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두 남자의 두 번째 인생 “공포의 순간에 깨달은 것은…”

입력 2017.08.17 (16: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특파원 리포트] 두 남자의 두 번째 인생 “공포의 순간에 깨달은 것은…”

[특파원 리포트] 두 남자의 두 번째 인생 “공포의 순간에 깨달은 것은…”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배경으로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아니면 여행객처럼 다정히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남자. 하지만 이들은 기구한 운명의 인연으로 만난 전혀 낯선 관계다. 운명의 인연이란 두 사람 모두 골든게이트 브릿지에서 뛰어내렸고 또 지금 모두 살아있다는 것이다.

케빈 하인스(왼쪽)와 캔 볼드윈(오른쪽) 씨.


케빈은 “저 다리에서 뛰어내린 건 2000년 9월 25일, 월요일이었어요”라며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19살의 케빈은 심한 조울증을 앓고 있었고 가족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죄책감에 자살을 결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케빈은 “발이 다리 난간에서 떨어지고 수천 분의 일 초도 안 된 그 짧은 순간에 곧바로 저의 행동을 후회했어요”라고 말한다.

캔 역시 “뛰어내리는 순간 바로 깨달았어요. 이게 제가 한 일 가운데 가장 멍청한 일이라고, 모든 것은 바뀔 수 있는 건데...”라며 비슷한 경험을 얘기한다. 캔도 1985년 8월 20일 골든게이트 브릿지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당시 28살이었고 캔은 우울증 증세가 심했다. 3살 된 딸과 아내가 있었지만 캔 역시 자신의 우울증이 가족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다.


케빈은 당시 40분 동안 눈물을 흘리며 다리 한가운데 서 있었지만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단 한 사람, 한 여성이 다가와 건넨 말은 “사진 좀 찍어주세요”였고, 그 말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 역시 나 같은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그리고 케빈은 그 여성이 떠난 뒤 곧바로 다리에서 뛰어 내렸다.

“만일 어떤 사람이 '괜찮아요?’, '무슨 걱정이 있나요?’,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을 붙여왔다면 모든 것을 얘기하고 그 사람을 의지하고 도움을 받았을 겁니다.”

케빈이 물까지 떨어진 시간은 4초에 불과했지만 그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죽기 싫어! 신이여 살려주세요! 라며 곧바로 후회했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이 밀려왔고, 다시 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죠.”

그리고 68m 높이를 시속 120Km로 떨어져 마치 콘크리트에 부딪히는 듯한 충격에 그 고통은 떠올리기도 싫다고 말한다. 척추가 손상되는 등 중상을 입었지만, 케빈은 그 순간 필사적으로 살아나겠다고 몸부림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지만 물 위를 향해 온 힘을 다해 헤엄쳐 나갔다.

그리고 그를 발견한 해안경비대원 마커스 버틀러가 케빈을 물에서 구해냈다. 버틀러는 당시 자신이 그곳에서 일한 4년 동안 모두 57명의 사람을 물속에서 끄집어냈지만, 케빈이 유일하게 살아있던 사람이라며 놀라워했다.


케빈과는 달리 캔은 다리에 갔을 때 겉으로는 불안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게 하려고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속으론 두려움에 떨었다.

“다리 난간으로 걸어갔을 때 정말 무서웠어요. 너무 무서워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없었어요. 근처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10까지 센 후에 뛰어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오면서 직장과 그의 삶이 차례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추락하는 4초 동안 사랑하던 수많은 사람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손이 다리 난간에서 떨어지는 걸 봤어요. 정말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내 아내와 딸,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내가 죽은 뒤 남겨질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떠올랐어요. 모든 것이 더 잘될 수 있었는데, 내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었는데... 그런데 전 떨어지고 있었어요. 이건 바꿀 수 없었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캔 역시 해안경비대에 발견돼 구조됐다. 추락하면서 폐가 손상돼 호흡하기도 어려웠지만, 구조되기까지 7분 동안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였다.

“어처구니없게도 뛰어내리던 그 순간, 죽으려고 하던 순간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저 사람들과 미치도록 살고 싶구나 하는 것을 깨달은 거죠.”



하지만 물에 빠져있던 그 순간에도 케빈도 캔도 혼자가 아니었다. 어떤 힘이 자신을 물 위로 떠받쳐 밀어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힘은 사랑하던 아내와 딸, 가족과 사람들이었다. 또 해안경비대원들도 당시 추락을 목격한 사람들이 속속 경비대에 구조를 요청해왔고, 그래서 빨리 출동해서 이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케빈과 캔은 다시 사랑하던 사람들 곁으로 돌아갔다다. 그리고 다시 얻은 두 번째 인생은 모든 것을 바꿔놨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에게 다리에서 뛰어내리기 전까지는 하지 못했던 마음을 열어놓게 됐고, 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 것이다.

캔에게 물어봤다. 28년 전으로 돌아가서 당신이 다리 위에 서 있던 캔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봐라, 그 사람들이 ‘넌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하는 말을 믿어라.
그리고 나는 날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려운 날이 닥쳐도 ‘좋아 난 헤쳐나갈 수 있어’라고 용기를 줄 겁니다."

케빈도 이런 말을 한다.

"오늘은 내일이 아닙니다. 지금 당신이 어떤 종류의 고통을 겪고 있을지라도 그 고통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그리고 지금 내 아내와 아버지를 너무도 사랑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두 남자의 두 번째 인생 “공포의 순간에 깨달은 것은…”
    • 입력 2017-08-17 16:34:57
    특파원 리포트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배경으로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아니면 여행객처럼 다정히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남자. 하지만 이들은 기구한 운명의 인연으로 만난 전혀 낯선 관계다. 운명의 인연이란 두 사람 모두 골든게이트 브릿지에서 뛰어내렸고 또 지금 모두 살아있다는 것이다.

케빈 하인스(왼쪽)와 캔 볼드윈(오른쪽) 씨.


케빈은 “저 다리에서 뛰어내린 건 2000년 9월 25일, 월요일이었어요”라며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19살의 케빈은 심한 조울증을 앓고 있었고 가족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죄책감에 자살을 결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케빈은 “발이 다리 난간에서 떨어지고 수천 분의 일 초도 안 된 그 짧은 순간에 곧바로 저의 행동을 후회했어요”라고 말한다.

캔 역시 “뛰어내리는 순간 바로 깨달았어요. 이게 제가 한 일 가운데 가장 멍청한 일이라고, 모든 것은 바뀔 수 있는 건데...”라며 비슷한 경험을 얘기한다. 캔도 1985년 8월 20일 골든게이트 브릿지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당시 28살이었고 캔은 우울증 증세가 심했다. 3살 된 딸과 아내가 있었지만 캔 역시 자신의 우울증이 가족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다.


케빈은 당시 40분 동안 눈물을 흘리며 다리 한가운데 서 있었지만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단 한 사람, 한 여성이 다가와 건넨 말은 “사진 좀 찍어주세요”였고, 그 말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 역시 나 같은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그리고 케빈은 그 여성이 떠난 뒤 곧바로 다리에서 뛰어 내렸다.

“만일 어떤 사람이 '괜찮아요?’, '무슨 걱정이 있나요?’,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을 붙여왔다면 모든 것을 얘기하고 그 사람을 의지하고 도움을 받았을 겁니다.”

케빈이 물까지 떨어진 시간은 4초에 불과했지만 그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죽기 싫어! 신이여 살려주세요! 라며 곧바로 후회했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이 밀려왔고, 다시 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죠.”

그리고 68m 높이를 시속 120Km로 떨어져 마치 콘크리트에 부딪히는 듯한 충격에 그 고통은 떠올리기도 싫다고 말한다. 척추가 손상되는 등 중상을 입었지만, 케빈은 그 순간 필사적으로 살아나겠다고 몸부림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지만 물 위를 향해 온 힘을 다해 헤엄쳐 나갔다.

그리고 그를 발견한 해안경비대원 마커스 버틀러가 케빈을 물에서 구해냈다. 버틀러는 당시 자신이 그곳에서 일한 4년 동안 모두 57명의 사람을 물속에서 끄집어냈지만, 케빈이 유일하게 살아있던 사람이라며 놀라워했다.


케빈과는 달리 캔은 다리에 갔을 때 겉으로는 불안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게 하려고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속으론 두려움에 떨었다.

“다리 난간으로 걸어갔을 때 정말 무서웠어요. 너무 무서워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없었어요. 근처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10까지 센 후에 뛰어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오면서 직장과 그의 삶이 차례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추락하는 4초 동안 사랑하던 수많은 사람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손이 다리 난간에서 떨어지는 걸 봤어요. 정말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내 아내와 딸,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내가 죽은 뒤 남겨질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떠올랐어요. 모든 것이 더 잘될 수 있었는데, 내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었는데... 그런데 전 떨어지고 있었어요. 이건 바꿀 수 없었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캔 역시 해안경비대에 발견돼 구조됐다. 추락하면서 폐가 손상돼 호흡하기도 어려웠지만, 구조되기까지 7분 동안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였다.

“어처구니없게도 뛰어내리던 그 순간, 죽으려고 하던 순간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저 사람들과 미치도록 살고 싶구나 하는 것을 깨달은 거죠.”



하지만 물에 빠져있던 그 순간에도 케빈도 캔도 혼자가 아니었다. 어떤 힘이 자신을 물 위로 떠받쳐 밀어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힘은 사랑하던 아내와 딸, 가족과 사람들이었다. 또 해안경비대원들도 당시 추락을 목격한 사람들이 속속 경비대에 구조를 요청해왔고, 그래서 빨리 출동해서 이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케빈과 캔은 다시 사랑하던 사람들 곁으로 돌아갔다다. 그리고 다시 얻은 두 번째 인생은 모든 것을 바꿔놨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에게 다리에서 뛰어내리기 전까지는 하지 못했던 마음을 열어놓게 됐고, 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 것이다.

캔에게 물어봤다. 28년 전으로 돌아가서 당신이 다리 위에 서 있던 캔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봐라, 그 사람들이 ‘넌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하는 말을 믿어라.
그리고 나는 날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려운 날이 닥쳐도 ‘좋아 난 헤쳐나갈 수 있어’라고 용기를 줄 겁니다."

케빈도 이런 말을 한다.

"오늘은 내일이 아닙니다. 지금 당신이 어떤 종류의 고통을 겪고 있을지라도 그 고통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그리고 지금 내 아내와 아버지를 너무도 사랑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