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운영비로 벤츠 타고 골프”…유치원 뺨치는 ‘요양원 비리’

입력 2018.10.26 (21:16) 수정 2018.10.2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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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10년 새 급격하게 늘어난 노인 복지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민간 요양원입니다.

2008년 전국에 천3백여 곳에 불과했던 민간 요양원은, 매년 꾸준히 늘어 10년 만에 3천2백여 곳으로 급증했습니다.

10년 전에 만들어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민간 요양원 입소 비용의 80%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실상 '나랏돈'이 들어가는 구조인데도, 개인 소유라는 이유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왔습니다.

최근 불거진 사립 유치원 비리와 꼭 닮은 구조입니다.

개선되지 않고 있는 민간 요양원들의 비리 실태를 최광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원래는 대입 기숙학원이었던 이 건물은 지난 2013년 갑자기 요양원으로 바뀌었습니다.

학원 대표는 이후 요양원 대표로 직함을 바꾸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차량 이용 대금은 요양원 운영비로 충당했습니다.

[○○○요양원 요양보호사/음성변조 : "벤츠를 타고 다니길래 어마어마하게 돈을 잘 버는 걸로 알았어요. 리스비가 5천만 원. 계약금 5천(만 원)에 한 달 350만 원이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대표는 또 골프장 이용료, 해외 여행비 등으로 요양원 운영비 7천7백여만 원을 개인적으로 쓰다 지자체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이 시설에 주는 보조금만 한 달에 2억 원이 넘습니다.

이처럼 전국 3천 2백여개의 요양원에 연간 2조 2천억 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공단은 회계보고는 물론이고 정기적인 감사조차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요양원 요양보호사/음성변조 : "유치원은 교사 한 명에 (보조금이) 59만 원이라지만, 여기는 어르신 한 명에 최하가 130만 원이예요. (국가에서) 보조받는 게. 유치원은 아무것도 아닌 거죠."]

지난 10년 동안 민간 요양원들의 씀씀이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말입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기관에서 요청한 금액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한다거나 그러지는 않고요. 저희의 업무는 지급하는 업무까지만 이뤄지다 보니까..."]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민간 요양원 일부를 대상으로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94%에서 부당 청구가 적발됐습니다.

[전지현/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 : "리스를 하든 차량 보증금을 내든 호텔을 가든 뭘 하든 문제라고 인식을 못 한 거죠. 복지시설에 대한 마인드가 없으니까..."]

민간 요양원의 재무 회계 시스템은 제도가 생긴 지 10년 만인 올 7월에야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KBS 뉴스 최광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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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운영비로 벤츠 타고 골프”…유치원 뺨치는 ‘요양원 비리’
    • 입력 2018-10-26 21:20:12
    • 수정2018-10-26 22:04:02
    뉴스 9
[앵커]

최근 10년 새 급격하게 늘어난 노인 복지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민간 요양원입니다.

2008년 전국에 천3백여 곳에 불과했던 민간 요양원은, 매년 꾸준히 늘어 10년 만에 3천2백여 곳으로 급증했습니다.

10년 전에 만들어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민간 요양원 입소 비용의 80%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실상 '나랏돈'이 들어가는 구조인데도, 개인 소유라는 이유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왔습니다.

최근 불거진 사립 유치원 비리와 꼭 닮은 구조입니다.

개선되지 않고 있는 민간 요양원들의 비리 실태를 최광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원래는 대입 기숙학원이었던 이 건물은 지난 2013년 갑자기 요양원으로 바뀌었습니다.

학원 대표는 이후 요양원 대표로 직함을 바꾸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차량 이용 대금은 요양원 운영비로 충당했습니다.

[○○○요양원 요양보호사/음성변조 : "벤츠를 타고 다니길래 어마어마하게 돈을 잘 버는 걸로 알았어요. 리스비가 5천만 원. 계약금 5천(만 원)에 한 달 350만 원이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대표는 또 골프장 이용료, 해외 여행비 등으로 요양원 운영비 7천7백여만 원을 개인적으로 쓰다 지자체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이 시설에 주는 보조금만 한 달에 2억 원이 넘습니다.

이처럼 전국 3천 2백여개의 요양원에 연간 2조 2천억 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공단은 회계보고는 물론이고 정기적인 감사조차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요양원 요양보호사/음성변조 : "유치원은 교사 한 명에 (보조금이) 59만 원이라지만, 여기는 어르신 한 명에 최하가 130만 원이예요. (국가에서) 보조받는 게. 유치원은 아무것도 아닌 거죠."]

지난 10년 동안 민간 요양원들의 씀씀이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말입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기관에서 요청한 금액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한다거나 그러지는 않고요. 저희의 업무는 지급하는 업무까지만 이뤄지다 보니까..."]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민간 요양원 일부를 대상으로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94%에서 부당 청구가 적발됐습니다.

[전지현/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 : "리스를 하든 차량 보증금을 내든 호텔을 가든 뭘 하든 문제라고 인식을 못 한 거죠. 복지시설에 대한 마인드가 없으니까..."]

민간 요양원의 재무 회계 시스템은 제도가 생긴 지 10년 만인 올 7월에야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KBS 뉴스 최광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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