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철강 스캔들’로 日 제조업 ‘휘청’…데이터 조작·비자격 검사까지

입력 2017.10.14 (19:16) 수정 2017.10.1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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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철강 스캔들’로 日 제조업 ‘휘청’…데이터 조작·비자격 검사까지

[특파원 리포트] ‘철강 스캔들’로 日 제조업 ‘휘청’…데이터 조작·비자격 검사까지


도요타, 닛삿, 혼다, 스바루, 마쓰다, 미쓰비시 자동차의 공통점은? 여기에 미국의 GM과 포드까지 더한다면? 모두 데이터 조작으로 기준 미달 제품을 출하한 고베 제강으로부터 납품받은 기업들이다.

자동차만 있는 게 아니다. 항공 관련 회사로는 미쓰비시중공업, IHI에 미 보잉, 그리고 방위성이 납품처에 올라있고, 철도회사로는 JR히가시니혼, JR도카이, JR니시니혼 등 주요 신칸센 운용 회사들이 재료 부품을 받아 신칸센 제작에 사용했다. 전기 회사로는 히타치, 파나소닉, 다이킨공업, 미쓰비시전기 등이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도쿄 전력이 원전 관련 부품을 고베 제강에서 납품받은 사실이다. (마이니치 신문 정리)


자동차, 항공, 방산, 원전 등 모두 재료의 완성도가 제품 전체의 안전도와 지극히 관련성이 높은 분야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회사의 검사에서는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들이 나오고 있다지만, 고베 제강은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며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전체 납품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고베 제강, 1905년에 창업한 일본 3위의 철강 메카이다. 철강 사업뿐 아니라 알루미늄, 동 제품 사업, 건설기계, 전력 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그룹 매출이 10조 7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회사다.

그런데 이렇게 큰 회사치고는 조작 행태가 너무 노골적이다. 처음에는 알루미늄 제품과 동 제품, 그리고 대상 기간도 최근 1년간 뿐이었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그 부정 사례가 늘어 일본 본사뿐 아니라 중국과 타이, 말레이시아 등의 자회사까지 관련 9개 회사가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

정 출하 기간은 2007년 4월 이후 무려 10년에 달한다. 부정출하 제품도 알루미늄과 동제품 뿐 아니라 특수강, 스테인레스강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주력 제품인 철강에까지 의심의 눈초리가 미치고 있다.

고베 제강이 애초에 왜 이런 부정을 저질렀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고베 제강의 가와사키 회장은 13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납기를 맞추기 위해, 또 기준 미달 제품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기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문제는 회사 전체에 퍼져 있는 도덕 불감증이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 데이터를 고치는 것뿐 아니라, 아예 검사도 하지 않고 데이터를 날조해 납품하기도 했다. 또 이사회가 이를 알고도 넘어가는 등 밑에서부터 위까지 심각한 모럴 해저드가 만연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두 개 사업장뿐 아니라, 해외의 자회사까지 비슷한 조작을 해온 걸 보면 '조작'과 '대충대충'이 일종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말만으로도 신뢰를 보내는 일본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은 우직할 정도로 약속을 지키고, 완성도를 따지는 일본 전통의 '모노 즈쿠리(物作り)'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기업들이 보이는 도덕적 해이는 이런 정신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달에만 해도 닛산 자동차가 무자격자에게 완성차 검사를 맡겼다가 적발돼 110만 대를 리콜하기에 이르렀고, 중견 화학회사는 인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화공 약품임을 알면서도 옷의 무늬를 선명하게 하겠다며 사용해 문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미쓰비시 자동차가 연비를 조작해 사죄했고, 원전 사업의 손실을 덮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도시바, 불량 에어백 문제를 덮으려다 결국 파산하게 된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 다카다 등의 사례에도 결국 순간의 이익을 위해 잘못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은 도덕적 해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언론들이 이번 고베 제강 사태를 '철강 스캔들'이라며 주시하는 것도 결국은 일본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이번 사태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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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4 19:16:39
    • 수정2017-10-14 21: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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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닛삿, 혼다, 스바루, 마쓰다, 미쓰비시 자동차의 공통점은? 여기에 미국의 GM과 포드까지 더한다면? 모두 데이터 조작으로 기준 미달 제품을 출하한 고베 제강으로부터 납품받은 기업들이다. 자동차만 있는 게 아니다. 항공 관련 회사로는 미쓰비시중공업, IHI에 미 보잉, 그리고 방위성이 납품처에 올라있고, 철도회사로는 JR히가시니혼, JR도카이, JR니시니혼 등 주요 신칸센 운용 회사들이 재료 부품을 받아 신칸센 제작에 사용했다. 전기 회사로는 히타치, 파나소닉, 다이킨공업, 미쓰비시전기 등이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도쿄 전력이 원전 관련 부품을 고베 제강에서 납품받은 사실이다. (마이니치 신문 정리) 자동차, 항공, 방산, 원전 등 모두 재료의 완성도가 제품 전체의 안전도와 지극히 관련성이 높은 분야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회사의 검사에서는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들이 나오고 있다지만, 고베 제강은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며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전체 납품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고베 제강, 1905년에 창업한 일본 3위의 철강 메카이다. 철강 사업뿐 아니라 알루미늄, 동 제품 사업, 건설기계, 전력 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그룹 매출이 10조 7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회사다. 그런데 이렇게 큰 회사치고는 조작 행태가 너무 노골적이다. 처음에는 알루미늄 제품과 동 제품, 그리고 대상 기간도 최근 1년간 뿐이었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그 부정 사례가 늘어 일본 본사뿐 아니라 중국과 타이, 말레이시아 등의 자회사까지 관련 9개 회사가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 정 출하 기간은 2007년 4월 이후 무려 10년에 달한다. 부정출하 제품도 알루미늄과 동제품 뿐 아니라 특수강, 스테인레스강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주력 제품인 철강에까지 의심의 눈초리가 미치고 있다. 고베 제강이 애초에 왜 이런 부정을 저질렀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고베 제강의 가와사키 회장은 13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납기를 맞추기 위해, 또 기준 미달 제품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기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문제는 회사 전체에 퍼져 있는 도덕 불감증이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 데이터를 고치는 것뿐 아니라, 아예 검사도 하지 않고 데이터를 날조해 납품하기도 했다. 또 이사회가 이를 알고도 넘어가는 등 밑에서부터 위까지 심각한 모럴 해저드가 만연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두 개 사업장뿐 아니라, 해외의 자회사까지 비슷한 조작을 해온 걸 보면 '조작'과 '대충대충'이 일종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말만으로도 신뢰를 보내는 일본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은 우직할 정도로 약속을 지키고, 완성도를 따지는 일본 전통의 '모노 즈쿠리(物作り)'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기업들이 보이는 도덕적 해이는 이런 정신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달에만 해도 닛산 자동차가 무자격자에게 완성차 검사를 맡겼다가 적발돼 110만 대를 리콜하기에 이르렀고, 중견 화학회사는 인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화공 약품임을 알면서도 옷의 무늬를 선명하게 하겠다며 사용해 문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미쓰비시 자동차가 연비를 조작해 사죄했고, 원전 사업의 손실을 덮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도시바, 불량 에어백 문제를 덮으려다 결국 파산하게 된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 다카다 등의 사례에도 결국 순간의 이익을 위해 잘못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은 도덕적 해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언론들이 이번 고베 제강 사태를 '철강 스캔들'이라며 주시하는 것도 결국은 일본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이번 사태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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