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화물...탁송기사들 관광버스 짐칸에 타

입력 1994.07.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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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앵커 :

다음 소식입니다. 직업 중에는 탁송기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새 차를 출고해서 고객에게 인도해 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일부 탁송기사들이, 관광버스의 짐칸에 몸을 싣고 심야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왜 이들은 위험하고 좁은 화물칸에 매일 같이 자신의 생명을 맡기고 있는가?

그 현장을 이춘호 기자가 취재를 해보았습니다.


이춘호 기자 :

인적이 끊긴 시간. 서울 오장동의 한 골목길입니다. 사람들의 눈이 띄지 않는 이 골목길에 관광버스 넉 대가 주차해 있고, 허름한 옷차림의 노동자들이 북적대고 있습니다.

이른바 탁송기사들 입니다. 울산 자동차 공장에 내려가, 다음날 새벽 새 차를 끌고 오기 위해 이곳에 나왔습니다. 잠시 후 버스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줄지어 오톱니다. 동시에 짐칸에도 사람들이 타기 시작합니다.

같은 시간 서울 강남역. 이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위 좌석에 탄 사람들이 여유 있게 잠을 청하는 모습과 아래짐칸에 탄 사람들의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짐칸에 사람을 태우는 것도 불법이지만, 이처럼 돈올 받고 노선버스처럼 운행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서울 시내를 벗어난 관광버스는 심야의 고속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달립니다. 울산까지 천리나 되는 먼 길을 한 번도 쉬지 않습니다.

방금 도착한 버스의 짐칸을 열어봤습니다.


아저씨 여기 문 吾 열어보세요. 안 불편하세요?

"여기가 편해요”

아저씨 어디서 오시는 길이예요?


뒤따라 도착한 버스는 황급히 달아납니다. 탁송기사들은, 왜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가? 바로 탁송업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탁송기사 :

돈 때문에 쓸데없이 바닥에 타지 (돈 있으면) 편하게 얼마든지 다니지. (탁송료) 10만5천원 가운데 중간에 거치는 데가 많아요. 직거래가 안 된가 중간에서 (탁송료를) 떼 가는게 많아요.


이춘호 기자 :

탁송회사의 용역을 받아 일하는 탁송기사들이, 결국 비용을 줄일 데는 내려가는 차비 뿐. 이 때문에 더럽고 위험한 화물칸 속에 몸을 던지는 인간화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KBS뉴스, 이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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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화물...탁송기사들 관광버스 짐칸에 타
    • 입력 1994-07-07 21:00:00
    뉴스 9

이윤성 앵커 :

다음 소식입니다. 직업 중에는 탁송기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새 차를 출고해서 고객에게 인도해 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일부 탁송기사들이, 관광버스의 짐칸에 몸을 싣고 심야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왜 이들은 위험하고 좁은 화물칸에 매일 같이 자신의 생명을 맡기고 있는가?

그 현장을 이춘호 기자가 취재를 해보았습니다.


이춘호 기자 :

인적이 끊긴 시간. 서울 오장동의 한 골목길입니다. 사람들의 눈이 띄지 않는 이 골목길에 관광버스 넉 대가 주차해 있고, 허름한 옷차림의 노동자들이 북적대고 있습니다.

이른바 탁송기사들 입니다. 울산 자동차 공장에 내려가, 다음날 새벽 새 차를 끌고 오기 위해 이곳에 나왔습니다. 잠시 후 버스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줄지어 오톱니다. 동시에 짐칸에도 사람들이 타기 시작합니다.

같은 시간 서울 강남역. 이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위 좌석에 탄 사람들이 여유 있게 잠을 청하는 모습과 아래짐칸에 탄 사람들의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짐칸에 사람을 태우는 것도 불법이지만, 이처럼 돈올 받고 노선버스처럼 운행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서울 시내를 벗어난 관광버스는 심야의 고속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달립니다. 울산까지 천리나 되는 먼 길을 한 번도 쉬지 않습니다.

방금 도착한 버스의 짐칸을 열어봤습니다.


아저씨 여기 문 吾 열어보세요. 안 불편하세요?

"여기가 편해요”

아저씨 어디서 오시는 길이예요?


뒤따라 도착한 버스는 황급히 달아납니다. 탁송기사들은, 왜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가? 바로 탁송업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탁송기사 :

돈 때문에 쓸데없이 바닥에 타지 (돈 있으면) 편하게 얼마든지 다니지. (탁송료) 10만5천원 가운데 중간에 거치는 데가 많아요. 직거래가 안 된가 중간에서 (탁송료를) 떼 가는게 많아요.


이춘호 기자 :

탁송회사의 용역을 받아 일하는 탁송기사들이, 결국 비용을 줄일 데는 내려가는 차비 뿐. 이 때문에 더럽고 위험한 화물칸 속에 몸을 던지는 인간화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KBS뉴스, 이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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