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세계 최대 ‘인공 태양’…알루미늄도 녹인다

입력 2017.03.27 (11:27) 수정 2017.03.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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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쏟아졌다. 그러자 두께 8센티미터의 알루미늄 합판도 버티지 못했다. 흐물흐물 녹기 시작했다. 그렇게 녹아 내린 알루미늄은 액체가 되어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얼마 못가 이 합판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만큼 이 빛은 강렬하고 뜨거웠다. 엄청난 에너지였다. 독일 과학자들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태양'의 위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독일 연방 항공우주국(DLR)이 지난 23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인공 태양 '진라이트' (synlight). 350kW에 달하는 고출력 챔프 149개로 이뤄져있다. 대형 운동장이나 공연장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대형 조명을 촘촘히 이어붙여 놓은 모양새이다.

하지만 그 빛의 세기는 자연적인 태양광보다 만 배나 더 강하다. 온도는 3천5백도에 이른다. 간접적인 광선조차 강해 사람은 단 1초도 견딜 수 없다고 한다. 태양을 능가하는 빛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진라이트'의 목적은 수소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수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소는 자연적으로 발생되지 않는다.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압과 고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화석 연료가 불가피하고, 여기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만약 영구적인 청정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효과적으로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라이트'는 이를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진라이트'는 특히 연료가 많이 드는 비행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 독일 연방 항공우주국이 에너지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독일 연방 항공우주국의 칼 비겐하르트 팀장은 '진라이트'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기 자동차의 탄생은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비행기의 경우 현재의 기술로서는 전기 혹은 배터리로 작동시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죠." 환경 보호를 위해 친환경적인 전기 자동차를 탄생시켰듯, 거대한 비행기를 띄우는 친환경적인 연료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진라이트' 프로젝트 구축에는 총 3백20만 유로, 우리 돈 약 42억 원 정도가 들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가 70%, 독일 연방 에너지부가 30%의 비용을 분담했다. '진라이트'는 또 독일 4인 가정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를 단 4분 만에 소비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는 셈이다.

언제쯤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이다. 중요한 건 미래 재생에너지 개발에 연방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오는 2020년까지 원전 제로(ZERO)를 실현하겠다며 탈핵을 선언했다. 그리고 노후 원전 폐쇄와 원자력 발전의 조기 폐기를 실행하고 있다.

"과학기술 기반이 강력한 독일이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영국 BBC는 보도했다. 원전의 비용과 불확실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비용은 하락할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한국 현실에 있어 탈원전이 근본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찬반이 분분하다. 그러나 독일처럼 미래를 대비한 연구와 준비가 착실히 이뤄지고 있는지는 분명 되짚어 봐야 할 과제다. 독일의 '인공 태양'이 더 밝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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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세계 최대 ‘인공 태양’…알루미늄도 녹인다
    • 입력 2017-03-27 11:27:21
    • 수정2017-03-27 11:28:35
    특파원 리포트
빛이 쏟아졌다. 그러자 두께 8센티미터의 알루미늄 합판도 버티지 못했다. 흐물흐물 녹기 시작했다. 그렇게 녹아 내린 알루미늄은 액체가 되어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얼마 못가 이 합판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만큼 이 빛은 강렬하고 뜨거웠다. 엄청난 에너지였다. 독일 과학자들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태양'의 위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독일 연방 항공우주국(DLR)이 지난 23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인공 태양 '진라이트' (synlight). 350kW에 달하는 고출력 챔프 149개로 이뤄져있다. 대형 운동장이나 공연장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대형 조명을 촘촘히 이어붙여 놓은 모양새이다.

하지만 그 빛의 세기는 자연적인 태양광보다 만 배나 더 강하다. 온도는 3천5백도에 이른다. 간접적인 광선조차 강해 사람은 단 1초도 견딜 수 없다고 한다. 태양을 능가하는 빛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진라이트'의 목적은 수소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수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소는 자연적으로 발생되지 않는다.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압과 고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화석 연료가 불가피하고, 여기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만약 영구적인 청정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효과적으로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라이트'는 이를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진라이트'는 특히 연료가 많이 드는 비행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 독일 연방 항공우주국이 에너지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독일 연방 항공우주국의 칼 비겐하르트 팀장은 '진라이트'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기 자동차의 탄생은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비행기의 경우 현재의 기술로서는 전기 혹은 배터리로 작동시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죠." 환경 보호를 위해 친환경적인 전기 자동차를 탄생시켰듯, 거대한 비행기를 띄우는 친환경적인 연료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진라이트' 프로젝트 구축에는 총 3백20만 유로, 우리 돈 약 42억 원 정도가 들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가 70%, 독일 연방 에너지부가 30%의 비용을 분담했다. '진라이트'는 또 독일 4인 가정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를 단 4분 만에 소비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는 셈이다.

언제쯤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이다. 중요한 건 미래 재생에너지 개발에 연방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오는 2020년까지 원전 제로(ZERO)를 실현하겠다며 탈핵을 선언했다. 그리고 노후 원전 폐쇄와 원자력 발전의 조기 폐기를 실행하고 있다.

"과학기술 기반이 강력한 독일이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영국 BBC는 보도했다. 원전의 비용과 불확실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비용은 하락할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한국 현실에 있어 탈원전이 근본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찬반이 분분하다. 그러나 독일처럼 미래를 대비한 연구와 준비가 착실히 이뤄지고 있는지는 분명 되짚어 봐야 할 과제다. 독일의 '인공 태양'이 더 밝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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