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자, 당할만한 이유 있다”…황당한 軍 성폭력 교육

입력 2018.02.21 (21:11) 수정 2018.02.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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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는 미투운동이 확산되자, 군은 지난 12일부터 성범죄 특별대책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의 육군 측 담당자가 과거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당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독 보도, 김시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월 10일, 육군 3군단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열렸습니다.

여군과 군무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는데, 강의를 한 사람은 여성인 육군본부의 김 모 중령이었습니다.

군 성폭력 예방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내용은 형식적이었습니다.

'이런 거는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봐라' '홈페이지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건 강의가 끝난 뒤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간담회 자리엔 초급 장교 등만 참석했는데 김 중령이 믿기지 않는 발언들을 했다고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피해자를 보면 당할 만한 이유가 있더라. 여자 티 내지마라. 피해자들을 보니까 니들이 조심하는게 맞다. 그런데(술집) 가서 당했다고 하지 말고 일찍 다니고. 옷도 엉덩이 모양 드러나는 거 입지 말고."]

성범죄 신고를 독려하긴 커녕 '가려서 하라'는 취지의 말까지 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팔을 주물럭거리면서 이렇게 만지는 건 신고를 해도 되는데, 팔을 문지르시고는 이렇게 하는 건 신고를 하지 마라. 그러니까 여군이 배척당하는 거다. 알겠냐!"]

강의를 했던 김 중령은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군이 발족한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육군 측 담당자입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공감하면서 도와줘야 하는건데 공감하지 못하고 되려 탓을 돌리고, 2차 가해로 생각될 만한 말을 하시고."]

김 중령은 의도치 않은 말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군 내부 게시판에도 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군은 김 중령에게 구두로 주의 조치만 내렸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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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피해자, 당할만한 이유 있다”…황당한 軍 성폭력 교육
    • 입력 2018-02-21 21:12:33
    • 수정2018-02-21 21: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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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는 미투운동이 확산되자, 군은 지난 12일부터 성범죄 특별대책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의 육군 측 담당자가 과거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당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독 보도, 김시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월 10일, 육군 3군단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열렸습니다.

여군과 군무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는데, 강의를 한 사람은 여성인 육군본부의 김 모 중령이었습니다.

군 성폭력 예방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내용은 형식적이었습니다.

'이런 거는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봐라' '홈페이지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건 강의가 끝난 뒤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간담회 자리엔 초급 장교 등만 참석했는데 김 중령이 믿기지 않는 발언들을 했다고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피해자를 보면 당할 만한 이유가 있더라. 여자 티 내지마라. 피해자들을 보니까 니들이 조심하는게 맞다. 그런데(술집) 가서 당했다고 하지 말고 일찍 다니고. 옷도 엉덩이 모양 드러나는 거 입지 말고."]

성범죄 신고를 독려하긴 커녕 '가려서 하라'는 취지의 말까지 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팔을 주물럭거리면서 이렇게 만지는 건 신고를 해도 되는데, 팔을 문지르시고는 이렇게 하는 건 신고를 하지 마라. 그러니까 여군이 배척당하는 거다. 알겠냐!"]

강의를 했던 김 중령은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군이 발족한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육군 측 담당자입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공감하면서 도와줘야 하는건데 공감하지 못하고 되려 탓을 돌리고, 2차 가해로 생각될 만한 말을 하시고."]

김 중령은 의도치 않은 말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군 내부 게시판에도 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군은 김 중령에게 구두로 주의 조치만 내렸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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