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한 달 살기’ 최고 여행지 치앙마이…미세먼지는 어떡하나?

입력 2019.02.15 (07:01) 수정 2019.02.1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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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수도 방콕 못지않게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지이다. 저렴한 물가에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고 날씨와 치안도 좋은 편이어서 국내에서 '한 달 살기'라는 여행 테마를 유행시킬 정도로 장기 여행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한 달 살기' 최고 여행지 치앙마이, 대기오염 세계 3위 기록

그런 치앙마이가 최근 고민에 빠져 있다.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다. 요즘 치앙마이 하늘은 뿌연 갈색 하늘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일 치앙마이 인근 프래(Phrae)공항에서는 뿌연 하늘로 시야 확보가 안 돼 항공기가 착륙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뿌옇게 변한 치앙마이 시내의 모습 [출처 : The Nation]뿌옇게 변한 치앙마이 시내의 모습 [출처 : The Nation]

치앙마이 초미세먼지 농도 안전기준 3배 초과

지난 12일 치앙마이의 대기질지수(AQI; Air Quality Index)는 194로, 인도의 뉴델리(215)와 파키스탄의 라호르(197)에 이어 이날 세계에서 세 번째로 대기 질이 안 좋은 도시로 기록됐다. 특히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태국 오염통제국(PCD) 안전기준인 50㎍/㎥의 세 배를 넘어서는 최고 151㎍/㎥를 기록했다.

2월 12일 주요 도시의 실시간 대기질지수(AQI) Air Visual 홈페이지 캡처2월 12일 주요 도시의 실시간 대기질지수(AQI) Air Visual 홈페이지 캡처

태국은 관광으로 먹고산다고 할 만큼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다. 관광산업이 GDP의 12%에서 많게는 20%까지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외국 관광객 유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다.

관광산업 의존도 높은 태국, 관광객 이탈 우려에 노심초사

최근 방콕이 초미세먼지로 각급 학교가 휴교할 정도로 대기 질이 안 좋아지자 인공강우에 물대포, 드론까지 동원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드론까지 동원해 도심 상공에 물을 뿌리는 방콕시 [출처: The Nation]드론까지 동원해 도심 상공에 물을 뿌리는 방콕시 [출처: The Nation]

그런데 방콕에 이어 치앙마이가 국제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한 도시로 꼽히자 태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치앙마이는 오래전부터 대기 질이 좋지 않은 도시로 꼽혀왔지만 최근 들어 방콕보다 대기 질 지수가 더 안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북부 지역에는 최근 초미세먼지 농도(PM 2.5)가 태국의 안전기준을 배 이상 초과한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방콕보다 대기 질 안 좋은 치앙마이…. 주법은 '옥외 소각'

치앙마이대학교 보건과학연구소장인 쿠안차이 수파랏삔요 교수는 "이 정도의 대기 질은 모든 연령의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며, "결국 치앙마이의 대기 오염은 시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것은 물론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도 해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16만 명 규모의 치앙마이가 800만 명이 넘는 방콕보다 대기 질이 좋지 않은 날이 많은 것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치앙마이의 오염원은 방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방콕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 오염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앙마이의 경우 가장 큰 오염원은 '옥외 소각(outdoor fires)'으로 꼽힌다. 야외에서 쓰레기나 농업 부산물 등을 많이 태운다는 얘기다.

출처 : The Nation출처 : The Nation

단속기간 시작 앞두고 주민들 서둘러 '옥외 소각'

여기에 지역 정부의 '옥외 소각' 단속이 임박한 것도 최근의 대기 오염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북부 대부분 지역에서는 2월 말부터 시작해 4월까지 옥외 소각을 금지하는 조처를 하는데 단속기간이 시작하기 직전 주민들이 불을 놓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최적의 시기는?

태국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 아젠다'로 정하고 해법을 찾는다고 하지만 사실 방콕이나 치앙마이의 대기 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태국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건기가 끝나는 4월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는 하루에 한두 차례 짧게 비가 지나가기 때문에 대기 질이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원래 태국 여행의 성수기는 날씨가 덜 덥고 비가 오지 않는 11월~2월로 친다. 하지만 이 기간에 태국의 대기 질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미세먼지에 아예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면 모를까 '치앙마이 한 달 살기' 같은 장기 체류에 도전하는 관광객들은 건기를 피해 방문기간을 잡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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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5 07:01:17
    • 수정2019-02-15 07:09:19
    특파원 리포트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수도 방콕 못지않게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지이다. 저렴한 물가에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고 날씨와 치안도 좋은 편이어서 국내에서 '한 달 살기'라는 여행 테마를 유행시킬 정도로 장기 여행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한 달 살기' 최고 여행지 치앙마이, 대기오염 세계 3위 기록

그런 치앙마이가 최근 고민에 빠져 있다.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다. 요즘 치앙마이 하늘은 뿌연 갈색 하늘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일 치앙마이 인근 프래(Phrae)공항에서는 뿌연 하늘로 시야 확보가 안 돼 항공기가 착륙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뿌옇게 변한 치앙마이 시내의 모습 [출처 : The Nation]
치앙마이 초미세먼지 농도 안전기준 3배 초과

지난 12일 치앙마이의 대기질지수(AQI; Air Quality Index)는 194로, 인도의 뉴델리(215)와 파키스탄의 라호르(197)에 이어 이날 세계에서 세 번째로 대기 질이 안 좋은 도시로 기록됐다. 특히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태국 오염통제국(PCD) 안전기준인 50㎍/㎥의 세 배를 넘어서는 최고 151㎍/㎥를 기록했다.

2월 12일 주요 도시의 실시간 대기질지수(AQI) Air Visual 홈페이지 캡처
태국은 관광으로 먹고산다고 할 만큼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다. 관광산업이 GDP의 12%에서 많게는 20%까지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외국 관광객 유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다.

관광산업 의존도 높은 태국, 관광객 이탈 우려에 노심초사

최근 방콕이 초미세먼지로 각급 학교가 휴교할 정도로 대기 질이 안 좋아지자 인공강우에 물대포, 드론까지 동원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드론까지 동원해 도심 상공에 물을 뿌리는 방콕시 [출처: The Nation]
그런데 방콕에 이어 치앙마이가 국제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한 도시로 꼽히자 태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치앙마이는 오래전부터 대기 질이 좋지 않은 도시로 꼽혀왔지만 최근 들어 방콕보다 대기 질 지수가 더 안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북부 지역에는 최근 초미세먼지 농도(PM 2.5)가 태국의 안전기준을 배 이상 초과한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방콕보다 대기 질 안 좋은 치앙마이…. 주법은 '옥외 소각'

치앙마이대학교 보건과학연구소장인 쿠안차이 수파랏삔요 교수는 "이 정도의 대기 질은 모든 연령의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며, "결국 치앙마이의 대기 오염은 시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것은 물론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도 해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16만 명 규모의 치앙마이가 800만 명이 넘는 방콕보다 대기 질이 좋지 않은 날이 많은 것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치앙마이의 오염원은 방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방콕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 오염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앙마이의 경우 가장 큰 오염원은 '옥외 소각(outdoor fires)'으로 꼽힌다. 야외에서 쓰레기나 농업 부산물 등을 많이 태운다는 얘기다.

출처 : The Nation
단속기간 시작 앞두고 주민들 서둘러 '옥외 소각'

여기에 지역 정부의 '옥외 소각' 단속이 임박한 것도 최근의 대기 오염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북부 대부분 지역에서는 2월 말부터 시작해 4월까지 옥외 소각을 금지하는 조처를 하는데 단속기간이 시작하기 직전 주민들이 불을 놓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최적의 시기는?

태국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 아젠다'로 정하고 해법을 찾는다고 하지만 사실 방콕이나 치앙마이의 대기 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태국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건기가 끝나는 4월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는 하루에 한두 차례 짧게 비가 지나가기 때문에 대기 질이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원래 태국 여행의 성수기는 날씨가 덜 덥고 비가 오지 않는 11월~2월로 친다. 하지만 이 기간에 태국의 대기 질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미세먼지에 아예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면 모를까 '치앙마이 한 달 살기' 같은 장기 체류에 도전하는 관광객들은 건기를 피해 방문기간을 잡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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