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수치 살짝 넘었는데 징역형…이유는?

입력 2017.03.27 (14:27) 수정 2017.03.27 (14: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도로. 경찰이 한 승용차를 멈춰 세웠다. 운전자는 42살 성 모 씨. 성 씨가 음주측정기에 대고 숨을 내뱉자, 측정기에는 0.054%라는 숫자가 찍혔다. 면허정지 기준인 0.05%를 웃도는 수치다. 그로부터 1년 뒤, 성 씨는 감옥 신세를 지게 됐다. 통상 벌금형이 내려지는 음주운전이었다. 어찌 된 일일까.


■"음주 운전 적발만 여섯 번째"

성 씨는 지난 2011년 3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음주운전으로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세 번째 음주운전이었지만, 큰 인명피해는 없었기에 벌금형에 그쳤다. 그로부터 2년 뒤, 성 씨는 똑같은 혐의로 1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마찬가지로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습관성 음주운전이 문제가 됐다.

그로부터 또다시 2년 뒤인 2015년 12월,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성 씨는 또 음주운전을 했고, 법원에서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통상적으로 내려지는 벌금형을 뛰어넘는 판결, 법원의 마지막 경고였다.


■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하지만 결국 성 씨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어린이공원 앞에서 술에 취한 채 또 운전대를 잡았다. 벌써 여섯 번째 음주운전. 1년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법원의 '경고'가 있은 지 4개월 만에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것이다. 성 씨는 지난 21일 재판에 섰다. 서부지법 홍득관 판사는 성 씨에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양형 이유는 이와 같다.

"음주운전으로 이미 다섯 차례 처벌받은 전과가 있고, 더구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데도 다시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였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재판부는 성 씨의 음주 수치가 아주 높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운전한 거리도 3백 미터로 비교적 짧으며, 무엇보다 성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음주운전 재범률은 41.7%".."엄중한 처벌 요구돼"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속도로. 갓길에 서 있던 차에는 17살의 고등학생이 타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새벽 시간. 가볍게 몇 잔의 술을 걸친 김 모(43) 씨의 차량이 17살의 목숨을 앗아갔다. 서 있던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8%였다. 경찰청은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에 따른 사망자를 481명으로 집계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사고 건수는 점점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재범률은 여전히 높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5년 동안 음주운전 재범률은 41.7%에 이르고, 음주운전으로 3번 이상 단속된 운전자는 2010년 4만 4천3백여 명에서 2015년 4만 4천9백여 명으로 600여 명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상습 음주 운전자가 줄지 않는 이유를 '솜방망이 처벌'에서 본다. 올바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큰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의식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 평생을 옭아매는 족쇄로 돌아온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음주운전 수치 살짝 넘었는데 징역형…이유는?
    • 입력 2017-03-27 14:27:15
    • 수정2017-03-27 14:27:46
    사회
지난해 4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도로. 경찰이 한 승용차를 멈춰 세웠다. 운전자는 42살 성 모 씨. 성 씨가 음주측정기에 대고 숨을 내뱉자, 측정기에는 0.054%라는 숫자가 찍혔다. 면허정지 기준인 0.05%를 웃도는 수치다. 그로부터 1년 뒤, 성 씨는 감옥 신세를 지게 됐다. 통상 벌금형이 내려지는 음주운전이었다. 어찌 된 일일까.


■"음주 운전 적발만 여섯 번째"

성 씨는 지난 2011년 3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음주운전으로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세 번째 음주운전이었지만, 큰 인명피해는 없었기에 벌금형에 그쳤다. 그로부터 2년 뒤, 성 씨는 똑같은 혐의로 1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마찬가지로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습관성 음주운전이 문제가 됐다.

그로부터 또다시 2년 뒤인 2015년 12월,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성 씨는 또 음주운전을 했고, 법원에서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통상적으로 내려지는 벌금형을 뛰어넘는 판결, 법원의 마지막 경고였다.


■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하지만 결국 성 씨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어린이공원 앞에서 술에 취한 채 또 운전대를 잡았다. 벌써 여섯 번째 음주운전. 1년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법원의 '경고'가 있은 지 4개월 만에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것이다. 성 씨는 지난 21일 재판에 섰다. 서부지법 홍득관 판사는 성 씨에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양형 이유는 이와 같다.

"음주운전으로 이미 다섯 차례 처벌받은 전과가 있고, 더구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데도 다시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였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재판부는 성 씨의 음주 수치가 아주 높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운전한 거리도 3백 미터로 비교적 짧으며, 무엇보다 성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음주운전 재범률은 41.7%".."엄중한 처벌 요구돼"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속도로. 갓길에 서 있던 차에는 17살의 고등학생이 타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새벽 시간. 가볍게 몇 잔의 술을 걸친 김 모(43) 씨의 차량이 17살의 목숨을 앗아갔다. 서 있던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8%였다. 경찰청은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에 따른 사망자를 481명으로 집계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사고 건수는 점점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재범률은 여전히 높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5년 동안 음주운전 재범률은 41.7%에 이르고, 음주운전으로 3번 이상 단속된 운전자는 2010년 4만 4천3백여 명에서 2015년 4만 4천9백여 명으로 600여 명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상습 음주 운전자가 줄지 않는 이유를 '솜방망이 처벌'에서 본다. 올바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큰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의식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 평생을 옭아매는 족쇄로 돌아온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