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아니면 고독사죠”…재개발 철거민들의 혹한기

입력 2018.12.18 (21:31) 수정 2018.12.18 (22: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얼마 전 서울 아현동 재건축 지역 철거민이었던 고 박준경 씨가 폭력적인 강제집행에 항의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죠.

이 엄동설한에도 온기가 끊어진 재건축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철거민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들의 딱한 사연을 김민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골목마다 내걸린 현수막, 곧 철거가 예정된 곳입니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이곳에도 사람들은 삽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다닥다닥 붙은 방이 나옵니다.

["(여기는 거주하기 쉽지가 않겠는데요...) 그러니까 내가 보여주기 싫어서..."]

방 안에 폐지가 가득합니다.

내다 팔 것들입니다.

[윤순근/재개발 지역 세입자 : "좁지만 생활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15년이나 살았던 방, 이젠 비워줘야 합니다.

통장에 남은 건 단돈 3,297원, 갈 곳이 없습니다.

[윤순근/재개발 지역 세입자 : "누구하고 접촉하기도 싫고...여기서 만약에 관리 잘못하면 고독사라든가..."]

62살 조종태 씨가 사는 집, 난방이 멈춘 지 오래, 온수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10년 넘게 보증금 100만원, 월세 8만원에 살았는데 이젠 나가야 합니다.

[조종태/재개발 지역 세입자 : "(쫓겨나면) 노숙자죠. 어디가서 있을 때도 없고. 내가 또 저사람들(노숙자)하고 똑같은 신세가 되려나 걱정도 되고. 울고 싶죠."]

가파른 계단을 올라 간 건물 옥상, 여기도 방이 있습니다.

수도는 얼었고, 쪽방 한켠에 변기를 설치했습니다.

집 주인은 50대 세입자, 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주변 이웃 : "여기 주무시다 뇌 혈관이 터졌어요. 병원 가 보니까 뇌가 혈관이 터졌다고. 중환자실에 있어요."]

청와대 앞 분수광장, 8개월 째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재개발 지역에 집을 가지고 있었던 A씨, 청산 과정에 재개발 조합에서 받은 돈으로 세입자 보증금을 주고 나니 남는 게 한푼도 없었다고 합니다.

["나가도 못 살아요. 뭐가 있어야 살죠. 근데 왜 돌아보지를 않아요. 왜 국민을 살피지 않나요. 내가 무슨 죄를 졌기에..."]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묻고 싶습니다.

["건설사가 이익 보는 사업이지... 어떻게 이게 공익사업인가요?"]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노숙 아니면 고독사죠”…재개발 철거민들의 혹한기
    • 입력 2018-12-18 21:34:22
    • 수정2018-12-18 22:11:34
    뉴스 9
[앵커]

얼마 전 서울 아현동 재건축 지역 철거민이었던 고 박준경 씨가 폭력적인 강제집행에 항의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죠.

이 엄동설한에도 온기가 끊어진 재건축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철거민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들의 딱한 사연을 김민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골목마다 내걸린 현수막, 곧 철거가 예정된 곳입니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이곳에도 사람들은 삽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다닥다닥 붙은 방이 나옵니다.

["(여기는 거주하기 쉽지가 않겠는데요...) 그러니까 내가 보여주기 싫어서..."]

방 안에 폐지가 가득합니다.

내다 팔 것들입니다.

[윤순근/재개발 지역 세입자 : "좁지만 생활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15년이나 살았던 방, 이젠 비워줘야 합니다.

통장에 남은 건 단돈 3,297원, 갈 곳이 없습니다.

[윤순근/재개발 지역 세입자 : "누구하고 접촉하기도 싫고...여기서 만약에 관리 잘못하면 고독사라든가..."]

62살 조종태 씨가 사는 집, 난방이 멈춘 지 오래, 온수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10년 넘게 보증금 100만원, 월세 8만원에 살았는데 이젠 나가야 합니다.

[조종태/재개발 지역 세입자 : "(쫓겨나면) 노숙자죠. 어디가서 있을 때도 없고. 내가 또 저사람들(노숙자)하고 똑같은 신세가 되려나 걱정도 되고. 울고 싶죠."]

가파른 계단을 올라 간 건물 옥상, 여기도 방이 있습니다.

수도는 얼었고, 쪽방 한켠에 변기를 설치했습니다.

집 주인은 50대 세입자, 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주변 이웃 : "여기 주무시다 뇌 혈관이 터졌어요. 병원 가 보니까 뇌가 혈관이 터졌다고. 중환자실에 있어요."]

청와대 앞 분수광장, 8개월 째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재개발 지역에 집을 가지고 있었던 A씨, 청산 과정에 재개발 조합에서 받은 돈으로 세입자 보증금을 주고 나니 남는 게 한푼도 없었다고 합니다.

["나가도 못 살아요. 뭐가 있어야 살죠. 근데 왜 돌아보지를 않아요. 왜 국민을 살피지 않나요. 내가 무슨 죄를 졌기에..."]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묻고 싶습니다.

["건설사가 이익 보는 사업이지... 어떻게 이게 공익사업인가요?"]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