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피겨 대결…미셸 콴 VS 리핀스키 데자뷔?

입력 2018.02.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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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여자피겨 싱글 금메달은 이변이 없는 한 2명의 러시아 소녀 중 한 명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번 대회 출전한 선수 가운데, 이들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는 없다. 점프 이외의 부분에서 캐나다의 케이틀린 오스먼드는 분명 뛰어난 선수지만, 그동안의 모습을 고려할 때 프리스케이팅에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일만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오스먼드가 무결점 연기에 성공하더라도, 2명의 러시아 소녀가 급격히 무너지지 않는다면 금메달과 은메달은 분명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가 나눠 가질 것이 확실하다.


메드베데바는 최근 2년 동안 그랑프리 시리즈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놓치지 않는 절대 강자이다. 유일한 패배는 지난 1월 열린 유럽선수권, 그 대회에서 메드베데바에게 첫 패배를 안긴 선수가 바로 15살 신예 자기토바이다. 자기토바는 지난해 주니어 무대를 석권하고,올 시즌 시니어에 데뷔한 신인인데 그녀는 지금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니어 데뷔 이후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 유럽선수권등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추가하면, 자기토바는 피겨 역사상 가장 놀라운 시니어 첫 시즌을 장식하게 되는 것이다.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의 대결은 20년 전 미셸 콴과 타라 리핀스키의 맞대결과 여러 부분에서 놀랄 만큼 닮았다. 만일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가 미국 선수였다면, 미디어의 주목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1998년 한국 미디어에서도 콴과 리핀스키의 대결은 연일 화제성 뉴스로 보도되었고, 현지에 파견된 취재진은 '세기의 대결'이란 이름 아래 콴과 리핀스키의 훈련 장면 및 올림픽 전망 등을 그 당시로써는 심층적으로 보도했을 정도이다.

1998년 콴과 2018년 메드베데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아있다. 콴이 올림픽 2년 전에 열린 1996년 세계선수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메드베데바도 올림픽 2년 전인 2016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서 1위에 오르면서, 여자 피겨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콴이 나가노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만 17세 6개월이었고, 메드베데바 역시 18세 3개월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나라의 후배가 가장 두려운 경쟁자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리핀스키는 1997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콴을 2위로 밀어내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미국선수권과 그랑프리 등에서 콴과 1, 2위를 나눠 가지며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을 벌여왔다. 단순 분석에 따르면 '기술의 리핀스키' '예술의 콴'이라 분류되는 일생일대의 라이벌이다. 15세에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리핀스키처럼, 자기토바도 15살 최연소 나이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 둘은 공교롭게도 3회전 루프를 잘 뛴다는 점이다. 리핀스키가 나가노 올림픽 프리에서 트리플 루프-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한 것처럼 자기토바는 쇼트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뛰었다. 여자 선수가 3회전 루프를 연결 점프로 사용하는 건 분명 대단한 기량임이 틀림없다.


러시아의 자기토바는 시니어 세계선수권 출전 경험이 없다. 4년전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1위에 오른 소트니코바는 세계선수권 메달이 없는 유일한 올림픽 여자 싱글 1위 선수였다. 과거 예술 점수나 현재 구성점 등이 경력과 무관하지 않은 피겨계에서 소트니코바의 사례는 그 자체로도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만일 자기토바가 금메달을 딴다면 시니어 세계선수권 출전 경험이 없는 최초의 선수로 남을 것이다. 물론 자기토바는 소트니코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다.

나가노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은 미셸 콴이 1위였고, 리핀스키가 2위였지만 평창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선 나이가 어린 자기토바가 1위, 메드베데바가 2위를 차지했다. 98년 당시에는 콴이 프리를 먼저 한 뒤 리핀스키가 뒷 순서로 등장해 역전에 성공했다. 평창에선 자기토바의 연기가 끝난 뒤, 메드베데바가 여자 싱글 맨 마지막에 나서게 된다. 과거 같은 구채점제는 아니지만, 프리에서의 순서는 분명 중요한 부분으로 변수가 될 것이다.


리핀스키와 콴이 대결에 가려졌지만, 혼신의 연기를 다 한 중국의 첸 루가 동메달을 차지했다.첸 루는 94년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만일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가 평창에서 동메달을 따게 된다면 20년 전 첸 루와 놀라운 정도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98년 나가노 올림픽때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는 13위를 기록했다.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성적이었다. 그녀는 2002년 올림픽엔 출전하지 못했지만 2006년 토리노에서는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2008년 개최국 선수인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 8위에 오르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홈에서 열린 첫 올림픽을 경험한 최다빈이 8년 뒤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희망 섞인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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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기의 피겨 대결…미셸 콴 VS 리핀스키 데자뷔?
    • 입력 2018-02-22 13:49:55
    취재K
평창 올림픽 여자피겨 싱글 금메달은 이변이 없는 한 2명의 러시아 소녀 중 한 명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번 대회 출전한 선수 가운데, 이들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는 없다. 점프 이외의 부분에서 캐나다의 케이틀린 오스먼드는 분명 뛰어난 선수지만, 그동안의 모습을 고려할 때 프리스케이팅에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일만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오스먼드가 무결점 연기에 성공하더라도, 2명의 러시아 소녀가 급격히 무너지지 않는다면 금메달과 은메달은 분명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가 나눠 가질 것이 확실하다.


메드베데바는 최근 2년 동안 그랑프리 시리즈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놓치지 않는 절대 강자이다. 유일한 패배는 지난 1월 열린 유럽선수권, 그 대회에서 메드베데바에게 첫 패배를 안긴 선수가 바로 15살 신예 자기토바이다. 자기토바는 지난해 주니어 무대를 석권하고,올 시즌 시니어에 데뷔한 신인인데 그녀는 지금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니어 데뷔 이후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 유럽선수권등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추가하면, 자기토바는 피겨 역사상 가장 놀라운 시니어 첫 시즌을 장식하게 되는 것이다.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의 대결은 20년 전 미셸 콴과 타라 리핀스키의 맞대결과 여러 부분에서 놀랄 만큼 닮았다. 만일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가 미국 선수였다면, 미디어의 주목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1998년 한국 미디어에서도 콴과 리핀스키의 대결은 연일 화제성 뉴스로 보도되었고, 현지에 파견된 취재진은 '세기의 대결'이란 이름 아래 콴과 리핀스키의 훈련 장면 및 올림픽 전망 등을 그 당시로써는 심층적으로 보도했을 정도이다.

1998년 콴과 2018년 메드베데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아있다. 콴이 올림픽 2년 전에 열린 1996년 세계선수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메드베데바도 올림픽 2년 전인 2016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서 1위에 오르면서, 여자 피겨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콴이 나가노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만 17세 6개월이었고, 메드베데바 역시 18세 3개월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나라의 후배가 가장 두려운 경쟁자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리핀스키는 1997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콴을 2위로 밀어내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미국선수권과 그랑프리 등에서 콴과 1, 2위를 나눠 가지며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을 벌여왔다. 단순 분석에 따르면 '기술의 리핀스키' '예술의 콴'이라 분류되는 일생일대의 라이벌이다. 15세에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리핀스키처럼, 자기토바도 15살 최연소 나이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 둘은 공교롭게도 3회전 루프를 잘 뛴다는 점이다. 리핀스키가 나가노 올림픽 프리에서 트리플 루프-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한 것처럼 자기토바는 쇼트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뛰었다. 여자 선수가 3회전 루프를 연결 점프로 사용하는 건 분명 대단한 기량임이 틀림없다.


러시아의 자기토바는 시니어 세계선수권 출전 경험이 없다. 4년전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1위에 오른 소트니코바는 세계선수권 메달이 없는 유일한 올림픽 여자 싱글 1위 선수였다. 과거 예술 점수나 현재 구성점 등이 경력과 무관하지 않은 피겨계에서 소트니코바의 사례는 그 자체로도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만일 자기토바가 금메달을 딴다면 시니어 세계선수권 출전 경험이 없는 최초의 선수로 남을 것이다. 물론 자기토바는 소트니코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다.

나가노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은 미셸 콴이 1위였고, 리핀스키가 2위였지만 평창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선 나이가 어린 자기토바가 1위, 메드베데바가 2위를 차지했다. 98년 당시에는 콴이 프리를 먼저 한 뒤 리핀스키가 뒷 순서로 등장해 역전에 성공했다. 평창에선 자기토바의 연기가 끝난 뒤, 메드베데바가 여자 싱글 맨 마지막에 나서게 된다. 과거 같은 구채점제는 아니지만, 프리에서의 순서는 분명 중요한 부분으로 변수가 될 것이다.


리핀스키와 콴이 대결에 가려졌지만, 혼신의 연기를 다 한 중국의 첸 루가 동메달을 차지했다.첸 루는 94년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만일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가 평창에서 동메달을 따게 된다면 20년 전 첸 루와 놀라운 정도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98년 나가노 올림픽때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는 13위를 기록했다.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성적이었다. 그녀는 2002년 올림픽엔 출전하지 못했지만 2006년 토리노에서는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2008년 개최국 선수인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 8위에 오르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홈에서 열린 첫 올림픽을 경험한 최다빈이 8년 뒤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희망 섞인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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