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취재후] 국산 무기 ‘해궁’이 완벽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8.11.06 (14:08)

수정 2018.11.06 (14:49)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차기 함대공 미사일 ‘해궁'의 개발 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가고 많은 반향이 있었습니다. 이번 ‘취재후’에서는 방송 리포트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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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무기 개발을 둘러싼 한계

사실 ‘해궁’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산 유도무기 개발은 어느 정도 물리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리적인 문제로 사거리가 최소 수십 킬로미터에서 최대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유도무기의 발사부터 명중까지의 전체 과정을 실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예산’입니다. 첨단 유도무기들은 대부분 한 발당 최소 10억 원이 넘는데 제한된 예산에서 ‘충분한’ 실사격을 하는 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일 년에 수백 발의 미사일을 직접 표적에 발사해보고 그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다시 무기 개발에 반영하는 건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미국만이 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해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사에서 지적한 부분 중에 하나는 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실사격 시험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군은 해궁 미사일이 음속의 2배인 '마하 2.0'으로 날아오는 적의 대함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출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마하 2.0이 넘는 표적에 대해 실사격을 하려면 별도로 제작된 표적기를 사와야 합니다. 표적기는 단순히 속도만 비슷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실험 과정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피드백해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표적기 가격이 한 대에 백억 원 가까이한다고 합니다.

군은 이런 현실적인 환경을 고려할 때 M&S(Modeling and Simulation), 다시 말해 시뮬레이션 실험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모든 환경 요건을 구현했고, 그 결과 요구 성능을 충족했다는 겁니다. 이같은 상황은 대부분의 국가가 마찬가지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해궁'이 완벽해야 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건 2가지입니다. 먼저 군이 과거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군이 마찬가지로 1,000억 원이 넘는 개발비를 들여 만든 ‘홍상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우리 함정을 노리는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무기인데, 장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특정 지점으로 날아가 어뢰가 분리된 뒤 적 잠수함을 추적합니다. 그런데 홍상어가 실전배치 된 뒤 실사격 시험에서 잇따라 명중률에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수많은 결함을 수정한 뒤에야 홍상어는 다시 신뢰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추가 예산이 든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보다는 만약 홍상어가 결함이 있는 상태로 실전에 사용됐다면 적 잠수함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 해군 함정이 피해를 봤을 것입니다.

국산 함대잠 미사일 ‘홍상어’국산 함대잠 미사일 ‘홍상어’

다음으로 해궁은 공격 무기가 아닌 ‘방어 무기’라는 점입니다. 위에 설명한 홍상어는 공격 무기입니다. 공격은 실패해도 재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방어 무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한 발’만 놓치면 우리 해군 함정과 탑승하고 있는 수많은 장병의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해군이 처한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주변국 가운데 러시아는 이미 최대 속도 마하 4를 넘는 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했고, 중국도 마하 2~4에 달하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속속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해역은 미군을 제외하면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주요 국가의 해군이 처한 어떤 환경보다도 가혹하며 훨씬 높은 수준의 생존성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도 해궁이 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길 요구한 것입니다.

중국이 개발 중인 초음속 미사일 ‘CM-302’. 최대 속도 마하 4.0으로 비행할 수 있다. 중국이 개발 중인 초음속 미사일 ‘CM-302’. 최대 속도 마하 4.0으로 비행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해궁을 탑재한 함정들은 차기 호위함이나 상륙함, 지원함 등인데 해궁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막이라는 점입니다. CIWS(Close-in Weapon System)로 불리는 근접방어무기가 별도로 장착돼 있기는 하지만 초음속 미사일을 상대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만약 해궁이 방어에 실패한다면 대체 수단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해궁 탑재 예정인 ‘대구급 호위함’과 대형 상륙함 ‘마라도함’해궁 탑재 예정인 ‘대구급 호위함’과 대형 상륙함 ‘마라도함’

'주어진 환경'과 '충분한 환경'

해궁은 당초 2016년 실험에서 명중률이 낮게 나오는 바람에 개발 기간이 2년 연장됐습니다. 그 사이 해궁을 탑재할 함정들은 속속 실전배치 됐는데, 아직 해궁을 탑재하지 못해 ‘빈 배’로 다니고 있습니다. 해군의 이런 급박한 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저희도 초음속 표적에 실사격을 해보면 왜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지난 기사는 주어진 예산과 일정,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을 개발진의 노력을 폄하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해궁이 다른 국가의 무기보다 성능이 부족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나 이 한 마디에 역으로 해궁이 개발 과정에서 보다 많은 실사격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역으로 그 주어진 환경이 ‘충분한 환경’이었는지를 반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비가 부족하다면 군이 나서서, 정부가 나서서, 국회가 나서서라도 개발비를 증액해야 하고 개발 기간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면 늘려줘야 할 것입니다. 가혹한 미래 해상 전장에서 누군가의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인 우리 장병들의 목숨을 지켜줄 마지막 방패를 개발하는 것이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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