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아베와 이시바의 합창 “평화헌법 반대!”

입력 2018.09.24 (17:37) 수정 2018.09.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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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싱겁게 끝났다. 다수의 예상대로 이변은 없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치러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했다. 일본 총리는 다수당 총재가 된다. 아베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다. 사상 최장수 총리의 길로 들어섰다. 승리 뒤 첫 일성은 “개헌”이다. 궁극적 목표는 ‘전쟁가능 국가’이다. 일본판 ‘강성대국’을 지향하는 셈이다.

단, ‘아베’가 이겼기 때문에 ‘개헌’이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자민당의 공식 입장은 어차피 ‘전쟁용 개헌’이었다. 전쟁국가로의 길은 보수층을 등에 업은 자민당의 숙원이다. 선거에서 이긴 아베 신조 총리나 패배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나 어차피 우익세력의 대변자이다.

싱거운 승리…아베 “이겼으니 예정대로 개헌”

파벌이 총리를 결정하는 관행은 굳건했다. 다수의 ‘잠룡’급 정치인들이 수면 위아래를 오르내렸지만, 막상 선거전이 시작되자 이른바 ‘아베 1강’이 재연했다. 출마를 저울질하던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들이 잇따라 아베 쪽에 줄을 섰다. 당내 최대 파벌 호소다 파 등 5개 파벌이 아베 총리를 지지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신의 이끄는 파벌과 다케시다 파 일부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국회의원표 405표,그리고 지방의 당원·당우 104만 여 명의 투표를 환산한 405표를 합산한 결과는 553표 대 254표, 68% 대 31%이다. 의원표는 81% 대 18%, 당원표는 55% 대 45%로 갈렸다. 의원들의 몰표가 컸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70년 이상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던 헌법 개정에 드디어 도전하고, ‘헤이세이(현 일왕 재임기)’ 앞의 시대를 향해 새로운 나라 만들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언론과 여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른바 ‘막달의 달인’ 아소 부총리. 선거대책본부 해산식에서, 승리 공신을 자임하며 또 한 건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선전했다고 하는데, 어디가 선전인가 이유를 알려주기 바란다”며 비아냥댔다.


아베 총리는 2차 내각 출범 이후 정권 유지의 1등 공신격인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관방장관을 유임시켜, 내년 지방 선거와 참의원 선거, 그리고 궁극적으로 헌법 개정을 철저히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시바 “나도 개헌 희망... 하려면 제대로 "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 의지를 밝힌데 대해 “헌법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당원 투표의 45%가 나에게 왔다. 이겼기 때문에 (자신의) 계획대로 한다고 말한다면, 국민과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헌을 위한 토론을 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나도 헌법 개정을 하고 싶다. 그렇지만, 개정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한 번 개정하고 나면, 다음에 개정하려면 10년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토론과 국민의 동의를 강조할 뿐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우익 성향 인물이다. 단,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계속 사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밝혀 주목받았다.

그러나 2004년 방위상을 지낸 경력이 말해주듯, 진작부터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한 강성 인물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의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자신에 대한 공격을 간주해 무력 대응하겠다는 논리이다. 자위대가 해외에서도 ‘자의적 판단’에 따라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과의 영토분쟁 지역,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을 지키기 위해 해병대를 창설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주장은 ‘수륙기동단’이라는 이름의 일본판 해병대가 지난 3월 창설됨으로써 실현됐다. 지난해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는, 미국의 전술핵 일본 배치를 검토하자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서 2011년엔 당시 자민당 영토특위 위원장으로서 ‘독도의 날(일본 주장 ’다케시마의 날‘)’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아베도 이시바도 어차피 ‘전쟁국가론’

한일 양국의 언론 대부분은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안의 핵심을 ‘자위대의 헌법 명기’로 보고 있다.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본질은 ‘평화헌법 9조의 전쟁 금지 조항 무력화’라고 볼 수도 있다.


지난 3월 자민당이 발표한 개헌안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9조 1항 ‘전쟁 및 무력 포기, 제2항 ’육해공군 등 전력 비보유‘ 등 기존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신 ’9조의 2‘라는 변칙적 형식의 조항을 첨가했다. “기존의 9조 1,2항이 일본의 평화와 독립,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 조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 “그것을 위한 실력 조직으로 총리를 최고 지휘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고 내용도 있다.

아베 총리 등은 헌법상 지위가 모호한 자위대의 근거조항을 헌법에 명시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자위관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치인과 자민당의 사명이다. 헌법에 ‘자위대’라고 제대로 명시하고 우리 책임을 완수하자.”고 주장했다.

언론의 관심도 이 대목에 집중됐다. 이미 존재하는 자위대의 근거 조항을 명시하느냐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첫 번째 조항이 아닐까? 개헌안에 따르면, ‘군사력과 전쟁’의 포기는 일본의 평화를 위해서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자위권’ 개념과 결합하면, 일본은 해외 어디에서든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의 개헌안은 보다 단순 명쾌하다. “국민의 이해를 얻어 ‘전력 비보유’ 등을 명시한 9조 2항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즉, 헌법9조 개정의 본질을 개정하지 않은 채, 자위대 조항을 명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즉, 더 철저한 개헌을 차근차근 추진하자는 입장일 뿐이다.

본질은 '자위대 명시'가 아니라 '평화헌법 무력화'

정리하면, 평화헌법 무력화의 방법론으로, 아베 총리는 우회해서 서두르자는 것이고,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직접적으로 천천히 가자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 것일까?

아베 총리는 개헌안을 이번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대표는 “헌법 개정은 국회 스스로 발의하는 것인 만큼 자민당과 개헌에 대해 사전 협의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평화헌법을 지켜야한다며 아베 총리의 개헌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자민당 선거 직후인 21일∽23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55%로, 한 달 전에 비해 7%포인트 높아졌다. 아베 총리의 승리가 “잘 됐다”는 응답도 55%로 나타났다. 반면, “개헌안 제출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68%나 됐다. 같은 기간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개헌안 가을 제출에 대한 반대 비율이 51%로 찬성의 36%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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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4 17:37:12
    • 수정2018-09-25 16:47:17
    특파원 리포트
선거는 싱겁게 끝났다. 다수의 예상대로 이변은 없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치러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했다. 일본 총리는 다수당 총재가 된다. 아베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다. 사상 최장수 총리의 길로 들어섰다. 승리 뒤 첫 일성은 “개헌”이다. 궁극적 목표는 ‘전쟁가능 국가’이다. 일본판 ‘강성대국’을 지향하는 셈이다.

단, ‘아베’가 이겼기 때문에 ‘개헌’이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자민당의 공식 입장은 어차피 ‘전쟁용 개헌’이었다. 전쟁국가로의 길은 보수층을 등에 업은 자민당의 숙원이다. 선거에서 이긴 아베 신조 총리나 패배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나 어차피 우익세력의 대변자이다.

싱거운 승리…아베 “이겼으니 예정대로 개헌”

파벌이 총리를 결정하는 관행은 굳건했다. 다수의 ‘잠룡’급 정치인들이 수면 위아래를 오르내렸지만, 막상 선거전이 시작되자 이른바 ‘아베 1강’이 재연했다. 출마를 저울질하던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들이 잇따라 아베 쪽에 줄을 섰다. 당내 최대 파벌 호소다 파 등 5개 파벌이 아베 총리를 지지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신의 이끄는 파벌과 다케시다 파 일부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국회의원표 405표,그리고 지방의 당원·당우 104만 여 명의 투표를 환산한 405표를 합산한 결과는 553표 대 254표, 68% 대 31%이다. 의원표는 81% 대 18%, 당원표는 55% 대 45%로 갈렸다. 의원들의 몰표가 컸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70년 이상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던 헌법 개정에 드디어 도전하고, ‘헤이세이(현 일왕 재임기)’ 앞의 시대를 향해 새로운 나라 만들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언론과 여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른바 ‘막달의 달인’ 아소 부총리. 선거대책본부 해산식에서, 승리 공신을 자임하며 또 한 건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선전했다고 하는데, 어디가 선전인가 이유를 알려주기 바란다”며 비아냥댔다.


아베 총리는 2차 내각 출범 이후 정권 유지의 1등 공신격인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관방장관을 유임시켜, 내년 지방 선거와 참의원 선거, 그리고 궁극적으로 헌법 개정을 철저히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시바 “나도 개헌 희망... 하려면 제대로 "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 의지를 밝힌데 대해 “헌법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당원 투표의 45%가 나에게 왔다. 이겼기 때문에 (자신의) 계획대로 한다고 말한다면, 국민과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헌을 위한 토론을 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나도 헌법 개정을 하고 싶다. 그렇지만, 개정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한 번 개정하고 나면, 다음에 개정하려면 10년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토론과 국민의 동의를 강조할 뿐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우익 성향 인물이다. 단,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계속 사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밝혀 주목받았다.

그러나 2004년 방위상을 지낸 경력이 말해주듯, 진작부터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한 강성 인물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의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자신에 대한 공격을 간주해 무력 대응하겠다는 논리이다. 자위대가 해외에서도 ‘자의적 판단’에 따라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과의 영토분쟁 지역,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을 지키기 위해 해병대를 창설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주장은 ‘수륙기동단’이라는 이름의 일본판 해병대가 지난 3월 창설됨으로써 실현됐다. 지난해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는, 미국의 전술핵 일본 배치를 검토하자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서 2011년엔 당시 자민당 영토특위 위원장으로서 ‘독도의 날(일본 주장 ’다케시마의 날‘)’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아베도 이시바도 어차피 ‘전쟁국가론’

한일 양국의 언론 대부분은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안의 핵심을 ‘자위대의 헌법 명기’로 보고 있다.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본질은 ‘평화헌법 9조의 전쟁 금지 조항 무력화’라고 볼 수도 있다.


지난 3월 자민당이 발표한 개헌안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9조 1항 ‘전쟁 및 무력 포기, 제2항 ’육해공군 등 전력 비보유‘ 등 기존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신 ’9조의 2‘라는 변칙적 형식의 조항을 첨가했다. “기존의 9조 1,2항이 일본의 평화와 독립,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 조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 “그것을 위한 실력 조직으로 총리를 최고 지휘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고 내용도 있다.

아베 총리 등은 헌법상 지위가 모호한 자위대의 근거조항을 헌법에 명시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자위관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치인과 자민당의 사명이다. 헌법에 ‘자위대’라고 제대로 명시하고 우리 책임을 완수하자.”고 주장했다.

언론의 관심도 이 대목에 집중됐다. 이미 존재하는 자위대의 근거 조항을 명시하느냐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첫 번째 조항이 아닐까? 개헌안에 따르면, ‘군사력과 전쟁’의 포기는 일본의 평화를 위해서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자위권’ 개념과 결합하면, 일본은 해외 어디에서든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의 개헌안은 보다 단순 명쾌하다. “국민의 이해를 얻어 ‘전력 비보유’ 등을 명시한 9조 2항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즉, 헌법9조 개정의 본질을 개정하지 않은 채, 자위대 조항을 명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즉, 더 철저한 개헌을 차근차근 추진하자는 입장일 뿐이다.

본질은 '자위대 명시'가 아니라 '평화헌법 무력화'

정리하면, 평화헌법 무력화의 방법론으로, 아베 총리는 우회해서 서두르자는 것이고,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직접적으로 천천히 가자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 것일까?

아베 총리는 개헌안을 이번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대표는 “헌법 개정은 국회 스스로 발의하는 것인 만큼 자민당과 개헌에 대해 사전 협의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평화헌법을 지켜야한다며 아베 총리의 개헌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자민당 선거 직후인 21일∽23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55%로, 한 달 전에 비해 7%포인트 높아졌다. 아베 총리의 승리가 “잘 됐다”는 응답도 55%로 나타났다. 반면, “개헌안 제출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68%나 됐다. 같은 기간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개헌안 가을 제출에 대한 반대 비율이 51%로 찬성의 36%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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