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변호사시험 보긴 봤는데…끝나지 않은 사시 존폐 갈등

입력 2016.01.09 (11:37) 수정 2016.01.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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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5시 서울 건국대학교 상허연구관. 여기는 지난 4~8일 열린 제5회 변호사시험 고사장 중 한 곳이다. 시험이 끝나려면 한 시간이 남았지만, 수험생 가족 수십 명이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영하 날씨가 가족들의 몸을 움츠리게 했다. 


▲ 1인시위하는 이운웅씨.


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학년생 이운웅씨가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애초 이씨 역시 변호사시험을 치렀어야 했다. 그는 시험 응시 대신 1인시위를 택했다.

[연관기사]
☞변호사 시험 차질 없이 시행…응시율 90% 넘어
☞[뉴스해설] ‘로스쿨 사태’ 정부는?

한 곳에선 시험이 치러졌고, 다른 곳에선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달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에 로스쿨생들이 반발하며 갈등이 벌어졌고, 한 달여 만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해결된 게 아니라는 게 학생들의 말이다.


▲건국대 변호사시험 고사장.


건대에서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나온 34살 김모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응시 여부를 고민했다"며 "가족과 주변 친구들이 '변호사가 돼서 대응해도 되지 않느냐'고 설득해 결국 시험 응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시 폐지를 4년 유예한다는 법무부 발표는 어불성설"이라며 "추후라도 사시 폐지에 내가 도움된다면 언제든 행동에 나설 생각"이라고 했다.

고사장 밖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60대 여성은 "정부가 사시를 폐지한다고 해놓고는 거짓말을 했다"며 분개해 했다. 그녀는 "아들이 집회에 참석하느라 시험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를 못 해 힘들어했다"며 "우리 가족이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물었다.


▲건국대 변호사시험 고사장.


이번 시험은 전체 응시 예정자 3115명 중 2864명이 응시해 응시율 91.9%를 기록했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집단 거부 의사를 밝히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결국 대다수는 거부 의사를 철회했다. 응시 접수를 취소한 이는 226명, 결시 인원은 25명이었다. 응시 취소 사유로 ‘사법개혁’이나 ‘로스쿨 개혁’을 적은 사람은 19명이었다.

시험 마지막 날까지 1인시위를 벌인 이운웅씨도 응시 취소 사유로 '사법제도 개혁'을 적었다. 그는 조세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시험을 코앞에 두고 그는 거리로 나서야만 했다.

이씨가 변호사시험을 마지막까지 거부한 건, 사시 폐지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제대로 된 로스쿨 운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시 폐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서는 예비시험 등을 도입해 로스쿨과 병행하자는 말도 있는데, 일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그건 궁극적으로 로스쿨 붕괴를 부를 뿐입니다. 다양한 인재가 유입되는 로스쿨 제도를 통해야만 인적 쇄신으로 사법개혁이 가능합니다."


▲서울대에 붙어 있는 사시폐지 호소문.


애초 정부는 2017년 사시 폐지를 밝혔지만, 지난달 법무부는 이를 4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스쿨 학생들이 반발하자 대법원이 나서서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중재했고, 국회가 이를 위임받은 상황이다. 그러나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협의체 구성과 관련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겠냐는 시선이 많다. 로스쿨 학생들도 여기에 불안해하고 있다.

학사일정 복귀를 선언하고 기말시험 준비에 들어간 로스쿨 1·2학년생들도 사시 존폐 갈등이 완전히 해결됐는지는 의문이다.



서울대 로스쿨 2학년 신진경씨는 "협의체 방안이 언급됐고, 교수님들도 파행을 막자고 설득해 학사일정에 복귀하게 된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지만, 협의체 논의 결과에 따라 다시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 2000여명으로 구성된 대한법조인협회(회장 김학무)는 지난달 22일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 제도의 병행을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19대 국회 종료 전에 국회 본회의에서 사시 존치 법안의 통과 여부를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사시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의 김진규씨는 "사법시험 존치가 우리나라 실정에 더 맞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계속 유지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법시험 존폐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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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변호사시험 보긴 봤는데…끝나지 않은 사시 존폐 갈등
    • 입력 2016-01-09 11:37:30
    • 수정2016-01-09 13:52:24
    사회


지난 8일 오후5시 서울 건국대학교 상허연구관. 여기는 지난 4~8일 열린 제5회 변호사시험 고사장 중 한 곳이다. 시험이 끝나려면 한 시간이 남았지만, 수험생 가족 수십 명이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영하 날씨가 가족들의 몸을 움츠리게 했다. 


▲ 1인시위하는 이운웅씨.


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학년생 이운웅씨가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애초 이씨 역시 변호사시험을 치렀어야 했다. 그는 시험 응시 대신 1인시위를 택했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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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로스쿨 사태’ 정부는?

한 곳에선 시험이 치러졌고, 다른 곳에선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달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에 로스쿨생들이 반발하며 갈등이 벌어졌고, 한 달여 만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해결된 게 아니라는 게 학생들의 말이다.


▲건국대 변호사시험 고사장.


건대에서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나온 34살 김모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응시 여부를 고민했다"며 "가족과 주변 친구들이 '변호사가 돼서 대응해도 되지 않느냐'고 설득해 결국 시험 응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시 폐지를 4년 유예한다는 법무부 발표는 어불성설"이라며 "추후라도 사시 폐지에 내가 도움된다면 언제든 행동에 나설 생각"이라고 했다.

고사장 밖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60대 여성은 "정부가 사시를 폐지한다고 해놓고는 거짓말을 했다"며 분개해 했다. 그녀는 "아들이 집회에 참석하느라 시험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를 못 해 힘들어했다"며 "우리 가족이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물었다.


▲건국대 변호사시험 고사장.


이번 시험은 전체 응시 예정자 3115명 중 2864명이 응시해 응시율 91.9%를 기록했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집단 거부 의사를 밝히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결국 대다수는 거부 의사를 철회했다. 응시 접수를 취소한 이는 226명, 결시 인원은 25명이었다. 응시 취소 사유로 ‘사법개혁’이나 ‘로스쿨 개혁’을 적은 사람은 19명이었다.

시험 마지막 날까지 1인시위를 벌인 이운웅씨도 응시 취소 사유로 '사법제도 개혁'을 적었다. 그는 조세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시험을 코앞에 두고 그는 거리로 나서야만 했다.

이씨가 변호사시험을 마지막까지 거부한 건, 사시 폐지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제대로 된 로스쿨 운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시 폐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서는 예비시험 등을 도입해 로스쿨과 병행하자는 말도 있는데, 일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그건 궁극적으로 로스쿨 붕괴를 부를 뿐입니다. 다양한 인재가 유입되는 로스쿨 제도를 통해야만 인적 쇄신으로 사법개혁이 가능합니다."


▲서울대에 붙어 있는 사시폐지 호소문.


애초 정부는 2017년 사시 폐지를 밝혔지만, 지난달 법무부는 이를 4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스쿨 학생들이 반발하자 대법원이 나서서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중재했고, 국회가 이를 위임받은 상황이다. 그러나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협의체 구성과 관련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겠냐는 시선이 많다. 로스쿨 학생들도 여기에 불안해하고 있다.

학사일정 복귀를 선언하고 기말시험 준비에 들어간 로스쿨 1·2학년생들도 사시 존폐 갈등이 완전히 해결됐는지는 의문이다.



서울대 로스쿨 2학년 신진경씨는 "협의체 방안이 언급됐고, 교수님들도 파행을 막자고 설득해 학사일정에 복귀하게 된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지만, 협의체 논의 결과에 따라 다시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 2000여명으로 구성된 대한법조인협회(회장 김학무)는 지난달 22일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 제도의 병행을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19대 국회 종료 전에 국회 본회의에서 사시 존치 법안의 통과 여부를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사시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의 김진규씨는 "사법시험 존치가 우리나라 실정에 더 맞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계속 유지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법시험 존폐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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