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동영상 앱 하나 폐쇄했는데…성난 중국 젊은이들

입력 2018.04.18 (13:48) 수정 2018.04.18 (15:3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 中, 허락 없이 ‘웃지마’…동영상 앱 폐쇄에 기습 시위

중국 광전총국 ‘네이한돤쯔 폐쇄’…‘깡패정부’ 반발

언론 출판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가 사실상 없는 나라 중국에서 희한한 광경이다. 우리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중국의 광전총국이 '네이한돤쯔'라는 동영상 앱을 하나 폐쇄했는데, 반발이 속된말로 '장난이 아니다'. 앱을 주로 이용하던 중국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한다. 그것도 전국적인 현상이다. 베이징 광전총국 주변에서 촛불시위를 하는가 하면, 도로를 막고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일부 과격 양상까지 보인다. '깡패 정부'라고 원색적인 비난까지 등장했다. 특파원이 보고 들었던 중국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의 반발이다. 도대체 어떤 앱이었길래….

네이한돤쯔는 지난 4월 10일부로 영구폐쇄됐다. 이용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 홈페이지에 떠 있다.네이한돤쯔는 지난 4월 10일부로 영구폐쇄됐다. 이용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 홈페이지에 떠 있다.

웃고 스트레스 풀 권리마저 빼앗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중국에선 구글이나 유튜브 접속이 안 된다. 그런 중국 젊은이들에게 네이한돤쯔(內涵段子)는 웃음을 공유할 수 있는 대안공간이었다. 재미있는 동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하고 댓글을 달며 즐기는 곳이었다. 2012년에 만들어졌는데 5년 만에 중국의 십대 이십 대들이 무려 3억 명이나 접속하는 앱이됐다. 중국에는 이와 유사한 동영상앱 콰이쇼우(快手), 훠샨(火山), 도우인, 톈톈콰이바오(天天快報) 등이 있는데 이들 앱들도 최근엔 검열이 강화돼 많은 동영상과 사진이 삭제되고 있고, 댓글 달기도 제한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것까지 정부가 나서서 막는 걸까?

네이한돤쯔 이용자들은 서구 콘텐츠 캐릭터 인형을 차에 달고 다니며 서로 유대감을 느낀다.네이한돤쯔 이용자들은 서구 콘텐츠 캐릭터 인형을 차에 달고 다니며 서로 유대감을 느낀다.

중국 정부가 네이한돤쯔를 박해(?)한 진짜 이유는?

광전총국이 네이한돤쯔를 폐쇄하면서 공표한 표면적 이유는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저속한 콘텐츠의 양산'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진짜 속내는 네이한돤쯔 이용자들이 정치세력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유대감과 연대감을 형성하면서 조직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한돤쯔 이용자들은 서로를 똰요우(段友), 혹은 가족이라고 친근하게 부를 뿐만 아니라, 각종 소모임을 통해 오프라인 모임까지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자유로운 영혼의 이들은 서로를 식별하는 특별한 표식도 달고 다니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구 콘텐츠인 스파이더맨 인형을 차에 달고 다니는 것이다. 중국 공안들은 최근 교통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이런 인형까지도 모두 떼도록 단속에 들어갔다.

중국에선 시진핑을 암시하는 일체의 표현을 금지한다. 이런 사진은 메신저로 전송도 안 된다.중국에선 시진핑을 암시하는 일체의 표현을 금지한다. 이런 사진은 메신저로 전송도 안 된다.

열 명만 모여도 불안해하는 중국 정부

십 대 이십 대 젊은 동영상 앱 이용자들이 정치세력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은 일견 우습기도 하지만 중국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중국 당국은 열 명만 모여도 불안해한다. 중국 베이징 대학교 캠퍼스 내 잔디밭에 학생 열 명만 둘러앉아도 교내 상주하는 공안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이것저것 캐물으면서 해산할 때까지 괴롭힌다. 중국 공안 당국은 사람들이 사이버상에 모이는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우리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중국 웨이신 단체 채팅방에 열 명 이상 모이면 감시 대상에 들어가고, 단체 채팅방에서 그들이 생각하기에 불순한 내용이 유포되면 단체 채팅방 방장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선 공산당 조직 외에 종교, 학술 등 어떤 이유로도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큰 조직을 형성하지 못하게 한다.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를 하려면 반드시 공안과 공안 출신 경호원 배치부터 신청해야 한다.

시 주석 장기집권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이 중국 해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었다.시 주석 장기집권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이 중국 해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돌입한 시진핑 정부

처음부터 중국에 언론의 자유는 없었다. 중국에 수많은 방송, 통신, 신문이 있지만 우리가 그들을 '언론'이라 안하고 '매체'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만 통제하면 됐던 시대가 가고, 이제 인터넷 시대가 만개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인터넷까지도 틀어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중국 당국이 관제 댓글 부대, 이른바 우마오당을 운영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터넷 댓글 1개 당 5마오, 우리돈 90원을 받는다 해서 우마오당이라 불리는 이들은 지금 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홍콩 매체의 보도까지 나왔다. 여기에 웃고 떠드는 사이트들까지 검열을 하려니 오죽 힘들까? 공무원들이 다 못하겠으니 업체 스스로 검열 인력을 더 뽑으라고 성화가 심하다.

시진핑 집권 2기 들어 여론 통제가 부쩍 강화되는 분위기다. 올해 초 장기집권을 가능케 한 헌법개정 과정에서 불거진 예상외로 거셌던 반대여론에 화들짝 놀랐기 때문일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킥킥거리는 동영상 사이트 이용하는 십 대 이십 대 젊은이들이 위협적으로 보였나 보다. 이번엔 어찌어찌 막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14억 인구의 눈과 귀, 입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동영상 앱 하나 폐쇄했는데…성난 중국 젊은이들
    • 입력 2018-04-18 13:48:53
    • 수정2018-04-18 15:39:52
    특파원 리포트
[연관 기사] [뉴스9] 中, 허락 없이 ‘웃지마’…동영상 앱 폐쇄에 기습 시위

중국 광전총국 ‘네이한돤쯔 폐쇄’…‘깡패정부’ 반발

언론 출판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가 사실상 없는 나라 중국에서 희한한 광경이다. 우리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중국의 광전총국이 '네이한돤쯔'라는 동영상 앱을 하나 폐쇄했는데, 반발이 속된말로 '장난이 아니다'. 앱을 주로 이용하던 중국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한다. 그것도 전국적인 현상이다. 베이징 광전총국 주변에서 촛불시위를 하는가 하면, 도로를 막고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일부 과격 양상까지 보인다. '깡패 정부'라고 원색적인 비난까지 등장했다. 특파원이 보고 들었던 중국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의 반발이다. 도대체 어떤 앱이었길래….

네이한돤쯔는 지난 4월 10일부로 영구폐쇄됐다. 이용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 홈페이지에 떠 있다.
웃고 스트레스 풀 권리마저 빼앗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중국에선 구글이나 유튜브 접속이 안 된다. 그런 중국 젊은이들에게 네이한돤쯔(內涵段子)는 웃음을 공유할 수 있는 대안공간이었다. 재미있는 동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하고 댓글을 달며 즐기는 곳이었다. 2012년에 만들어졌는데 5년 만에 중국의 십대 이십 대들이 무려 3억 명이나 접속하는 앱이됐다. 중국에는 이와 유사한 동영상앱 콰이쇼우(快手), 훠샨(火山), 도우인, 톈톈콰이바오(天天快報) 등이 있는데 이들 앱들도 최근엔 검열이 강화돼 많은 동영상과 사진이 삭제되고 있고, 댓글 달기도 제한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것까지 정부가 나서서 막는 걸까?

네이한돤쯔 이용자들은 서구 콘텐츠 캐릭터 인형을 차에 달고 다니며 서로 유대감을 느낀다.
중국 정부가 네이한돤쯔를 박해(?)한 진짜 이유는?

광전총국이 네이한돤쯔를 폐쇄하면서 공표한 표면적 이유는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저속한 콘텐츠의 양산'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진짜 속내는 네이한돤쯔 이용자들이 정치세력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유대감과 연대감을 형성하면서 조직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한돤쯔 이용자들은 서로를 똰요우(段友), 혹은 가족이라고 친근하게 부를 뿐만 아니라, 각종 소모임을 통해 오프라인 모임까지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자유로운 영혼의 이들은 서로를 식별하는 특별한 표식도 달고 다니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구 콘텐츠인 스파이더맨 인형을 차에 달고 다니는 것이다. 중국 공안들은 최근 교통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이런 인형까지도 모두 떼도록 단속에 들어갔다.

중국에선 시진핑을 암시하는 일체의 표현을 금지한다. 이런 사진은 메신저로 전송도 안 된다.
열 명만 모여도 불안해하는 중국 정부

십 대 이십 대 젊은 동영상 앱 이용자들이 정치세력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은 일견 우습기도 하지만 중국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중국 당국은 열 명만 모여도 불안해한다. 중국 베이징 대학교 캠퍼스 내 잔디밭에 학생 열 명만 둘러앉아도 교내 상주하는 공안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이것저것 캐물으면서 해산할 때까지 괴롭힌다. 중국 공안 당국은 사람들이 사이버상에 모이는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우리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중국 웨이신 단체 채팅방에 열 명 이상 모이면 감시 대상에 들어가고, 단체 채팅방에서 그들이 생각하기에 불순한 내용이 유포되면 단체 채팅방 방장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선 공산당 조직 외에 종교, 학술 등 어떤 이유로도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큰 조직을 형성하지 못하게 한다.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를 하려면 반드시 공안과 공안 출신 경호원 배치부터 신청해야 한다.

시 주석 장기집권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이 중국 해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돌입한 시진핑 정부

처음부터 중국에 언론의 자유는 없었다. 중국에 수많은 방송, 통신, 신문이 있지만 우리가 그들을 '언론'이라 안하고 '매체'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만 통제하면 됐던 시대가 가고, 이제 인터넷 시대가 만개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인터넷까지도 틀어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중국 당국이 관제 댓글 부대, 이른바 우마오당을 운영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터넷 댓글 1개 당 5마오, 우리돈 90원을 받는다 해서 우마오당이라 불리는 이들은 지금 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홍콩 매체의 보도까지 나왔다. 여기에 웃고 떠드는 사이트들까지 검열을 하려니 오죽 힘들까? 공무원들이 다 못하겠으니 업체 스스로 검열 인력을 더 뽑으라고 성화가 심하다.

시진핑 집권 2기 들어 여론 통제가 부쩍 강화되는 분위기다. 올해 초 장기집권을 가능케 한 헌법개정 과정에서 불거진 예상외로 거셌던 반대여론에 화들짝 놀랐기 때문일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킥킥거리는 동영상 사이트 이용하는 십 대 이십 대 젊은이들이 위협적으로 보였나 보다. 이번엔 어찌어찌 막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14억 인구의 눈과 귀, 입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