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화이트리스트’ 집행자 추적…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말하다

입력 2018.04.11 (21:13) 수정 2018.04.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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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1일)부터 사흘 동안 KBS는 전 정권의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 곳곳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심층 취재해 보도합니다.

첫 순서는 KBS가 의혹의 당사자였던, 인천상륙작전 이야기입니다.

[기자]

2년 전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공기업과 국책은행 등이 대규모 투자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화이트리스트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KBS가 있었습니다.

영화 제작비 175억 원 가운데 KBS가 투자한 금액은 32억 원.

공영방송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투자였습니다.

특별취재팀은 그 배경을 추적했고 당시 KBS 사장의 연임을 위해 투자를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먼저 김민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인천상륙작전 제작사 정태원 대표는 KBS의 투자결정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털어놨습니다.

2015년 6월 24일, 김상률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새누리당 모 의원과의 저녁 식사 자리가 시작이었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KBS 사장 인선이 얼마 안 남았고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조대현 사장님을 좌파 프레임을 씌워서 그 사람은 안 된다는 식으로 그렇게 얘기..."]

그 날, KBS 9시 뉴스에는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타진설이 보도됐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보도가 나갔다는) 그 전화를 또 받으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두 분이 또 막 얘기를 하면서 그거 보라고 (조대현 사장은) 좌파 맞다고."]

정 대표는 다음날 평소 친분이 있던 조대현 당시 사장에게 직접 연락해 전날 대화내용을 전하며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인천상륙작전 만드는데 투자를 하시면 그런 누명은 좀 벗지 않으실까요. 그랬더니 '어, 그거 괜찮은데? 내가 알아볼께. 얼마면 돼?'"]

당시 조 사장은 연임 결정을 5개월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며칠 뒤 KBS 본사에서 20억 원, 자회사에서 1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 동안 영화 한 편에 많아야 수억 원 정도를 투자했던 KBS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이었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5억이나 10억 정도 투자 받으면 좋고 이런 마음으로 갔으니까요. 이런 큰 금액을 투자하시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조 전 사장의 결정은 연임을 위한 일종의 승부수로 보였다고 정 대표는 말했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조 사장님이 승부수를 띄운게 아닌가. 재기의 발판을 이걸로 삼으시려고 한건 아닌가 그런 생각?"]

정 대표는 다만 인천상륙작전 투자 유치 과정에 청와대의 지원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밝히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기자]

이런 시도에도 조대현 전 사장은 결국 연임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KBS의 비상식적인 행보는 후임 고대영 사장 취임 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신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인천상륙작전> 개봉을 즈음해 KBS 뉴스에선 낯 뜨거운 홍보전이 시작됐습니다.

고대영 당시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회사가 투자한 영화니 흥행에 관심을 가지라"고 여러 차례 독려했습니다.

9시뉴스에 방송된 홍보성 리포트는 15건.

관련 뉴스를 다 합치면 50건 넘게 방송됐습니다.

["전쟁 주역들의 활약상이 담긴 이 대작은... 미국 CNN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멋진 작품이라고 극찬하면서..."]

노골적인 홍보에도 평단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정태원 대표는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홍모 당시 KBS 미래사업본부장에게 평론가들을 비판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우리가 평단 보라고 만든 영화가 아닌데. 관객이 많이 왔으니 이걸 좀 다뤄줄 수 없겠냐. 알아보시겠다..."]

그뒤 KBS 뉴스 편집회의에선 평론가들이 이념으로 평론을 한다는 간부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정 모 당시 통합뉴스룸 국장은 관객과 따로 가는 전문가 평점 문제를 취재해 보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기자들이 객관성을 잃은 자사 편향 보도라며 지시를 거부하자 돌아온 건 징계였습니다.

사유는 명령 불복종과 성실 의무 위반이었습니다.

징계 의결에는 정태원 대표가 보도를 부탁했다는 홍 본부장과 김모 보도본부장이 참여했습니다.

[송명훈/당시 징계위 회부 KBS 기자 :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누가 과연 성실 의무를 위반했는지.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구성원으로서, 기자로서, 누가 과연 성실 의무를 위반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법원은 지난해 말 공영방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의무가 있고, 지시를 거부한 기자들은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따랐을 뿐이라며 징계무효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기자]

인천상륙작전 투자가 연임 목적이었다는 의혹에 대해 조대현 전 사장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과도한 홍보성 보도와 징계를 주도한 KBS 임원들은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슬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인천상륙작전 투자가 자신의 사장 연임 목적이었다는 정태원 대표의 증언에 대해 조대현 전 사장은 공식 반론을 거절했습니다.

다만 청와대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른다, 연임 목적 운운하는 건 정 대표의 견해일 뿐이라는 입장만 짧게 밝혔습니다.

정태원 대표에게 보도 청탁을 받은 홍모 전 미래사업본부장은 당시 정 모 통합뉴스룸 국장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 기억은 있지만 뉴스를 할 지 말 지는 보도본부가 결정하는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부당한 보도를 지시한 정모 국장은 회의에서 의견이 나와 취재를 지시했을 뿐이고, 인천상륙작전 관련 리포트가 많았던 건 호국보훈의 달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들에 대한 징계를 주도한 KBS 임원들은 여전히 부당한 지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징계위 판단을 한번 받아보고 싶었을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 상당히 부도덕한 행위고요, 게다가 이것이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는 투자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이고 뉴스를 사유화한 그 행위 자체도 명백한 방송심의 규정 위반입니다.]

정치 권력의 화이트리스트 밀어주기에 법과 규정도 무시하고 스스로 몸을 낮춘 공영방송,

상처는 깊게 남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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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화이트리스트’ 집행자 추적…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말하다
    • 입력 2018-04-11 21:14:52
    • 수정2018-04-12 08:21:34
    뉴스 9
[앵커]

오늘(11일)부터 사흘 동안 KBS는 전 정권의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 곳곳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심층 취재해 보도합니다.

첫 순서는 KBS가 의혹의 당사자였던, 인천상륙작전 이야기입니다.

[기자]

2년 전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공기업과 국책은행 등이 대규모 투자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화이트리스트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KBS가 있었습니다.

영화 제작비 175억 원 가운데 KBS가 투자한 금액은 32억 원.

공영방송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투자였습니다.

특별취재팀은 그 배경을 추적했고 당시 KBS 사장의 연임을 위해 투자를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먼저 김민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인천상륙작전 제작사 정태원 대표는 KBS의 투자결정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털어놨습니다.

2015년 6월 24일, 김상률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새누리당 모 의원과의 저녁 식사 자리가 시작이었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KBS 사장 인선이 얼마 안 남았고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조대현 사장님을 좌파 프레임을 씌워서 그 사람은 안 된다는 식으로 그렇게 얘기..."]

그 날, KBS 9시 뉴스에는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타진설이 보도됐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보도가 나갔다는) 그 전화를 또 받으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두 분이 또 막 얘기를 하면서 그거 보라고 (조대현 사장은) 좌파 맞다고."]

정 대표는 다음날 평소 친분이 있던 조대현 당시 사장에게 직접 연락해 전날 대화내용을 전하며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인천상륙작전 만드는데 투자를 하시면 그런 누명은 좀 벗지 않으실까요. 그랬더니 '어, 그거 괜찮은데? 내가 알아볼께. 얼마면 돼?'"]

당시 조 사장은 연임 결정을 5개월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며칠 뒤 KBS 본사에서 20억 원, 자회사에서 1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 동안 영화 한 편에 많아야 수억 원 정도를 투자했던 KBS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이었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5억이나 10억 정도 투자 받으면 좋고 이런 마음으로 갔으니까요. 이런 큰 금액을 투자하시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조 전 사장의 결정은 연임을 위한 일종의 승부수로 보였다고 정 대표는 말했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조 사장님이 승부수를 띄운게 아닌가. 재기의 발판을 이걸로 삼으시려고 한건 아닌가 그런 생각?"]

정 대표는 다만 인천상륙작전 투자 유치 과정에 청와대의 지원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밝히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기자]

이런 시도에도 조대현 전 사장은 결국 연임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KBS의 비상식적인 행보는 후임 고대영 사장 취임 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신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인천상륙작전> 개봉을 즈음해 KBS 뉴스에선 낯 뜨거운 홍보전이 시작됐습니다.

고대영 당시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회사가 투자한 영화니 흥행에 관심을 가지라"고 여러 차례 독려했습니다.

9시뉴스에 방송된 홍보성 리포트는 15건.

관련 뉴스를 다 합치면 50건 넘게 방송됐습니다.

["전쟁 주역들의 활약상이 담긴 이 대작은... 미국 CNN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멋진 작품이라고 극찬하면서..."]

노골적인 홍보에도 평단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정태원 대표는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홍모 당시 KBS 미래사업본부장에게 평론가들을 비판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정태원/<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 : "우리가 평단 보라고 만든 영화가 아닌데. 관객이 많이 왔으니 이걸 좀 다뤄줄 수 없겠냐. 알아보시겠다..."]

그뒤 KBS 뉴스 편집회의에선 평론가들이 이념으로 평론을 한다는 간부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정 모 당시 통합뉴스룸 국장은 관객과 따로 가는 전문가 평점 문제를 취재해 보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기자들이 객관성을 잃은 자사 편향 보도라며 지시를 거부하자 돌아온 건 징계였습니다.

사유는 명령 불복종과 성실 의무 위반이었습니다.

징계 의결에는 정태원 대표가 보도를 부탁했다는 홍 본부장과 김모 보도본부장이 참여했습니다.

[송명훈/당시 징계위 회부 KBS 기자 :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누가 과연 성실 의무를 위반했는지.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구성원으로서, 기자로서, 누가 과연 성실 의무를 위반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법원은 지난해 말 공영방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의무가 있고, 지시를 거부한 기자들은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따랐을 뿐이라며 징계무효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기자]

인천상륙작전 투자가 연임 목적이었다는 의혹에 대해 조대현 전 사장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과도한 홍보성 보도와 징계를 주도한 KBS 임원들은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슬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인천상륙작전 투자가 자신의 사장 연임 목적이었다는 정태원 대표의 증언에 대해 조대현 전 사장은 공식 반론을 거절했습니다.

다만 청와대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른다, 연임 목적 운운하는 건 정 대표의 견해일 뿐이라는 입장만 짧게 밝혔습니다.

정태원 대표에게 보도 청탁을 받은 홍모 전 미래사업본부장은 당시 정 모 통합뉴스룸 국장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 기억은 있지만 뉴스를 할 지 말 지는 보도본부가 결정하는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부당한 보도를 지시한 정모 국장은 회의에서 의견이 나와 취재를 지시했을 뿐이고, 인천상륙작전 관련 리포트가 많았던 건 호국보훈의 달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들에 대한 징계를 주도한 KBS 임원들은 여전히 부당한 지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징계위 판단을 한번 받아보고 싶었을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 상당히 부도덕한 행위고요, 게다가 이것이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는 투자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이고 뉴스를 사유화한 그 행위 자체도 명백한 방송심의 규정 위반입니다.]

정치 권력의 화이트리스트 밀어주기에 법과 규정도 무시하고 스스로 몸을 낮춘 공영방송,

상처는 깊게 남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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