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전 세계에 드리운 ‘게임 중독’의 그늘

입력 2018.07.17 (20:39) 수정 2018.07.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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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름 방학이 다가오면서 게임에 빠져드는 자녀들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님들 많으실텐데요,

서구권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방에 하루종일 틀어박혀 게임만 붙들고 있는 10대들 때문에 부모들의 시름은 깊어가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는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게임 중독의 폐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사례를 들고 나왔는데, 월드컵 축구 스타들까지 이 게임을 따라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게임 이름이 조금 낯설죠?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을 한 번 보겠습니다.

프랑스 축구선수 앙투안 그리즈만이 결승전에서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는 모습입니다.

그리즈만을 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바라보고 손으로 'L'자 모양을 만들어 이마에 댄 채 다리를 좌우로 흔드는 춤을 췄습니다.

포트나이트에서 캐릭터가 추는 춤을 따라한 골 세리머니였습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도 인터넷 개인 방송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직접 선보인 바 있습니다.

[앵커]

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북미와 유럽 20~30대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건가요?

[기자]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게 포트나이트 게임 화면입니다.

온라인 3인칭 슈팅 게임으로 나무와 돌을 이용해 건물이나 함정을 만들어 적을 물리치는 방식입니다.

무료 게임이다보니 사용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어 현재 전 세계 사용자 수 1억2,500만 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기준 무려 1억 2,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44억 원의 월 매출을 올렸다고 전해질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앵커]

청소년들이 이 게임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하니까 서구권 국가들에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외신 소식도 계속 들어오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할 것 없이 언론을 통해 포트나이트 열풍을 소개하면서도 청소년들의 포트나이트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호주에 살고 있는 11살 소년 라일리입니다.

학교에 갔다 집에 돌아오면 친구들과 축구를 하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놀았지만, 4개월 전 포트나이트 게임을 처음 접한 이후로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저렇게 게임만 합니다.

[라일리 홀징거 : "만약 엄마 아빠가 집에 없으면 24시간 동안 포트나이트 게임을 할 거예요."]

[앤지 홀징거/엄마 : "분명 게임에 중독됐어요. 매일 아침 저녁으로 게임만 해요. 아들이 다시 축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9살 소년 맥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가기 전, 방과후에 포트나이트 게임을 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 가는 차 안에서도 태블릿 PC를 이용해 게임을 합니다.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라는 엄마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처럼 게임 중독 증세를 보이는 호주 청소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브래드 마셜/인터넷 중독 치료 시설 원장 : “포트나이트를 하다가 이곳으로 오는 아이들이 60~70% 정도 됩니다.”]

영국도 비슷합니다.

지난달 영국 가디언은 포트나이트 게임에 중독된 영국 청소년들의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런던 북부에 사는 한 15살 소년은 포트나이트에 중독돼 8주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이 햇빛을 받지 못해 비타민D가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영국의 교사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건강 전문가들은 포트나이트 게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게임 중독이 그야말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시간 게임 이용이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죠.

포트나이트 게임을 즐기는 일부 청소년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브래드 마셜/인터넷 중독 치료 시설 원장 : "(게임을 하느라) 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숙제가 밀리거나 아예 하지 않기도 합니다. 집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국의 한 학교에서 포트나이트 게임과 관련된 춤을 금지시킨 일도 최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해당 학교 교장은 "12세 이상 게임인 포트나이트는 게임 속에서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게임이고, 사람을 죽인 후 이를 자축하며 이 같은 춤 동작을 출 수 있다"고 금지 사유를 밝혔습니다.

[앵커]

부모들의 걱정이 크겠어요.

게임 중독에 대해서 국제 사회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 WHO가 강박적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에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개정판은 내년 5월 WHO 총회에서 회원국 간 논의를 거쳐 확정돼 2022년부터 적용됩니다.

WHO는 "정부와 가족,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게임 중독의 위험을 좀 더 경계하고 인식하는데 질병코드 부여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기 됐고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올리는 것이 불필요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는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인정되면 여러 규제가 불가피해져서 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어서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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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전 세계에 드리운 ‘게임 중독’의 그늘
    • 입력 2018-07-17 20:29:58
    • 수정2018-07-17 21:03:16
    글로벌24
[앵커]

여름 방학이 다가오면서 게임에 빠져드는 자녀들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님들 많으실텐데요,

서구권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방에 하루종일 틀어박혀 게임만 붙들고 있는 10대들 때문에 부모들의 시름은 깊어가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는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게임 중독의 폐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사례를 들고 나왔는데, 월드컵 축구 스타들까지 이 게임을 따라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게임 이름이 조금 낯설죠?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을 한 번 보겠습니다.

프랑스 축구선수 앙투안 그리즈만이 결승전에서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는 모습입니다.

그리즈만을 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바라보고 손으로 'L'자 모양을 만들어 이마에 댄 채 다리를 좌우로 흔드는 춤을 췄습니다.

포트나이트에서 캐릭터가 추는 춤을 따라한 골 세리머니였습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도 인터넷 개인 방송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직접 선보인 바 있습니다.

[앵커]

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북미와 유럽 20~30대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건가요?

[기자]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게 포트나이트 게임 화면입니다.

온라인 3인칭 슈팅 게임으로 나무와 돌을 이용해 건물이나 함정을 만들어 적을 물리치는 방식입니다.

무료 게임이다보니 사용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어 현재 전 세계 사용자 수 1억2,500만 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기준 무려 1억 2,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44억 원의 월 매출을 올렸다고 전해질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앵커]

청소년들이 이 게임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하니까 서구권 국가들에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외신 소식도 계속 들어오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할 것 없이 언론을 통해 포트나이트 열풍을 소개하면서도 청소년들의 포트나이트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호주에 살고 있는 11살 소년 라일리입니다.

학교에 갔다 집에 돌아오면 친구들과 축구를 하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놀았지만, 4개월 전 포트나이트 게임을 처음 접한 이후로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저렇게 게임만 합니다.

[라일리 홀징거 : "만약 엄마 아빠가 집에 없으면 24시간 동안 포트나이트 게임을 할 거예요."]

[앤지 홀징거/엄마 : "분명 게임에 중독됐어요. 매일 아침 저녁으로 게임만 해요. 아들이 다시 축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9살 소년 맥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가기 전, 방과후에 포트나이트 게임을 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 가는 차 안에서도 태블릿 PC를 이용해 게임을 합니다.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라는 엄마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처럼 게임 중독 증세를 보이는 호주 청소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브래드 마셜/인터넷 중독 치료 시설 원장 : “포트나이트를 하다가 이곳으로 오는 아이들이 60~70% 정도 됩니다.”]

영국도 비슷합니다.

지난달 영국 가디언은 포트나이트 게임에 중독된 영국 청소년들의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런던 북부에 사는 한 15살 소년은 포트나이트에 중독돼 8주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이 햇빛을 받지 못해 비타민D가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영국의 교사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건강 전문가들은 포트나이트 게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게임 중독이 그야말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시간 게임 이용이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죠.

포트나이트 게임을 즐기는 일부 청소년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브래드 마셜/인터넷 중독 치료 시설 원장 : "(게임을 하느라) 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숙제가 밀리거나 아예 하지 않기도 합니다. 집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국의 한 학교에서 포트나이트 게임과 관련된 춤을 금지시킨 일도 최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해당 학교 교장은 "12세 이상 게임인 포트나이트는 게임 속에서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게임이고, 사람을 죽인 후 이를 자축하며 이 같은 춤 동작을 출 수 있다"고 금지 사유를 밝혔습니다.

[앵커]

부모들의 걱정이 크겠어요.

게임 중독에 대해서 국제 사회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 WHO가 강박적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에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개정판은 내년 5월 WHO 총회에서 회원국 간 논의를 거쳐 확정돼 2022년부터 적용됩니다.

WHO는 "정부와 가족,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게임 중독의 위험을 좀 더 경계하고 인식하는데 질병코드 부여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기 됐고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올리는 것이 불필요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는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인정되면 여러 규제가 불가피해져서 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어서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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