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엔 전쟁없어요?”…‘파벨라’를 가다

입력 2017.08.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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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엔 전쟁없어요?”…‘파벨라’를 가다

[특파원 리포트] “한국엔 전쟁없어요?”…‘파벨라’를 가다

"아저씨, 한국에는 전쟁없어요?" 엄마의 뱃속에서 유탄에 맞은 태아 취재를 위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파벨라를 방문해 만난 어린이들이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파벨라로 불리는 브라질 빈민가에서 어린이들끼리 주고 받는 얘기에서 '전쟁'이란 말이 흔하게 들린다.

이들이 말하는 '전쟁'은 다름 아닌 파벨라에 은신해 있는 마약 등 범죄조직과 경찰간의 총격전을 말하는 것. 취재진의 무선 마이크를 보고 마치 총처럼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총격전은 이들에게 흔한 광경이 돼 버렸다.

 파벨라의 어린이들 파벨라의 어린이들

리우의 파벨라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위험은 유탄이다. 양측의 총격전에 발생하는 유탄에 올 상반기에만 5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아르투르도 그 중 한 명, 아르투르는 출생 예정 3일 전에 엄마가 파벨라를 걷다가 유탄에 맞아 태아였던 자신도 폐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었다. 곧바로 제왕절개 수술로 세상에 태어나 응급수술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의료진의 지극정성 치료에도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유탄을 맞게 된 아르투르의 엄마유탄을 맞게 된 아르투르의 엄마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르투르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르투르

파벨라 'Cidade de Deus' 신의 도시

파벨라를 소재로 한 'Cidade de Deus'(신의 도시)영화는 2000년 초에 선을 보여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의 범죄조직을 현실적으로 다뤘다고 평을 얻은 영화다. 범죄조직의 우두머리가 파벨라의 한 소년에게 총으로 다른 소년을 쏴 숨지게 하는 잔인한 장면이 나올 만큼 당시 빈민가 파벨라는 범죄조직의 온상이었다.

영화 ‘신의 도시’영화 ‘신의 도시’

하지만 지금까지도 파벨라의 안전은 나아지지 않았다. 당시 영화에 출연했던 한 소년은 최근 경찰관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수배 중이다. 파벨라에서 자란 어린이들 일부가 범죄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안타깝고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파벨라의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총은 낯설지 않고 각종 폭력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범죄조직에 가담하게 된다.

파벨라 취재를 안내한 'Bala Perdida (유탄)'이란 명칭의 NGO를 이끌며 유탄 피해자를 돕고 있는 '클로비스(53세)'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클로비스는 어릴적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에서 자랐다. 인신 매매조직과 마약상들 사이에서 도둑질을 배웠고, 버스에서 승객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했고, 마침내는 마약 밀매에 가담했다가 17년간 교도소에서 복역을 했다. 클로비스는 총격전에 친구들의 죽음을 보고 유탄 피해자들을 돕는 새로운 삶을 찾게 됐다.

파벨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탄피와 ‘Bala Perdida(유탄)’ NGO 대표 클로비스파벨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탄피와 ‘Bala Perdida(유탄)’ NGO 대표 클로비스

언덕위에 핀 꽃 '파벨라', 공포가 도사리는 곳

파벨라는 브라질에서 언덕 위에 핀 꽃을 말한다. 언제부터인가 빈민가를 파벨라로 부르는데, 아마도 빈민가가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풍광이 좋은 곳에 자리한 파벨라. 도심이 확장되면서 이들은 도심 주변 산을 찾아 나선 것이다.

취재진은 '신의 도시 파벨라'를 방문했다. '신의 도시'로 가는 길에는 공포가 도사렸다. 파벨라로 이어지는 도로에 중무장한 경찰들이 마약과 총기 소지 여부를 검색하는 검문이 한창이었다.

밤 11시, '신의 도시'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입구마다 UPP라 불리는 경찰평화유지대 대원들이 총격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경찰평화유지대 사무실에는 온통 총탄 자국일 만큼 매일 밤과 낮 시간을 가리지 않고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내를 맡았던 마르께스라는 종군기자는 파벨라의 주민들을 쳐다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총기를 들고 나와 취재진을 향해 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경찰들도 언제 총격전이 벌어질지 모르니 유의하라는 말을 던졌다. 한쪽에선 파벨라 주민들이 술을 마시며 경찰을 야유하기도 했다.

리우 파벨라에서 경계 근무 중인 무장경찰관리우 파벨라에서 경계 근무 중인 무장경찰관


총탄 자국 선명한 UPP(경찰평화유지대)사무실총탄 자국 선명한 UPP(경찰평화유지대)사무실

비상걸린 항구도시, 범죄와의 전쟁 軍 투입

요즘 세계적 관광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 해변을 뛰는 관광객들 곁에는 장갑차와 중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범죄조직을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올해 리우시에서 총격에 피살된 경찰관은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파벨라에 경찰평화유지대 치안시설을 설치하고 '범죄와 전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7월 말부터 리우 시에 8천 5백 명의 중무장 병력을 배치했다.

군 부대가 투입된 리우의 해변군 부대가 투입된 리우의 해변

총을 멘 마이클 잭슨

리우의 파벨라에 세워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동상에 총이 걸린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에 떠돌고 있다. 경찰은 리우 남부 산타 마르타 파벨라에 있는 마이클 잭슨의 동상에 소총을 걸고 찍은 사진을 SNS에서 확인하고 출처를 확인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방문을 기념해 지난 1996년에 세워진 이 동상은 산타 마르타 파벨라를 관광지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경찰은 빈민가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원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려고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에 항의 또는 세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총을 멘 마이클 잭슨 동상. 리우 남부 파벨라 산타 마르타총을 멘 마이클 잭슨 동상. 리우 남부 파벨라 산타 마르타

'1월의 강' 리우, 아름다움을 되찾을까?

포르투갈어 발음으로 히우 지 자네이루(Rio de Janeiro). 1월의 강이란 뜻의 도시. 1502년 1월 포르투갈 출신의 항해자가 상륙했을 때 구아나바라 만을 강의 하구로 잘못 알고 '1월의 강' 이라는 뜻을 가진 히우 지 자네이루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후 주와 도시의 이름이 되었다. 대서양 연안에 자리잡은 세계적 미항으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범죄와의 전쟁이 펼쳐지는 그늘이 함께 하는 곳이다.

브라질 정부의 강력한 소탕작전이 효력을 발휘할까? 파벨라의 주민들은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처럼 범죄조직원들은 단속을 피해 또 다른 파벨라로 은신할 것을 걱정한다. 'Bala Perdida(유탄)' NGO를 이끌고 있는 클로비스는 "빈곤이 있는 한 파벨라는 존재할 것이다. 공권력은 오로지 폭력과 대립을 일으키고 총격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될 것이다. 파벨라를 변화시키는 게 급선무이다"라며 파벨라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아쉬워했다.



[연관기사] 브라질 유탄에 신음하는 아이들…리우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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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한국엔 전쟁없어요?”…‘파벨라’를 가다
    • 입력 2017-08-16 18:22:38
    특파원 리포트
"아저씨, 한국에는 전쟁없어요?" 엄마의 뱃속에서 유탄에 맞은 태아 취재를 위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파벨라를 방문해 만난 어린이들이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파벨라로 불리는 브라질 빈민가에서 어린이들끼리 주고 받는 얘기에서 '전쟁'이란 말이 흔하게 들린다.

이들이 말하는 '전쟁'은 다름 아닌 파벨라에 은신해 있는 마약 등 범죄조직과 경찰간의 총격전을 말하는 것. 취재진의 무선 마이크를 보고 마치 총처럼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총격전은 이들에게 흔한 광경이 돼 버렸다.

 파벨라의 어린이들
리우의 파벨라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위험은 유탄이다. 양측의 총격전에 발생하는 유탄에 올 상반기에만 5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아르투르도 그 중 한 명, 아르투르는 출생 예정 3일 전에 엄마가 파벨라를 걷다가 유탄에 맞아 태아였던 자신도 폐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었다. 곧바로 제왕절개 수술로 세상에 태어나 응급수술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의료진의 지극정성 치료에도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유탄을 맞게 된 아르투르의 엄마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르투르
파벨라 'Cidade de Deus' 신의 도시

파벨라를 소재로 한 'Cidade de Deus'(신의 도시)영화는 2000년 초에 선을 보여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의 범죄조직을 현실적으로 다뤘다고 평을 얻은 영화다. 범죄조직의 우두머리가 파벨라의 한 소년에게 총으로 다른 소년을 쏴 숨지게 하는 잔인한 장면이 나올 만큼 당시 빈민가 파벨라는 범죄조직의 온상이었다.

영화 ‘신의 도시’
하지만 지금까지도 파벨라의 안전은 나아지지 않았다. 당시 영화에 출연했던 한 소년은 최근 경찰관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수배 중이다. 파벨라에서 자란 어린이들 일부가 범죄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안타깝고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파벨라의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총은 낯설지 않고 각종 폭력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범죄조직에 가담하게 된다.

파벨라 취재를 안내한 'Bala Perdida (유탄)'이란 명칭의 NGO를 이끌며 유탄 피해자를 돕고 있는 '클로비스(53세)'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클로비스는 어릴적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에서 자랐다. 인신 매매조직과 마약상들 사이에서 도둑질을 배웠고, 버스에서 승객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했고, 마침내는 마약 밀매에 가담했다가 17년간 교도소에서 복역을 했다. 클로비스는 총격전에 친구들의 죽음을 보고 유탄 피해자들을 돕는 새로운 삶을 찾게 됐다.

파벨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탄피와 ‘Bala Perdida(유탄)’ NGO 대표 클로비스
언덕위에 핀 꽃 '파벨라', 공포가 도사리는 곳

파벨라는 브라질에서 언덕 위에 핀 꽃을 말한다. 언제부터인가 빈민가를 파벨라로 부르는데, 아마도 빈민가가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풍광이 좋은 곳에 자리한 파벨라. 도심이 확장되면서 이들은 도심 주변 산을 찾아 나선 것이다.

취재진은 '신의 도시 파벨라'를 방문했다. '신의 도시'로 가는 길에는 공포가 도사렸다. 파벨라로 이어지는 도로에 중무장한 경찰들이 마약과 총기 소지 여부를 검색하는 검문이 한창이었다.

밤 11시, '신의 도시'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입구마다 UPP라 불리는 경찰평화유지대 대원들이 총격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경찰평화유지대 사무실에는 온통 총탄 자국일 만큼 매일 밤과 낮 시간을 가리지 않고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내를 맡았던 마르께스라는 종군기자는 파벨라의 주민들을 쳐다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총기를 들고 나와 취재진을 향해 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경찰들도 언제 총격전이 벌어질지 모르니 유의하라는 말을 던졌다. 한쪽에선 파벨라 주민들이 술을 마시며 경찰을 야유하기도 했다.

리우 파벨라에서 경계 근무 중인 무장경찰관

총탄 자국 선명한 UPP(경찰평화유지대)사무실
비상걸린 항구도시, 범죄와의 전쟁 軍 투입

요즘 세계적 관광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 해변을 뛰는 관광객들 곁에는 장갑차와 중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범죄조직을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올해 리우시에서 총격에 피살된 경찰관은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파벨라에 경찰평화유지대 치안시설을 설치하고 '범죄와 전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7월 말부터 리우 시에 8천 5백 명의 중무장 병력을 배치했다.

군 부대가 투입된 리우의 해변
총을 멘 마이클 잭슨

리우의 파벨라에 세워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동상에 총이 걸린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에 떠돌고 있다. 경찰은 리우 남부 산타 마르타 파벨라에 있는 마이클 잭슨의 동상에 소총을 걸고 찍은 사진을 SNS에서 확인하고 출처를 확인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방문을 기념해 지난 1996년에 세워진 이 동상은 산타 마르타 파벨라를 관광지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경찰은 빈민가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원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려고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에 항의 또는 세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총을 멘 마이클 잭슨 동상. 리우 남부 파벨라 산타 마르타
'1월의 강' 리우, 아름다움을 되찾을까?

포르투갈어 발음으로 히우 지 자네이루(Rio de Janeiro). 1월의 강이란 뜻의 도시. 1502년 1월 포르투갈 출신의 항해자가 상륙했을 때 구아나바라 만을 강의 하구로 잘못 알고 '1월의 강' 이라는 뜻을 가진 히우 지 자네이루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후 주와 도시의 이름이 되었다. 대서양 연안에 자리잡은 세계적 미항으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범죄와의 전쟁이 펼쳐지는 그늘이 함께 하는 곳이다.

브라질 정부의 강력한 소탕작전이 효력을 발휘할까? 파벨라의 주민들은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처럼 범죄조직원들은 단속을 피해 또 다른 파벨라로 은신할 것을 걱정한다. 'Bala Perdida(유탄)' NGO를 이끌고 있는 클로비스는 "빈곤이 있는 한 파벨라는 존재할 것이다. 공권력은 오로지 폭력과 대립을 일으키고 총격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될 것이다. 파벨라를 변화시키는 게 급선무이다"라며 파벨라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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