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눈앞 ‘보헤미안 랩소디’ 목표는 150만…예측 압도한 이유는

입력 2019.01.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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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의 관객 수는 10일 자정 기준 970만여 명이다. 국내 매출액만 840억 원이다. 주말을 지나면 '1천만' 초읽기에 들어갈 태세다. 관객 증가세가 한풀 꺾여 천만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현재 추이대로라면 1월 넷째 주 쯤 천만 영화 대열에 오르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영화를 배급한 20세기폭스코리아의 김성경 마케팅 상무는 "개봉 전 1차 목표를 관객 150만 명으로 잡았었다"며 "2017년 개봉한 음악영화 '위대한 쇼맨'의 관객이 약 140만 명인 점을 토대로 이와 비슷한 수준이면 괜찮은 성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주연 배우의 인지도나 그룹 '퀸'을 향유한 세대가 40대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50만 명 정도면 성공이라고 본 것이다.

'퀸' 몰랐던 세대가 흥행 주도

배급사와 전문가들의 예측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흥행 요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퀸'의 노래가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곡조를 지녔다는 점, 주류에 당당히 저항하는 주인공의 태도가 젊은 연령층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 등이 꼽힌다. 실제로 '보헤미안…'의 티켓을 끊은 CJ CGV 회원들의 연령대를 보면 20대가 33.5%로 가장 많고 30대(31.1%)가 뒤를 잇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10대 관객까지 감안하면 '퀸'을 잘 몰랐던 세대가 흥행을 이끈 셈이다.

흥행의 양상에서도 '보헤미안…'은 다른 역대 히트작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명량'(관객 1,760만 명)은 개봉 11 일차에 900만 명을 넘겼다. '신과 함께-죄와 벌'(1,440만 명)과 '어벤져스:인피니티 워'(1,120만 명)도 13 일차였다. '보헤미안…'은? 60일 차, 개봉 두 달 째가 돼서야 9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초기 스크린 수와 광고 등 물량공세로 관객을 점유한 게 아니란 얘기다.


■유독 한국에서 기록적 흥행 거둔 이유

하지만 영화 내용만으로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어벤져스' 시리즈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전 세계에서 막대한 매출을 고루 올리는 것과 달리, '보헤미안…'은 한국에서의 성적이 유독 두드러진다. 이 영화의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매출은 약 7천만 달러, '퀸'의 고향 영국의 6천2백만 달러를 훌쩍 앞질렀다. 한국에서 특히 기록적인 성적을 낸 이유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콘서트를 보는 듯한 음악영화의 쾌감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 인프라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전국 어디서나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 가면 스크린에 부활한 전설의 공연을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을 통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성경 상무는 "20세기폭스 본사 측은 물론 해외 영화 관계자들은 극장 산업의 위기에 대해 근심이 큰 상황"이라며 "이들이 '극장의 미래를 보려면 한국으로 가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극장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앞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다수 극장이 쇼핑몰·마트·식당가 등을 집약시켜놓은 공간에서 복합 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해외 관계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대목이다.

"영화관 말고는 갈 곳 없어"…독일까 약일까

밝은 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극장 수는 2017년 기준 전국 452곳이다. 전국 시·군·구가 226개이므로 기초자치단체마다 2곳 꼴로 극장을 갖춘 셈이다. 이들 극장 안에 있는 스크린(상영관) 수는 총 2,766개로, 전국 공공도서관 수 1,042개소의 2.7배다. 이 중 92%를 3대 멀티플렉스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만 602명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 여가 공간'을 물었더니(문화체육관광부 2016 국민 여가활동 조사, 복수 응답) 식당·주점 33.2%, 아파트 공터 21.6%, 커피숍 19.1%, 대형마트 18.5%, 영화관 12.9% 순이었다.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공간을 제외하면, 영화관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문화예술 공간의 비중은 초라한 수준이다. 테마파크가 1.1%, 역사유적지 1.0%, 도서관 0.9%, 공연장 0.8%, 미술관은 0.1%에 불과했다.


'천만 영화'라 하면 전 국민의 약 20%가 한 편의 영화를 본다는 얘기다. 영화관 외에는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다 화제작이 나오면, 영·유아와 고령자를 제외한 관람 가능 연령 인구의 30% 넘는 수가 한 작품에 몰리는 셈이다. '보헤미안…'의 흥행은, 완성도 갖춘 음악영화가 멀티플렉스 중심의 한국 여가 문화와 만나면서 세계적인 기록을 세운 경우다. 이 같은 관객 역동성은 이른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를 키우는 약이 될 수도, 문화 다양성을 가로막는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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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만 눈앞 ‘보헤미안 랩소디’ 목표는 150만…예측 압도한 이유는
    • 입력 2019-01-12 14:08:02
    취재K
'보헤미안 랩소디'의 관객 수는 10일 자정 기준 970만여 명이다. 국내 매출액만 840억 원이다. 주말을 지나면 '1천만' 초읽기에 들어갈 태세다. 관객 증가세가 한풀 꺾여 천만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현재 추이대로라면 1월 넷째 주 쯤 천만 영화 대열에 오르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영화를 배급한 20세기폭스코리아의 김성경 마케팅 상무는 "개봉 전 1차 목표를 관객 150만 명으로 잡았었다"며 "2017년 개봉한 음악영화 '위대한 쇼맨'의 관객이 약 140만 명인 점을 토대로 이와 비슷한 수준이면 괜찮은 성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주연 배우의 인지도나 그룹 '퀸'을 향유한 세대가 40대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50만 명 정도면 성공이라고 본 것이다.

'퀸' 몰랐던 세대가 흥행 주도

배급사와 전문가들의 예측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흥행 요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퀸'의 노래가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곡조를 지녔다는 점, 주류에 당당히 저항하는 주인공의 태도가 젊은 연령층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 등이 꼽힌다. 실제로 '보헤미안…'의 티켓을 끊은 CJ CGV 회원들의 연령대를 보면 20대가 33.5%로 가장 많고 30대(31.1%)가 뒤를 잇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10대 관객까지 감안하면 '퀸'을 잘 몰랐던 세대가 흥행을 이끈 셈이다.

흥행의 양상에서도 '보헤미안…'은 다른 역대 히트작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명량'(관객 1,760만 명)은 개봉 11 일차에 900만 명을 넘겼다. '신과 함께-죄와 벌'(1,440만 명)과 '어벤져스:인피니티 워'(1,120만 명)도 13 일차였다. '보헤미안…'은? 60일 차, 개봉 두 달 째가 돼서야 9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초기 스크린 수와 광고 등 물량공세로 관객을 점유한 게 아니란 얘기다.


■유독 한국에서 기록적 흥행 거둔 이유

하지만 영화 내용만으로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어벤져스' 시리즈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전 세계에서 막대한 매출을 고루 올리는 것과 달리, '보헤미안…'은 한국에서의 성적이 유독 두드러진다. 이 영화의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매출은 약 7천만 달러, '퀸'의 고향 영국의 6천2백만 달러를 훌쩍 앞질렀다. 한국에서 특히 기록적인 성적을 낸 이유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콘서트를 보는 듯한 음악영화의 쾌감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 인프라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전국 어디서나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 가면 스크린에 부활한 전설의 공연을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을 통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성경 상무는 "20세기폭스 본사 측은 물론 해외 영화 관계자들은 극장 산업의 위기에 대해 근심이 큰 상황"이라며 "이들이 '극장의 미래를 보려면 한국으로 가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극장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앞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다수 극장이 쇼핑몰·마트·식당가 등을 집약시켜놓은 공간에서 복합 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해외 관계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대목이다.

"영화관 말고는 갈 곳 없어"…독일까 약일까

밝은 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극장 수는 2017년 기준 전국 452곳이다. 전국 시·군·구가 226개이므로 기초자치단체마다 2곳 꼴로 극장을 갖춘 셈이다. 이들 극장 안에 있는 스크린(상영관) 수는 총 2,766개로, 전국 공공도서관 수 1,042개소의 2.7배다. 이 중 92%를 3대 멀티플렉스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만 602명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 여가 공간'을 물었더니(문화체육관광부 2016 국민 여가활동 조사, 복수 응답) 식당·주점 33.2%, 아파트 공터 21.6%, 커피숍 19.1%, 대형마트 18.5%, 영화관 12.9% 순이었다.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공간을 제외하면, 영화관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문화예술 공간의 비중은 초라한 수준이다. 테마파크가 1.1%, 역사유적지 1.0%, 도서관 0.9%, 공연장 0.8%, 미술관은 0.1%에 불과했다.


'천만 영화'라 하면 전 국민의 약 20%가 한 편의 영화를 본다는 얘기다. 영화관 외에는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다 화제작이 나오면, 영·유아와 고령자를 제외한 관람 가능 연령 인구의 30% 넘는 수가 한 작품에 몰리는 셈이다. '보헤미안…'의 흥행은, 완성도 갖춘 음악영화가 멀티플렉스 중심의 한국 여가 문화와 만나면서 세계적인 기록을 세운 경우다. 이 같은 관객 역동성은 이른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를 키우는 약이 될 수도, 문화 다양성을 가로막는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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