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더 내라는 트럼프…남아도는 분담금

입력 2016.04.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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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공식 외교안보 구상을 밝히면서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재조정 필요성을 다시 거론하고 나섰다.

트럼프 후보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가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이 적절한 방위비용을 분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방위비용을 (적절하게) 지불해야 한다"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동맹국들은 스스로 방어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맹국들이 자국 안보를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논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AP)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AP)


트럼프 후보가 이제까지의 연설에서 안보를 '무임승차' 하고 있다고 주장한 동맹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연설을 통해 한국이 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한국이 현재 지불하고 있는 연간 1조 원 안팎의 분담금은 이미 적지 않은 돈이라는 반박이 제기된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 1조 원 수준

한국은 지난 1991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원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 1항은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미군 경비는 미국 측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재정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우리측이 경비 일부를 부담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1991년 처음으로 SOFA 예외조항으로 미군 주둔 경비를 부담하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처음 체결됐다.

협정은 2~5년 단위로 갱신돼 현재까지 모두 9차례의 협정이 체결됐다. 첫 협정이 맺어졌던 당시 한국 측의 분담금은 1억5천만 달러(당시 한화 기준 1070여억 원)이었다. 이후 주한미군이 감축돼 8.9% 삭감됐던 2005년 6차 협정을 제외하고는, 한국측 분담금은 매년 2.5~25.7%까지 증액돼 지금은 첫 협정 당시의 8배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타결된 제 9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서 한미 양국은 우리 측이 2014년 기준 9천2백억 원의 분담금을 지불하는 데 합의했다. 협정의 유효 기간은 5년으로 매년 전전년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인상률(상한선 4%)을 적용하기로 해, 이 기간 중 우리 측의 분담금은 한 해 1조 원 수준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는 물론 군사건설과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2014년 2월 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성김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외교부에서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2014년 2월 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성김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외교부에서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바로가기]☞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정문 전문

특히 이렇게 지급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는 미군이 다 사용하지 못한 돈도 상당액에 이른다. 미군이 이 돈을 기지 이전 비용에 사용하거나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아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미 양국은 2004년 체결된 연합토지계획관리협정(LPP)에 따라 용산기지이전사업(YRP)는 정부가, 미 2사단 비용은 미국이 내기로 합의했지만, 미군은 다 쓰지 않고 예치해둔 방위비 분담금 일부를 우리 정부의 암묵적 양해 아래에 평택기지 이전에 전용하려 해왔다. 미군이 미집행한 채 예치한 금액은 2002~2008년 기간만해도 7천억 원이 넘는다.

미국은 또 미집행금을 '커뮤니티뱅크(CB)'라는 금융기관에 넣어두고 한 해 3백억 원이 넘는 이자 수익도 내 왔다. 소문에 불과했던 이 사실은 지난해 10월, 미국 국방부가 '커뮤니티뱅크'는 미국 국방부 소유이기 때문에 한미 간 이중과세방지조약에 따라 과세가 면제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군사시설 등으로 우리측이 현물지급하기로 돼 있는 가운데 미군이 사업 등을 발주하지 않아 아직 지급되지 않고 있는 비용도 5천억 원 수준에 이른다. 이 돈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미국 정부가 사용하겠다고 요구하면 지급하도록 돼 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즉 미국은 정해진 방위비조차도 다 못 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정부 "한국 상당 부분 부담"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후보는 특정 국가를 재협상 대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직접 예로 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실제 당선될 경우 현재 방위비분담협정 틀에서 미국이 부담하고 있는 자국군 주둔비용까지도 요구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연관기사]☞ [집중분석] 트럼프 ‘폭탄급 주장’ 동북아 안보지형 흔드나? (2016.4.5)

트럼프 후보의 견해에 대해 미국 정부는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63년 간 유지돼 온 한·미 동맹의 기반을 흔드는 발언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1일 '극동포럼' 강연에서 "한미 동맹은 비례적인(proportional) 방식으로 방위비를 분담하는, 진정으로 살아있는 동맹"이라며 "한국은 비용의 50~55%를 분담하고 있고, 미국도 가장 능력있는 군인을 (주한 미군으로) 파견하고 첨단 무기를 재배치하는 등 큰 투자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발언에 비판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연관기사]☞ 미국 “한국에 대한 핵우산 중요…위기시 군사 대응 수단”(2016.4.20)

우리 정부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가 매년 9,000억원 넘게 분담하고 있는데 일본에 비해서도 GDP 대비 부담률이 더 높다"며 "미국도 충분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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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위비 더 내라는 트럼프…남아도는 분담금
    • 입력 2016-04-28 18:54:19
    취재K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공식 외교안보 구상을 밝히면서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재조정 필요성을 다시 거론하고 나섰다.

트럼프 후보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가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이 적절한 방위비용을 분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방위비용을 (적절하게) 지불해야 한다"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동맹국들은 스스로 방어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맹국들이 자국 안보를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논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AP)

트럼프 후보가 이제까지의 연설에서 안보를 '무임승차' 하고 있다고 주장한 동맹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연설을 통해 한국이 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한국이 현재 지불하고 있는 연간 1조 원 안팎의 분담금은 이미 적지 않은 돈이라는 반박이 제기된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 1조 원 수준

한국은 지난 1991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원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 1항은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미군 경비는 미국 측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재정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우리측이 경비 일부를 부담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1991년 처음으로 SOFA 예외조항으로 미군 주둔 경비를 부담하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처음 체결됐다.

협정은 2~5년 단위로 갱신돼 현재까지 모두 9차례의 협정이 체결됐다. 첫 협정이 맺어졌던 당시 한국 측의 분담금은 1억5천만 달러(당시 한화 기준 1070여억 원)이었다. 이후 주한미군이 감축돼 8.9% 삭감됐던 2005년 6차 협정을 제외하고는, 한국측 분담금은 매년 2.5~25.7%까지 증액돼 지금은 첫 협정 당시의 8배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타결된 제 9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서 한미 양국은 우리 측이 2014년 기준 9천2백억 원의 분담금을 지불하는 데 합의했다. 협정의 유효 기간은 5년으로 매년 전전년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인상률(상한선 4%)을 적용하기로 해, 이 기간 중 우리 측의 분담금은 한 해 1조 원 수준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는 물론 군사건설과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2014년 2월 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성김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외교부에서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바로가기]☞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정문 전문

특히 이렇게 지급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는 미군이 다 사용하지 못한 돈도 상당액에 이른다. 미군이 이 돈을 기지 이전 비용에 사용하거나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아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미 양국은 2004년 체결된 연합토지계획관리협정(LPP)에 따라 용산기지이전사업(YRP)는 정부가, 미 2사단 비용은 미국이 내기로 합의했지만, 미군은 다 쓰지 않고 예치해둔 방위비 분담금 일부를 우리 정부의 암묵적 양해 아래에 평택기지 이전에 전용하려 해왔다. 미군이 미집행한 채 예치한 금액은 2002~2008년 기간만해도 7천억 원이 넘는다.

미국은 또 미집행금을 '커뮤니티뱅크(CB)'라는 금융기관에 넣어두고 한 해 3백억 원이 넘는 이자 수익도 내 왔다. 소문에 불과했던 이 사실은 지난해 10월, 미국 국방부가 '커뮤니티뱅크'는 미국 국방부 소유이기 때문에 한미 간 이중과세방지조약에 따라 과세가 면제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군사시설 등으로 우리측이 현물지급하기로 돼 있는 가운데 미군이 사업 등을 발주하지 않아 아직 지급되지 않고 있는 비용도 5천억 원 수준에 이른다. 이 돈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미국 정부가 사용하겠다고 요구하면 지급하도록 돼 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즉 미국은 정해진 방위비조차도 다 못 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정부 "한국 상당 부분 부담"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후보는 특정 국가를 재협상 대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직접 예로 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실제 당선될 경우 현재 방위비분담협정 틀에서 미국이 부담하고 있는 자국군 주둔비용까지도 요구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연관기사]☞ [집중분석] 트럼프 ‘폭탄급 주장’ 동북아 안보지형 흔드나? (2016.4.5)

트럼프 후보의 견해에 대해 미국 정부는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63년 간 유지돼 온 한·미 동맹의 기반을 흔드는 발언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1일 '극동포럼' 강연에서 "한미 동맹은 비례적인(proportional) 방식으로 방위비를 분담하는, 진정으로 살아있는 동맹"이라며 "한국은 비용의 50~55%를 분담하고 있고, 미국도 가장 능력있는 군인을 (주한 미군으로) 파견하고 첨단 무기를 재배치하는 등 큰 투자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발언에 비판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연관기사]☞ 미국 “한국에 대한 핵우산 중요…위기시 군사 대응 수단”(2016.4.20)

우리 정부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가 매년 9,000억원 넘게 분담하고 있는데 일본에 비해서도 GDP 대비 부담률이 더 높다"며 "미국도 충분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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