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보호한다더니…수자원공사의 거짓

입력 2016.03.07 (13:22) 수정 2016.03.07 (14:2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 연천의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가 무리를 지어 잠자는 모습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천혜의 명소입니다. 넓은 빙판 사이로 물이 흐르고 있어서 두루미의 잠자리로 최적의 환경을 갖췄습니다. 두루미는 사방이 트이고, 얕은 여울이 있는 곳에서 발을 물에 담그고 자는 걸 좋아합니다. 여울이 천적의 접근을 막아주는 데다가 넓은 빙판으로는 천적이 다가오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 명소

여울에서 잠을 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떼. 두루미류는 얕은 여울을 잠자리로 이용한다.여울에서 잠을 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떼. 두루미류는 얕은 여울을 잠자리로 이용한다.




임진강 빙애여울 근처에는 먹이도 많습니다. 주변 농경지의 논과 율무밭에는 풍부한 낙곡이 있습니다. 여울에는 두루미가 좋아하는 동물성 먹이도 있습니다. 고동이나 작은 물고기는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두루미 먹이입니다.

여울에서 물을 마시는 재두루미. 여울은 두루미가 물을 마시는 샘터이자 쉼터이다.여울에서 물을 마시는 재두루미. 여울은 두루미가 물을 마시는 샘터이자 쉼터이다.


특히 봄철 시베리아로의 이동을 앞두고 동물성 먹이는 체력 보충을 위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여울에서는 두루미들이 물속에 머리를 넣고 먹이를 잡아먹거나 물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빙애여울은 민간인통제구역이어서 사람의 간섭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최적의 조건 때문에 빙애여울과 바로 밑 장군여울은 두루미의 잠자리이자 먹이터 그리고 샘터로 애용됐습니다. 그런 두루미를 보기 위해 수많은 탐조객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군남댐 담수로 빙애여울 수몰... 사라진 두루미



빙애여울 터가 빙판으로 변했다. 두루미가 잠자거나 쉬는 모습도 볼 수 없다.빙애여울 터가 빙판으로 변했다. 두루미가 잠자거나 쉬는 모습도 볼 수 없다.


이번 겨울, 빙애여울과 장군여울이 사라졌습니다. 여울 있던 자리가 빙판으로 덮였습니다. 두루미는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원인은 군남댐입니다. 빙애여울과 장군여울 아래에 있는 군남댐에 지난 2015년 10월부터 해발 31m 수위로 물을 채웠기 때문입니다.

군남댐은 2011년 임진강 홍수방지용으로 완공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부터 물을 채워 댐 위가 빙판으로 변했다.군남댐은 2011년 임진강 홍수방지용으로 완공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부터 물을 채워 댐 위가 빙판으로 변했다.


물이 차오르자 여울 자리는 호수로 변했고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천적을 막아주던 여울이 없으니 두루미는 임진강에서 잠자리도, 고동이나 물고기를 잡던 먹이터도, 물을 마시는 쉼터도 찾을 수 없게 됐습니다. 여울과 어우러진 두루미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천혜의 명소가 사라진 겁니다.

군남댐 담수로 사라진 풍광

 눈 내리는 여울에서 물을 마시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눈 내리는 여울에서 물을 마시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여울 옆 빙판에서 구애의 춤을 추는 두루미 한 쌍여울 옆 빙판에서 구애의 춤을 추는 두루미 한 쌍


빙애여울에서 쉬고 있는 두루미떼빙애여울에서 쉬고 있는 두루미떼




수자원공사, 두루미 보호한다더니...

군남댐은 원래 홍수조절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임진강의 홍수를 막고 북한의 황강댐 방류라는 '수공'에 대비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2011년 댐이 완공되자 수자원공사의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여름에는 홍수를 대비해 댐을 비워놓지만, 가을부터 물을 채워 겨울과 봄철 하천유지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겠다는 겁니다. 당연히 두루미 월동지가 수몰된다는 우려와 환경단체의 반발이 제기됐습니다.



2011년 당시 수자원공사는 두루미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댐에 물을 채우더라도 근처에 대체 잠자리와 먹이터를 조성해 두루미가 강을 이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두루미 먹이 주기도 실시하고 모니터링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체 서식지 운영도 지속적인 보완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에 제출한 군남댐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에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두루미 월동지 물에 잠긴다[2011년 2월 6일 KBS뉴스9]

군남댐 옆에 조성된 '두루미 테마파크'의 두루미 조형물 군남댐 옆에 조성된 '두루미 테마파크'의 두루미 조형물


수자원공사는 2012년 군남댐 아래쪽에 두루미 생태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수십 개의 두루미 조형물과 함께 두루미 생태를 알려주는 설명판을 세웠습니다. 임진강 건설단 건물 앞마당에도 두루미 조형물을 세우는 등 군남댐 주변 시설 여기저기에 두루미 상징물을 붙였습니다. 수자원공사는 두루미 생태 관광을 활성화해 군남댐 자체를 생태 친화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군남댐은 그야말로 두루미를 위한 댐으로 보입니다.



수공, 두루미 보호했다며 환경부 '최우수상' 수상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수자원공사는 환경부로부터 상도 받았습니다. 2012년 환경부가 수여하는 '환경성평가 규제개혁 우수사례'로 가장 등급이 높은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자신들의 두루미 보호 대책의 성과로 연천의 두루미류 월동 개체 수가 2007년 145마리에서 2011년 411마리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수몰 후 두루미류 개체 절반으로 격감


최우수상을 받은 지 3년 뒤인 2015년, 수자원공사는 물을 채웠습니다. 빙애여울과 장군여울은 물에 잠겼습니다. 두루미는 사라졌습니다. 여울을 대신하겠다며 세 곳에 마련한 대체 잠자리는 두루미가 찾지 않아 아무 쓸모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루미 먹이터인 농경지도 일부가 물에 잠겨 농사가 금지됐습니다. 결국, 올겨울 두루미류 월동 개체 수는 247마리, 1년 전 425마리에 비해 1/2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담수가 시작된 2015년부터 홍수터의 영농행위를 금지한다는 수자원공사의 현수막. 두루미 먹이터도 일부 사라졌다. 담수가 시작된 2015년부터 홍수터의 영농행위를 금지한다는 수자원공사의 현수막. 두루미 먹이터도 일부 사라졌다.


두루미를 쫓아낸 지금, 수자원공사 관계자의 말은 달라졌습니다. 2011년엔 "두루미가 서식지를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두루미 때문에 댐 운용에 지장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겨울 하천유지용수 공급과 봄철 가뭄에 대비해 담수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여울에서 쉬는 두루미여울에서 쉬는 두루미


잇따른 개발... 멸종위기로 몰리는 두루미

두루미는 전 세계에 3천 마리 정도만 남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입니다. 한때 우리나라 곳곳에서 월동했지만 각종 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이제는 철원과 연천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에 몰려들어 월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천마저 임진강 담수로 서식 환경이 급격하게 훼손되고 말았고 철원 역시 각종 개발로 서식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두루미가 찾아오는 겨울철에 물을 채우는 것이 과연 불가피한 선택이고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 두루미를 위해 조금 양보할 수는 없는 것인지... 사람들의 끝없는 이기심 앞에 두루미는 더더욱 멸종위기로 몰리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 “철새와 철원…불안한 공존”

[사진·영상 제공 : 이석우 의정부·양주·동두천환경운동연합]

□ 이 기사는 동영상이 포함돼 있지만, 포털의 정책 때문에 동영상이 표시되지 않습니다. 동영상이 포함된 기사를 보시려면 KBS 뉴스 홈페이지(http://news.kbs.co.kr)를 방문해주세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두루미 보호한다더니…수자원공사의 거짓
    • 입력 2016-03-07 13:22:56
    • 수정2016-03-07 14:26:28
    취재K
경기도 연천의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가 무리를 지어 잠자는 모습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천혜의 명소입니다. 넓은 빙판 사이로 물이 흐르고 있어서 두루미의 잠자리로 최적의 환경을 갖췄습니다. 두루미는 사방이 트이고, 얕은 여울이 있는 곳에서 발을 물에 담그고 자는 걸 좋아합니다. 여울이 천적의 접근을 막아주는 데다가 넓은 빙판으로는 천적이 다가오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 명소

여울에서 잠을 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떼. 두루미류는 얕은 여울을 잠자리로 이용한다.



임진강 빙애여울 근처에는 먹이도 많습니다. 주변 농경지의 논과 율무밭에는 풍부한 낙곡이 있습니다. 여울에는 두루미가 좋아하는 동물성 먹이도 있습니다. 고동이나 작은 물고기는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두루미 먹이입니다.

여울에서 물을 마시는 재두루미. 여울은 두루미가 물을 마시는 샘터이자 쉼터이다.

특히 봄철 시베리아로의 이동을 앞두고 동물성 먹이는 체력 보충을 위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여울에서는 두루미들이 물속에 머리를 넣고 먹이를 잡아먹거나 물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빙애여울은 민간인통제구역이어서 사람의 간섭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최적의 조건 때문에 빙애여울과 바로 밑 장군여울은 두루미의 잠자리이자 먹이터 그리고 샘터로 애용됐습니다. 그런 두루미를 보기 위해 수많은 탐조객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군남댐 담수로 빙애여울 수몰... 사라진 두루미



빙애여울 터가 빙판으로 변했다. 두루미가 잠자거나 쉬는 모습도 볼 수 없다.

이번 겨울, 빙애여울과 장군여울이 사라졌습니다. 여울 있던 자리가 빙판으로 덮였습니다. 두루미는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원인은 군남댐입니다. 빙애여울과 장군여울 아래에 있는 군남댐에 지난 2015년 10월부터 해발 31m 수위로 물을 채웠기 때문입니다.

군남댐은 2011년 임진강 홍수방지용으로 완공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부터 물을 채워 댐 위가 빙판으로 변했다.

물이 차오르자 여울 자리는 호수로 변했고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천적을 막아주던 여울이 없으니 두루미는 임진강에서 잠자리도, 고동이나 물고기를 잡던 먹이터도, 물을 마시는 쉼터도 찾을 수 없게 됐습니다. 여울과 어우러진 두루미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천혜의 명소가 사라진 겁니다.

군남댐 담수로 사라진 풍광

 눈 내리는 여울에서 물을 마시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여울 옆 빙판에서 구애의 춤을 추는 두루미 한 쌍

빙애여울에서 쉬고 있는 두루미떼



수자원공사, 두루미 보호한다더니...

군남댐은 원래 홍수조절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임진강의 홍수를 막고 북한의 황강댐 방류라는 '수공'에 대비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2011년 댐이 완공되자 수자원공사의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여름에는 홍수를 대비해 댐을 비워놓지만, 가을부터 물을 채워 겨울과 봄철 하천유지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겠다는 겁니다. 당연히 두루미 월동지가 수몰된다는 우려와 환경단체의 반발이 제기됐습니다.



2011년 당시 수자원공사는 두루미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댐에 물을 채우더라도 근처에 대체 잠자리와 먹이터를 조성해 두루미가 강을 이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두루미 먹이 주기도 실시하고 모니터링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체 서식지 운영도 지속적인 보완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에 제출한 군남댐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에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두루미 월동지 물에 잠긴다[2011년 2월 6일 KBS뉴스9]

군남댐 옆에 조성된 '두루미 테마파크'의 두루미 조형물

수자원공사는 2012년 군남댐 아래쪽에 두루미 생태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수십 개의 두루미 조형물과 함께 두루미 생태를 알려주는 설명판을 세웠습니다. 임진강 건설단 건물 앞마당에도 두루미 조형물을 세우는 등 군남댐 주변 시설 여기저기에 두루미 상징물을 붙였습니다. 수자원공사는 두루미 생태 관광을 활성화해 군남댐 자체를 생태 친화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군남댐은 그야말로 두루미를 위한 댐으로 보입니다.



수공, 두루미 보호했다며 환경부 '최우수상' 수상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수자원공사는 환경부로부터 상도 받았습니다. 2012년 환경부가 수여하는 '환경성평가 규제개혁 우수사례'로 가장 등급이 높은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자신들의 두루미 보호 대책의 성과로 연천의 두루미류 월동 개체 수가 2007년 145마리에서 2011년 411마리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수몰 후 두루미류 개체 절반으로 격감


최우수상을 받은 지 3년 뒤인 2015년, 수자원공사는 물을 채웠습니다. 빙애여울과 장군여울은 물에 잠겼습니다. 두루미는 사라졌습니다. 여울을 대신하겠다며 세 곳에 마련한 대체 잠자리는 두루미가 찾지 않아 아무 쓸모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루미 먹이터인 농경지도 일부가 물에 잠겨 농사가 금지됐습니다. 결국, 올겨울 두루미류 월동 개체 수는 247마리, 1년 전 425마리에 비해 1/2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담수가 시작된 2015년부터 홍수터의 영농행위를 금지한다는 수자원공사의 현수막. 두루미 먹이터도 일부 사라졌다.

두루미를 쫓아낸 지금, 수자원공사 관계자의 말은 달라졌습니다. 2011년엔 "두루미가 서식지를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두루미 때문에 댐 운용에 지장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겨울 하천유지용수 공급과 봄철 가뭄에 대비해 담수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여울에서 쉬는 두루미

잇따른 개발... 멸종위기로 몰리는 두루미

두루미는 전 세계에 3천 마리 정도만 남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입니다. 한때 우리나라 곳곳에서 월동했지만 각종 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이제는 철원과 연천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에 몰려들어 월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천마저 임진강 담수로 서식 환경이 급격하게 훼손되고 말았고 철원 역시 각종 개발로 서식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두루미가 찾아오는 겨울철에 물을 채우는 것이 과연 불가피한 선택이고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 두루미를 위해 조금 양보할 수는 없는 것인지... 사람들의 끝없는 이기심 앞에 두루미는 더더욱 멸종위기로 몰리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 “철새와 철원…불안한 공존”

[사진·영상 제공 : 이석우 의정부·양주·동두천환경운동연합]

□ 이 기사는 동영상이 포함돼 있지만, 포털의 정책 때문에 동영상이 표시되지 않습니다. 동영상이 포함된 기사를 보시려면 KBS 뉴스 홈페이지(http://news.kbs.co.kr)를 방문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