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콜럼버스는 원주민 학살자?…역사 재평가 논란 확산

입력 2017.10.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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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콜럼버스는 원주민 학살자?…역사 재평가 논란 확산

[특파원 리포트] 콜럼버스는 원주민 학살자?…역사 재평가 논란 확산



콜럼버스 데이…맨해튼 최대의 기념 퍼레이드 펼쳐져

미국에선 10월 둘째주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로 정해 기념한다.

지금부터 520여 년 전, 스페인 배를 타고 지구 끝으로 떠나는 모험을 감행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른바 "신대륙"을 발견했다 일컬어지는 1492년 10월 12일을 기리는 날이다.

미국 내 상당수 주에서는 공휴일로 정해 사람들은 3일 연휴를 즐기고, 대형 기념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퍼레이드가 연중 행사로 펼쳐지는 맨해튼에서도 콜럼버스 데이 퍼레이드가 규모와 그 화려함 면에서 최고로 손꼽힐 정도란 평가를 받는다.

뉴욕의 콜럼버스 데이는 거의 '이탈리아의 날'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거리 곳곳은 이탈리아 국기로 가득하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탈리아인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양한 경로와 사연을 갖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탈리아 이민자들과 이탈리아 산 자동차들이 퍼레이드를 주도한다.

하지만, 참가를 희망하면 모두 받아주는 맨해튼 퍼레이드의 특성상 각양각색의 단체들이 참가해 많은 사람들이 도심을 활보하는 기쁨을 만끽한다.

올해는 비가 부스부슬 내리는 와 중에도 대형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콜럼버스는 학살자?”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을 것 같은 뉴욕 맨해튼 중심의 콜럼버스 서클에 한 시위대가 등장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 원주민을 학살하고 노예화하거나 전염병을 전파했다며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콜럼버스 서클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콜롬버스 동상을 즉시 철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퍼레이드가 있던 도심 곳곳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그 현장은 곧바로 찬반의 토론장으로 변했다.

콜럼버스 비판 시위에 동참한 챨스 배런 뉴욕주 의회 의원은 콜럼버스는 살인자고, 인종차별주의자였으며, 식민주의자였고 그리고 그리고 흑인들을 노예화 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콜럼버스를 비판하면서도 사실 관계가 부정확한 것이 많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상황을 현대의 윤리적 잣대에 따라 비판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위대가 주장을 펼치는 동안, 그 내용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뉴저지 주민 마크 씨는 콜럼버스의 행적에 대해 잘못된 지적이 많고, 500년 전 일을 갖고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이제 앞으로 어디로 향할껀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럼버스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트럼프 VS 오바마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콜럼버스의 날'을 기념해 발표한 선언문에, 미국 정복·개척사의 어두운 그림자인 북미 원주민에 대한 언급이 빠져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언문에서 콜럼버스에 대해 "탐험과 발견의 시대를 열었다"면서 "유럽인들의 영구적 신대륙 도착은 인간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위대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한 장을 연 전환기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1년 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콜럼버스의 날 선언문에서 "이 풍요로운 역사를 기념함에 있어 우리는 유럽 개척자들이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이 곳에 거주해온 원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괴로움도 인정해야 한다. 폭력과 박탈, 질병이 그것"이라며 '다문화'와 '포용'을 강조했다.

CNN 방송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콜럼버스를 찬양하며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계의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도 썩 유쾌한 하루를 보내지 못했다.

지난 8월, 중남미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콜럼버스 동상 존치의 필요성을 심의해보자며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이같은 모습이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분노를 사 뉴욕시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콜럼버스 데이 퍼레이드에 초청을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인종 간 갈등에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평가 논란으로 확산

지난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로버트 리 남부연합 장군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며 시작된 인종 간 갈등은 여전히 계속 진행 중이다.

잠잠해지나 싶었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지난 7일, 같은 장소에서 기습 휏불 시위를 다시 벌였다.

하지만, 이같은 인종 간 갈등이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이나 남부 연합군 상징물 철거 여부를 둘러싼 갈등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의 숨겨진 과거 행적에 대한 재평가와 이 인물의 동상 철거 찬반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에서만도 탐험가 콜럼버스 뿐만 아니라, 그리고 미국의 18대 대통령을 지냈던 율리시스 그란트 그리고 의사 마리온 심스의 숨겨진 행적에 대한 재평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역사적 인물들의 행적에 대한 재평가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콜럼버스 기념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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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콜럼버스는 원주민 학살자?…역사 재평가 논란 확산
    • 입력 2017-10-10 10:46:42
    특파원 리포트


콜럼버스 데이…맨해튼 최대의 기념 퍼레이드 펼쳐져

미국에선 10월 둘째주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로 정해 기념한다.

지금부터 520여 년 전, 스페인 배를 타고 지구 끝으로 떠나는 모험을 감행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른바 "신대륙"을 발견했다 일컬어지는 1492년 10월 12일을 기리는 날이다.

미국 내 상당수 주에서는 공휴일로 정해 사람들은 3일 연휴를 즐기고, 대형 기념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퍼레이드가 연중 행사로 펼쳐지는 맨해튼에서도 콜럼버스 데이 퍼레이드가 규모와 그 화려함 면에서 최고로 손꼽힐 정도란 평가를 받는다.

뉴욕의 콜럼버스 데이는 거의 '이탈리아의 날'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거리 곳곳은 이탈리아 국기로 가득하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탈리아인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양한 경로와 사연을 갖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탈리아 이민자들과 이탈리아 산 자동차들이 퍼레이드를 주도한다.

하지만, 참가를 희망하면 모두 받아주는 맨해튼 퍼레이드의 특성상 각양각색의 단체들이 참가해 많은 사람들이 도심을 활보하는 기쁨을 만끽한다.

올해는 비가 부스부슬 내리는 와 중에도 대형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콜럼버스는 학살자?”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을 것 같은 뉴욕 맨해튼 중심의 콜럼버스 서클에 한 시위대가 등장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 원주민을 학살하고 노예화하거나 전염병을 전파했다며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콜럼버스 서클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콜롬버스 동상을 즉시 철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퍼레이드가 있던 도심 곳곳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그 현장은 곧바로 찬반의 토론장으로 변했다.

콜럼버스 비판 시위에 동참한 챨스 배런 뉴욕주 의회 의원은 콜럼버스는 살인자고, 인종차별주의자였으며, 식민주의자였고 그리고 그리고 흑인들을 노예화 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콜럼버스를 비판하면서도 사실 관계가 부정확한 것이 많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상황을 현대의 윤리적 잣대에 따라 비판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위대가 주장을 펼치는 동안, 그 내용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뉴저지 주민 마크 씨는 콜럼버스의 행적에 대해 잘못된 지적이 많고, 500년 전 일을 갖고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이제 앞으로 어디로 향할껀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럼버스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트럼프 VS 오바마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콜럼버스의 날'을 기념해 발표한 선언문에, 미국 정복·개척사의 어두운 그림자인 북미 원주민에 대한 언급이 빠져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언문에서 콜럼버스에 대해 "탐험과 발견의 시대를 열었다"면서 "유럽인들의 영구적 신대륙 도착은 인간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위대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한 장을 연 전환기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1년 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콜럼버스의 날 선언문에서 "이 풍요로운 역사를 기념함에 있어 우리는 유럽 개척자들이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이 곳에 거주해온 원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괴로움도 인정해야 한다. 폭력과 박탈, 질병이 그것"이라며 '다문화'와 '포용'을 강조했다.

CNN 방송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콜럼버스를 찬양하며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계의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도 썩 유쾌한 하루를 보내지 못했다.

지난 8월, 중남미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콜럼버스 동상 존치의 필요성을 심의해보자며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이같은 모습이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분노를 사 뉴욕시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콜럼버스 데이 퍼레이드에 초청을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인종 간 갈등에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평가 논란으로 확산

지난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로버트 리 남부연합 장군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며 시작된 인종 간 갈등은 여전히 계속 진행 중이다.

잠잠해지나 싶었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지난 7일, 같은 장소에서 기습 휏불 시위를 다시 벌였다.

하지만, 이같은 인종 간 갈등이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이나 남부 연합군 상징물 철거 여부를 둘러싼 갈등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의 숨겨진 과거 행적에 대한 재평가와 이 인물의 동상 철거 찬반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에서만도 탐험가 콜럼버스 뿐만 아니라, 그리고 미국의 18대 대통령을 지냈던 율리시스 그란트 그리고 의사 마리온 심스의 숨겨진 행적에 대한 재평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역사적 인물들의 행적에 대한 재평가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콜럼버스 기념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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