 업체들이 성장하고, 일부 종자 특허를 다시 사들이면서 로열티 증가는 다소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종자주권’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우바이오와 함께 국내 종자업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동부팜한농의 매각 소식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부그룹이 구주조조정 차원에서 동부팜한농이 매물로 나왔는데, 외국업체로의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달 31일 동부팜한농을 계열분리한 뒤,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부팜한종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지분 50.1%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동부CNI와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큰 아들 남호씨 등 동부 측이 갖고 있다. 동부측은 지분과 모두 채권단에게 넘기고, 채권단은 지분과 경영권을 다른 회사에 파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 외환위기 때 빼앗긴 종자주권
동부팜한농의 매각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 회사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종자 회사들은 대거 외국업체에 팔려나갔다.
국내 종자분야 1위인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는 다국적 기업 세미니스에 인수됐다고, 이 회사는 다시 몬산토가 사들였다. 또 서울종묘는 노바티스에, 청원 종묘는 일본 사카다에 인수됐다. 국내 4대 종자 기업들이 모두 외국회사에 넘어간 것이다.
이로 인해 무, 배추, 고추 등 토종 채소 종자의 50%가 외국회사에 넘어갔다. 양파, 당근, 토마토의 종자는 80% 이상이 넘어갔다.
이런 ‘종자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데 앞장섰던 회사가 바로 동부팜한농이다.
지난 2012년 동부팜한농은 몬산토 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던 310개 품종자산 중 240개의 소유권을 들여왔고, 70개는 판권과 특허권만 가져왔다. 파프리카 종자와 토마토, 시금치 등은 여전히 몬산토 본사를 통해 들여와야 하지만, 배추나 무, 수박, 오이 같이 일상에서 먹는 많은 채소들의 종자주권은 찾았다.
특히 과거 흥농종묘가 가지고 있던 삼복 꿀수박, 불암배추, 관동무 등 우리나라 대표 품종들이 몬산토에 팔렸다가 다시 우리 회사 손으로 들어왔다.
◆ 국내 종묘시장에 관심많은 일본 업체
이런 상황에서 매물로 나온 동부팜한농을 일본 금융그룹인 오릭스가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 오릭스는 조만간 동부와 채권단 측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그룹인 오릭스는 일본 대기업인 후지쯔와 농업 생산법인을 위한 야채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와타시와 협력해 '스마트 어그리컬처' 비즈니스도 진행 중이며, 최근 본사 내부에 농업 담당 부서도 따로 설립했다.
일본 종묘업체들은 국내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청원종묘를 인수한 사카타코리아가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다끼이도 2001년 신규법인 형태로 국내 종자산업에 진출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업체가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경우 일본 업체들의 국내 종묘시장 잠식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종자연구원 품종보호과 이승인 연구관은 “일본 종묘회사들은 우리나라 종묘회사들과 품종이 겹치고 교차 재배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크다”며 “국내 종자회사들이 대부분이 영세한 상황에서 (이번 매각추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종 종자회사에 대한 외국 회사들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에는 국내 1위 업체인 농우바이오가 외국 회사에 넘어갈 뻔 했다. 창업주인 고희성 회장이 사망하자 유족들이 12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다며 회사를 매물로 내놨던 것. 외국 업체들이 인수 각축전을 벌였지만 결국 우리나라 농협경제지주가 인수했다.
물론 동부팜한농이 일본 회사에 넘어가더라도, 지나치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업계1위 농우바이오 등 종자회사들은 영역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종자협회 신현호 이사는 “아시아종묘, 코레곤, 삼성 등 토종 종묘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일본 업체가 범위를 넓힌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단 토종회사들이 너무 영세해 좀 대형화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 영세한 국내 종자산업
실제로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은 아직 열악하다. 현재 종자산업에 등록된 1368개 업체 가운데 대다수가 10인 이하 고용의 소규모업체로 영세하다. ‘국내 육종업체의 기술 및 규모 효율성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75%가 적정 규모인 규모수익체증,상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종자 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외국에서는 종묘 산업이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차원은 물론이고, 천연물 의약품, 고부가가치 산업소재, 대체 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의 기본 소재로도 부각될 만큼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한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70%가 외국산 종재로 재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자 무역수지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종자무역수지 적자액은 2011년(5474만 달러) →2012년(7934만 달러) →2013년(9017만 달러)로 매년 늘고 있다.
종자 유출입은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꿔놓기도 한다.
고려 대 원나라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몰래 들여와 우리나라의 의생활을 크게 바꾸 놓은 일은 유명하다.
그 반대의 추억도 있다.
세계적인 정원수로 이름을 얻고 있는 라일락은 우리나라 자생종인 털개회나무를 개량한 것이다. 1947년 미국 군사 고문관이던 미더(E.M Meader)가 우리나라에서 채집해간 싸앗 12개를 뉴햄프셔주립대 식물원에서 7개를 발아시켜 오늘날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라일락으로 발전시켰다.
김웅진 협성대교수는 “외국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종을 찾기위해 세계 곳곳을 뒤질 정도로 종자는 식량 주권은 물론 미래 황금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런 산업을 키워나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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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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