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가 ‘상업영화’에 30억 원이나 투자한 이유는?

입력 2018.04.12 (08:31) 수정 2018.04.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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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가 ‘국뽕’ 영화에 30억 원이나 투자한 이유는?

공영방송 KBS가 ‘국뽕’ 영화에 30억 원이나 투자한 이유는?

[연관 기사] [뉴스9] ‘블랙·화이트리스트’ 집행자 추적…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말하다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의 군사 작전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인천상륙작전>. 2016년 7월 개봉한 이 영화는, 정권의 비호를 받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라는 의혹에 시달리면서도 여름 극장가를 달구며 7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런데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건 영화 관계자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KBS 역시, 영화에 3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데 이어 뉴스를 이용해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요. 과도한 홍보성 보도를 지적하는 회사 안팎의 논란에도 KBS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화이트리스트', '국뽕', '우파'라는 꼬리표를 단 영화에 공영방송 KBS가 이례적 투자를 감행했던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수십 건의 홍보성 보도를 감행한 이유는 또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KBS 특별취재팀이 <인천상륙작전>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를 만나 당시의 상황을 물어봤습니다.

KBS 투자의 시작…. 청와대 교문수석과의 식사자리

2015년 6월 24일, 정태원 대표는 당시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새누리당의 모 의원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당시는 KBS 사장 인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있던 때였습니다. KBS가 화제에 오르자 김상률 수석이 조대현 당시 KBS 사장에 대해 뜻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조 사장이 '좌파'라는 얘기였습니다.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 조대현 사장은 좌파?

식사 자리가 있었던 6월 24일 KBS 9시 뉴스에는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타진설이 보도됐습니다. 정권 입장에서 불편해할 수도 있는 내용이 메인 뉴스에 보도됐기 때문이었을까요? 김상률 수석은 식사 도중 보도 내용에 대한 보고 전화를 받고 다시 한 번 조대현 사장을 좌파라고 지적합니다.

'누명 벗자!' 제안에 <인천상륙작전> 투자 감행

다음날, 정 대표는 각종 드라마 제작 등으로 친분이 있던 조대현 사장에게 전날 식사자리의 대화 내용을 전하며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전쟁 영화에 투자하면 좌파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거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일주일도 걸리지 않은 30억 투자 결정

정 대표는 불과 며칠 뒤 KBS 본사로부터 20억 원, 자회사인 KBS 미디어로부터 10억 원, 모두 3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영화 한 편에 많아야 수억 원 정도를 투자했던 KBS로서는 정 대표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큰 금액이었습니다.


이례적 투자의 배경…. 사장 연임 위한 '승부수'였다?

KBS의 이례적인 거액 투자, 정 대표는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정 대표는 연임을 위한 조대현 사장의 '승부수'로 보였다고 말합니다.


이런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조대현 전 사장은 연임에 실패합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을 둘러싼 논란은 1년여의 세월이 흐르고 영화가 개봉하면서 더욱 본격화됩니다.

평론가와 관객의 평점 차이…. 보도 부탁?

영화는 개봉 이후 '우파' 논란에 휩싸입니다. 상업영화로는 상당히 좋은 흥행 성적을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평단에서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영화의 관객 평점과 평론가 평점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정 대표는 친분이 있던 홍 모 당시 KBS 미래사업본부장에게 평론가들을 비판하는 보도를 부탁합니다.

30억 투자에서 뉴스 보도에 이르기까지, KBS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정 대표가 부탁한 평점 관련 보도는 KBS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KBS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인천상륙작전> 투자가 결정된 이후, KBS 뉴스에서는 낯뜨거운 홍보 방송이 쏟아졌습니다. 자칫 홍보가 될 것을 우려해 상업영화를 뉴스에서 잘 다루지 않는 보도국의 기존 원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고대영 당시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회사가 투자한 영화니 흥행에 관심을 가지라'고 여러 차례 독려했고, 영화 개봉 전부터 뉴스에선 홍보 기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9시 뉴스에 나온 것만 따져도 홍보용으로 의심되는 관련 리포트가 15건. 아침 뉴스 등 다른 뉴스프로그램에 보도된 것까지 포함하면 약 50건가량이 됩니다.

이정재, 이범수 두 주연배우가 모두 뉴스 스튜디오에 출연해 앵커와 인터뷰를 하는 보기 드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문화부에 속해있었던 기자는 '문화부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 부서에서도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주제를 끌어다 놓고 사실상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리포트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었던, 좀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였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홍보 뉴스' 가운데 KBS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바로 정태원 <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가 당시 홍 모 미래사업본부장에게 보도를 부탁했던 사안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준 것에 비해 평론가들이 준 평점은 현저히 낮다며 평론가들을 비판하는 보도를 부탁한 이후, KBS 뉴스 편집회의에서는 평론가들이 이념으로 평론한다는 간부들의 성토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정 모 당시 통합뉴스룸 국장은 결국 관객과 따로 가는 전문가 평점 문제를 취재해 보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문화부 기자 두 명은 객관성을 잃은 자사 편향 보도라며 보도를 거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도국장이 지시하면 하는 게 보도본부 30년 전통이야'라는 비상식적인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지시를 거부하자, 돌아온 건 기자들에 대한 '징계'였습니다. 사유는 명령 불복종과 성실 의무 위반. 징계 의결에는 정태원 대표가 보도를 부탁했다고 이야기한 홍 본부장과 당시 김 모 보도본부장 등이 참여했습니다.

결국, 법정 투쟁이 벌어졌고, 법원은 지난해 말 '공영방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의무가 있고, 지시를 거부한 기자들은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따랐을 뿐'이라며 징계 무효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징계는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보도국에 남은 상흔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상처의 가장 큰 원인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양심과 자존감이 무너졌다는데서 나오는 참담함이었습니다.

특별취재팀은 인천상륙작전 투자와 보도에 관련된 당시 KBS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 내용을 밝히고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사장 연임 목적으로 인천상륙작전 투자를 결정했다는 정태원 대표의 증언에 대해 조대현 전 사장은 공식 반론을 거절했습니다.

다만 '청와대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른다', '연임 목적 운운하는 건 정 대표의 견해일 뿐'이라는 입장만 짧게 밝혔습니다.

정 대표로부터 보도 청탁을 받은 대상으로 지목된 홍 전 미래사업본부장은 '당시 정 모 통합뉴스룸 국장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 기억은 있지만, 뉴스를 할지 말지는 보도본부가 결정하는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징계를 주도한 당시 KBS 임원들 역시 부당지시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부당한 지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징계위 판단을 한번 받아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엔 석연치 않습니다. 30억 원에 달하는 이례적인 거액 투자와 뉴스를 이용한 홍보. 관계자들의 반론만 듣고 지나간 과거로 그냥 넘겨버리기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이름이 무겁습니다.


"상당히 부도덕한 행위다. 이것이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투자 자체도 문제가 있고 뉴스를 사유화한 행위 자체도 명백한 방송심의 규정 위반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지적입니다.

또, 윗선의 보도지시를 거부했다가 '성실 의무 위반'등으로 징계위에 회부됐던 당시 문화부 소속 송명훈 기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누가 과연 성실 의무를 위반했는지.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구성원으로서, 기자로서, 누가 과연 성실 의무를 위반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바뀌었지만, KBS에는 여전히 깊은 상흔이 남았습니다. KBS에 이 상흔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 나갈지는 KBS 구성원 모두의 숙제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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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영방송 KBS가 ‘상업영화’에 30억 원이나 투자한 이유는?
    • 입력 2018-04-12 08:31:41
    • 수정2018-04-12 17: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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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블랙·화이트리스트’ 집행자 추적…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말하다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의 군사 작전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인천상륙작전>. 2016년 7월 개봉한 이 영화는, 정권의 비호를 받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라는 의혹에 시달리면서도 여름 극장가를 달구며 7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런데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건 영화 관계자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KBS 역시, 영화에 3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데 이어 뉴스를 이용해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요. 과도한 홍보성 보도를 지적하는 회사 안팎의 논란에도 KBS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화이트리스트', '국뽕', '우파'라는 꼬리표를 단 영화에 공영방송 KBS가 이례적 투자를 감행했던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수십 건의 홍보성 보도를 감행한 이유는 또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KBS 특별취재팀이 <인천상륙작전>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를 만나 당시의 상황을 물어봤습니다.

KBS 투자의 시작…. 청와대 교문수석과의 식사자리

2015년 6월 24일, 정태원 대표는 당시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새누리당의 모 의원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당시는 KBS 사장 인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있던 때였습니다. KBS가 화제에 오르자 김상률 수석이 조대현 당시 KBS 사장에 대해 뜻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조 사장이 '좌파'라는 얘기였습니다.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 조대현 사장은 좌파?

식사 자리가 있었던 6월 24일 KBS 9시 뉴스에는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타진설이 보도됐습니다. 정권 입장에서 불편해할 수도 있는 내용이 메인 뉴스에 보도됐기 때문이었을까요? 김상률 수석은 식사 도중 보도 내용에 대한 보고 전화를 받고 다시 한 번 조대현 사장을 좌파라고 지적합니다.

'누명 벗자!' 제안에 <인천상륙작전> 투자 감행

다음날, 정 대표는 각종 드라마 제작 등으로 친분이 있던 조대현 사장에게 전날 식사자리의 대화 내용을 전하며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전쟁 영화에 투자하면 좌파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거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일주일도 걸리지 않은 30억 투자 결정

정 대표는 불과 며칠 뒤 KBS 본사로부터 20억 원, 자회사인 KBS 미디어로부터 10억 원, 모두 3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영화 한 편에 많아야 수억 원 정도를 투자했던 KBS로서는 정 대표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큰 금액이었습니다.


이례적 투자의 배경…. 사장 연임 위한 '승부수'였다?

KBS의 이례적인 거액 투자, 정 대표는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정 대표는 연임을 위한 조대현 사장의 '승부수'로 보였다고 말합니다.


이런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조대현 전 사장은 연임에 실패합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을 둘러싼 논란은 1년여의 세월이 흐르고 영화가 개봉하면서 더욱 본격화됩니다.

평론가와 관객의 평점 차이…. 보도 부탁?

영화는 개봉 이후 '우파' 논란에 휩싸입니다. 상업영화로는 상당히 좋은 흥행 성적을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평단에서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영화의 관객 평점과 평론가 평점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정 대표는 친분이 있던 홍 모 당시 KBS 미래사업본부장에게 평론가들을 비판하는 보도를 부탁합니다.

30억 투자에서 뉴스 보도에 이르기까지, KBS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정 대표가 부탁한 평점 관련 보도는 KBS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KBS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인천상륙작전> 투자가 결정된 이후, KBS 뉴스에서는 낯뜨거운 홍보 방송이 쏟아졌습니다. 자칫 홍보가 될 것을 우려해 상업영화를 뉴스에서 잘 다루지 않는 보도국의 기존 원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고대영 당시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회사가 투자한 영화니 흥행에 관심을 가지라'고 여러 차례 독려했고, 영화 개봉 전부터 뉴스에선 홍보 기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9시 뉴스에 나온 것만 따져도 홍보용으로 의심되는 관련 리포트가 15건. 아침 뉴스 등 다른 뉴스프로그램에 보도된 것까지 포함하면 약 50건가량이 됩니다.

이정재, 이범수 두 주연배우가 모두 뉴스 스튜디오에 출연해 앵커와 인터뷰를 하는 보기 드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문화부에 속해있었던 기자는 '문화부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 부서에서도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주제를 끌어다 놓고 사실상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리포트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었던, 좀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였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홍보 뉴스' 가운데 KBS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바로 정태원 <인천상륙작전> 제작사 대표가 당시 홍 모 미래사업본부장에게 보도를 부탁했던 사안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준 것에 비해 평론가들이 준 평점은 현저히 낮다며 평론가들을 비판하는 보도를 부탁한 이후, KBS 뉴스 편집회의에서는 평론가들이 이념으로 평론한다는 간부들의 성토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정 모 당시 통합뉴스룸 국장은 결국 관객과 따로 가는 전문가 평점 문제를 취재해 보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문화부 기자 두 명은 객관성을 잃은 자사 편향 보도라며 보도를 거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도국장이 지시하면 하는 게 보도본부 30년 전통이야'라는 비상식적인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지시를 거부하자, 돌아온 건 기자들에 대한 '징계'였습니다. 사유는 명령 불복종과 성실 의무 위반. 징계 의결에는 정태원 대표가 보도를 부탁했다고 이야기한 홍 본부장과 당시 김 모 보도본부장 등이 참여했습니다.

결국, 법정 투쟁이 벌어졌고, 법원은 지난해 말 '공영방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의무가 있고, 지시를 거부한 기자들은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따랐을 뿐'이라며 징계 무효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징계는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보도국에 남은 상흔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상처의 가장 큰 원인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양심과 자존감이 무너졌다는데서 나오는 참담함이었습니다.

특별취재팀은 인천상륙작전 투자와 보도에 관련된 당시 KBS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 내용을 밝히고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사장 연임 목적으로 인천상륙작전 투자를 결정했다는 정태원 대표의 증언에 대해 조대현 전 사장은 공식 반론을 거절했습니다.

다만 '청와대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른다', '연임 목적 운운하는 건 정 대표의 견해일 뿐'이라는 입장만 짧게 밝혔습니다.

정 대표로부터 보도 청탁을 받은 대상으로 지목된 홍 전 미래사업본부장은 '당시 정 모 통합뉴스룸 국장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 기억은 있지만, 뉴스를 할지 말지는 보도본부가 결정하는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징계를 주도한 당시 KBS 임원들 역시 부당지시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부당한 지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징계위 판단을 한번 받아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엔 석연치 않습니다. 30억 원에 달하는 이례적인 거액 투자와 뉴스를 이용한 홍보. 관계자들의 반론만 듣고 지나간 과거로 그냥 넘겨버리기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이름이 무겁습니다.


"상당히 부도덕한 행위다. 이것이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투자 자체도 문제가 있고 뉴스를 사유화한 행위 자체도 명백한 방송심의 규정 위반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지적입니다.

또, 윗선의 보도지시를 거부했다가 '성실 의무 위반'등으로 징계위에 회부됐던 당시 문화부 소속 송명훈 기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누가 과연 성실 의무를 위반했는지.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구성원으로서, 기자로서, 누가 과연 성실 의무를 위반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바뀌었지만, KBS에는 여전히 깊은 상흔이 남았습니다. KBS에 이 상흔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 나갈지는 KBS 구성원 모두의 숙제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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