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무장강도 표적된 한인 노부부…브라질 “끔찍한 범행” 경악

입력 2017.12.10 (07:25) 수정 2017.12.1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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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70代 한인 노부부 폭행·사망…“노인까지 표적” 경악

[특파원리포트] 70代 한인 노부부 폭행·사망…“노인까지 표적” 경악

"이민 1세대 한국인 노부부를 상대로한 끔찍하고 잔인한 범행이었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요 방송사들이 지난 4일부터 심층보도하는 헤드라인 뉴스다.

지구 반대편 남미 최대도시 브라질 상파울루시에서 강·절도 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현지시각 4일 새벽 한인 노부부 가정집에 침입한 4인조 총기강도들의 범죄 행태에 브라질 현지 언론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끔찍한' 이란 표현을 쓸 만큼 노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폭행이 있었고 이로 인해 70대 노인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한인 교포 김 씨 집한인 교포 김 씨 집

병원 중환자실 입원중인 부인 강 모 씨병원 중환자실 입원중인 부인 강 모 씨

■한국인 노부부가 범죄 표적…왜?

4인조 총기 강도가 상파울루시 71살 김 모 씨 집에 침입한 건 12월 4일 새벽 2시, 이웃한 집의 지붕을 타고 넘어 들어와 베란다로 침입한 강도들은 잠을 자고 있던 김 씨 부부에게 총을 겨눴다.

그리고는 손을 묶고 둔기와 주먹 등으로 무자비하게 이들 노부부를 때리며 현금을 요구했다. 현금 2천 헤알(한화 70만 원 정도)을 건네자 강도들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데 왜 돈이 없냐?"며 다시 때리기 시작했다. 70살 부인 강 모 씨는 "아들이 운영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이들은 강 씨의 얼굴 등을 때리고 김 씨의 목을 조르며 복부를 심하게 때렸다.

이들은 1시간 반동안 집안 곳곳을 뒤지고 현금과 TV 등 전자제품을 훔쳐 김 씨의 차에 싣고 달아났다. 범인들에게 맞아 정신을 잃은 김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으며, 중상을 입은 부인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김 씨는 브라질 이민 1세대다. 중환자실에서 만난 부인 강 씨는 얼굴엔 온통 멍이 든 채 "아저씨(남편) 장례식에도 못갔어요" 라며 울먹이면서 남편의 사망소식을 알고 있다고 힘들게 더듬더듬 말을 전달했다.

브라질 현지언론 보도 모습. 방송보도 하단 자막은 “상파울루의 ‘잔인한 노인 폭행’ 이라는 뜻이다.브라질 현지언론 보도 모습. 방송보도 하단 자막은 “상파울루의 ‘잔인한 노인 폭행’ 이라는 뜻이다.

■“노인에게 저지른 잔인한 범죄”

브라질 현지 언론들은 4인조 총기 강도들의 범죄 행태를 낱낱이 보도하고 있다. 김 씨 집안까지 촬영을 하며 범인들이 뒤진 흔적 등을 보도하고 그래픽을 활용해 노부부를 상대로 한 폭행을 상세히 방송하고 있다.

노인들을 배려하는 브라질 문화에 충격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여느 건물 주차장에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주차장 표시가 있다. 'Idoso' 노인만을 위한 주차공간이다. 장애인 주차공간과 별도로 마련돼 있다.

만약 노인 주차공간에 주차할 경우 벌금을 물게 된다. 그만큼 노인을 우선하는 문화속에서 이번 사건은 김 씨 부부가 한국에서 온 이민자일지라도 브라질인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카메라에 잡힌 오토바이 총기 강도카메라에 잡힌 오토바이 총기 강도

■상파울루시 상반기 2천여 명 강력사건에 피살

지구 반대편 인구 천2백만 명의 남미 최대도시 브라질 상파울루시에 살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지켜야 할 사항이 스스로의 안전이다.

상파울루시 아파트 단지 입구마다 군인 복장으로 한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아파트 주민이라도 출입증이나 지문인식 등으로 출입해야 한다. 때로는 안전요원들이 총기를 휴대하기도 한다.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할때는 반드시 문부터 잠그고 출발하고 앞차가 정차중이라면 천천히 앞차에 접근해 언제든 비상시에(오토바이를 탄 총기 강도 접근) 다른 차선으로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만큼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상파울루시에서 올들어 상반기까지 일어난 살인 사건 사망자는 2천 87명(브라질 국립통계원,브라질 공공치안 포럼)인구 10만 명당으로 따지는 치안 수치로는 17명이 숨졌다.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OECD 대부분 국가 1~2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역시나 치안이 불안한 멕시코의 16명과 비슷한 통계다.

경찰서 앞 주차된 상파울루 시 경찰차경찰서 앞 주차된 상파울루 시 경찰차

■치안불안은 또 다른 ‘브라질 코스트(비용)’

'Aqui Brasil(아끼 브라지우)'...흔히 외국인들이 브라질에서 살면서 듣는 말이다.

외국인들 자신의 모국의 삶 방식과 상충될 때 불만을 터뜨리면 브라질 국민들은 '아끼 브라지우'라며 브라질에서는 브라질 규칙,관습을 따르라며 하는 말이다. 여기에 대응해서 외국인들은 '브라질 코스트(비용)'을 따진다.

복잡한 노무관리와 관료주의,과도한 세금, 인프라 부족 등을 '브라질 코스트'로 꼽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치안 불안은 '브라질 코스트'를 증가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우리나라처럼 길에서 휴대폰을 자유롭게 보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일이다. 대부분 시민들은 상점안이나 지하철 안 등 건물 내부에서만 휴대폰을 꺼내 급한 메시지와 뉴스 등을 확인한다. 거리의 날치기 또는 강도가 빈번하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강,절도 등 치안 불안에 개인 스스로 치안을 위한 경계를 늘 유지해야 하는 만큼 치안 유지를 위한 비용도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경찰의 공공치안 유지활동도 정부와 시 재정부족에 활발하게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파울루 한인상가 ‘봉헤치루’상파울루 한인상가 ‘봉헤치루’

■치안 부재에 “시민 스스로 지킬 수 밖에”

상파울루시 정부는 '깨끗한 상파울루 만들기'와 함께 '안전한 상파울루'를 만들기 위해 최근 경찰을 동원해 도심 공원에 모여 마약을 투약하는 거리의 마약 범죄자들을 소탕하고 고급 주택가에서 활개치던 총기강도 10명을 사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치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인상가가 밀집한 도심 '봉헤치루'에서는 최근 현금을 인출하고 나오던 한인교민을 따라가 총을 들이대고 현금을 강탈하려던 강도가 한인과 몸싸움 끝에 도주하다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봉헤치루의 치안이 불안하자 한인 2명이 CCTV 40대를 구입해 거리에 설치하고 치안 확보에 나섰다.

상파울루 거리 곳곳 설치된 CCTV가 많지 않은데다 화질이 떨어져 범행 뒤 범인 색출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치안이 불안하면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상가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즉,상파울루시의 치안 불안은 소비자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브라질 경제발전을 막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브라질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에서 올해는 플러스로 돌아 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각종 경제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이러한 치안 불안은 경제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연관 기사] [뉴스9] 브라질 교포 노부부 집에 4인조 강도…남편 숨져(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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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무장강도 표적된 한인 노부부…브라질 “끔찍한 범행” 경악
    • 입력 2017-12-10 07:25:05
    • 수정2017-12-10 08:39:42
    특파원 리포트
"이민 1세대 한국인 노부부를 상대로한 끔찍하고 잔인한 범행이었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요 방송사들이 지난 4일부터 심층보도하는 헤드라인 뉴스다.

지구 반대편 남미 최대도시 브라질 상파울루시에서 강·절도 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현지시각 4일 새벽 한인 노부부 가정집에 침입한 4인조 총기강도들의 범죄 행태에 브라질 현지 언론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끔찍한' 이란 표현을 쓸 만큼 노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폭행이 있었고 이로 인해 70대 노인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한인 교포 김 씨 집
병원 중환자실 입원중인 부인 강 모 씨
■한국인 노부부가 범죄 표적…왜?

4인조 총기 강도가 상파울루시 71살 김 모 씨 집에 침입한 건 12월 4일 새벽 2시, 이웃한 집의 지붕을 타고 넘어 들어와 베란다로 침입한 강도들은 잠을 자고 있던 김 씨 부부에게 총을 겨눴다.

그리고는 손을 묶고 둔기와 주먹 등으로 무자비하게 이들 노부부를 때리며 현금을 요구했다. 현금 2천 헤알(한화 70만 원 정도)을 건네자 강도들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데 왜 돈이 없냐?"며 다시 때리기 시작했다. 70살 부인 강 모 씨는 "아들이 운영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이들은 강 씨의 얼굴 등을 때리고 김 씨의 목을 조르며 복부를 심하게 때렸다.

이들은 1시간 반동안 집안 곳곳을 뒤지고 현금과 TV 등 전자제품을 훔쳐 김 씨의 차에 싣고 달아났다. 범인들에게 맞아 정신을 잃은 김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으며, 중상을 입은 부인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김 씨는 브라질 이민 1세대다. 중환자실에서 만난 부인 강 씨는 얼굴엔 온통 멍이 든 채 "아저씨(남편) 장례식에도 못갔어요" 라며 울먹이면서 남편의 사망소식을 알고 있다고 힘들게 더듬더듬 말을 전달했다.

브라질 현지언론 보도 모습. 방송보도 하단 자막은 “상파울루의 ‘잔인한 노인 폭행’ 이라는 뜻이다.
■“노인에게 저지른 잔인한 범죄”

브라질 현지 언론들은 4인조 총기 강도들의 범죄 행태를 낱낱이 보도하고 있다. 김 씨 집안까지 촬영을 하며 범인들이 뒤진 흔적 등을 보도하고 그래픽을 활용해 노부부를 상대로 한 폭행을 상세히 방송하고 있다.

노인들을 배려하는 브라질 문화에 충격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여느 건물 주차장에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주차장 표시가 있다. 'Idoso' 노인만을 위한 주차공간이다. 장애인 주차공간과 별도로 마련돼 있다.

만약 노인 주차공간에 주차할 경우 벌금을 물게 된다. 그만큼 노인을 우선하는 문화속에서 이번 사건은 김 씨 부부가 한국에서 온 이민자일지라도 브라질인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카메라에 잡힌 오토바이 총기 강도
■상파울루시 상반기 2천여 명 강력사건에 피살

지구 반대편 인구 천2백만 명의 남미 최대도시 브라질 상파울루시에 살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지켜야 할 사항이 스스로의 안전이다.

상파울루시 아파트 단지 입구마다 군인 복장으로 한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아파트 주민이라도 출입증이나 지문인식 등으로 출입해야 한다. 때로는 안전요원들이 총기를 휴대하기도 한다.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할때는 반드시 문부터 잠그고 출발하고 앞차가 정차중이라면 천천히 앞차에 접근해 언제든 비상시에(오토바이를 탄 총기 강도 접근) 다른 차선으로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만큼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상파울루시에서 올들어 상반기까지 일어난 살인 사건 사망자는 2천 87명(브라질 국립통계원,브라질 공공치안 포럼)인구 10만 명당으로 따지는 치안 수치로는 17명이 숨졌다.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OECD 대부분 국가 1~2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역시나 치안이 불안한 멕시코의 16명과 비슷한 통계다.

경찰서 앞 주차된 상파울루 시 경찰차
■치안불안은 또 다른 ‘브라질 코스트(비용)’

'Aqui Brasil(아끼 브라지우)'...흔히 외국인들이 브라질에서 살면서 듣는 말이다.

외국인들 자신의 모국의 삶 방식과 상충될 때 불만을 터뜨리면 브라질 국민들은 '아끼 브라지우'라며 브라질에서는 브라질 규칙,관습을 따르라며 하는 말이다. 여기에 대응해서 외국인들은 '브라질 코스트(비용)'을 따진다.

복잡한 노무관리와 관료주의,과도한 세금, 인프라 부족 등을 '브라질 코스트'로 꼽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치안 불안은 '브라질 코스트'를 증가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우리나라처럼 길에서 휴대폰을 자유롭게 보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일이다. 대부분 시민들은 상점안이나 지하철 안 등 건물 내부에서만 휴대폰을 꺼내 급한 메시지와 뉴스 등을 확인한다. 거리의 날치기 또는 강도가 빈번하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강,절도 등 치안 불안에 개인 스스로 치안을 위한 경계를 늘 유지해야 하는 만큼 치안 유지를 위한 비용도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경찰의 공공치안 유지활동도 정부와 시 재정부족에 활발하게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파울루 한인상가 ‘봉헤치루’
■치안 부재에 “시민 스스로 지킬 수 밖에”

상파울루시 정부는 '깨끗한 상파울루 만들기'와 함께 '안전한 상파울루'를 만들기 위해 최근 경찰을 동원해 도심 공원에 모여 마약을 투약하는 거리의 마약 범죄자들을 소탕하고 고급 주택가에서 활개치던 총기강도 10명을 사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치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인상가가 밀집한 도심 '봉헤치루'에서는 최근 현금을 인출하고 나오던 한인교민을 따라가 총을 들이대고 현금을 강탈하려던 강도가 한인과 몸싸움 끝에 도주하다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봉헤치루의 치안이 불안하자 한인 2명이 CCTV 40대를 구입해 거리에 설치하고 치안 확보에 나섰다.

상파울루 거리 곳곳 설치된 CCTV가 많지 않은데다 화질이 떨어져 범행 뒤 범인 색출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치안이 불안하면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상가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즉,상파울루시의 치안 불안은 소비자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브라질 경제발전을 막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브라질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에서 올해는 플러스로 돌아 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각종 경제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이러한 치안 불안은 경제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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