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뚱뚱하고 콜레스테롤 높아야 오래산다”…의학상식 뒤집는 논문 이어져

입력 2019.03.08 (11:45) 수정 2019.03.08 (22:15)

허리는 날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는 기준치보다 낮아야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하면서 체중을 줄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연구들은 다소 비만하고, 콜레스테롤치가 권고치보다 높아야 오히려 오래 산다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높은 게 좋다?

가톨릭 관동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욱 교수팀은 2001∼2004년 국가 건강검진을 받은 1,281만 명을 대상으로 2013년까지 약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 결과 그동안의 의학 상식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발표됐다.

콜레스테롤은 몸에 좋은 HDL(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과 몸에 나쁜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로 나뉜다. 권장 수치는 LDL 콜레스테롤이 130㎎/㎗ 미만, HDL 콜레스테롤이 60㎎/㎗ 이상이다. 총콜레스테롤 농도로는 200㎎/㎗ 미만이 권고되며, 200∼239㎎/㎗ 는 '경계위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교수팀의 연구 결과 실제로 사망위험이 가장 낮은 수치는 콜레스테롤 권고치보다 높은 210∼249㎎/㎗이었다.

총콜레스테롤 농도와 사망위험은 U자 모양 연관성

연구 결과 총콜레스테롤 농도와 사망위험 사이에는 'U자' 모양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사망위험이 가장 낮은 혈중 총콜레스테롤 농도(210∼249㎎/㎗)를 중심으로 이보다 농도가 더 높아지거나 더 낮아질수록 사망위험이 증가한 것이다.

이상욱 교수는 "심장병 위험만 보면 볼 때 총콜레스테롤 농도를 200 미만으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뇌출혈과 만성폐쇄성폐질환, 간 질환, 간암 등의 관련 질환을 모두 포함할 경우에는 210∼249㎎/㎗에서 사망위험이 가장 낮았다는 의미"라고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따라서 중년층 이상인 경우, 총콜레스테롤 농도가 210∼249㎎/㎗에 해당한다면 앞으로 심장병 위험은 조금 크지만, 낮은 콜레스테롤 농도와 관련 있는 뇌출혈과 만성폐쇄성폐질환, 간 질환 등의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전체적인 사망위험은 오히려 낮을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해석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비만의 역설

65세 이상 장년층의 경우 마른 것보다는 적당히 살이 쪘을 때 사망률이 낮고,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는 계속 나오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조정진 교수팀은 '한국 노인에서 BMI(체질량지수)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논문에서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자료를 이용해 65세 이상 노인 17만 명을 5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이 22.5~24.9kg/㎡를 기준(사망위험: 1)으로 잡고 BMI에 따른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이 기준보다 BMI가 낮을 때 사망 위험이 증가하고, 오히려 기준보다 BMI가 높을 때 사망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과체중으로 분류되는 BMI 25~27.4kg/㎡에서 사망위험은 남성은 0.86, 여성은 0.84였으며, BMI 27.5~29.9kg/㎡에서의 사망 위험도 남성은 0.79, 여성은 0.89로 모두 기준보다 낮았다. 뚱뚱한 사람이 오히려 사망 위험이 낮다는 얘기다.

65세 이상은 정상체중이 오히려 사망률 높아

오히려 비만학회가 정상 체중으로 판단하는 BMI 22.5kg/㎡ 이하일 때 사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BMI 17.5~19.9kg/㎡에서는 비만으로 평가되는 BMI 25~29.9kg/㎡보다 2배 이상 사망위험이 높았고, 저체중인 BMI 16~17.4kg/㎡에서는 사망위험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BMI가 증가하면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현저히 감소했고, 심혈관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 역시 BMI가 25~27.4kg/㎡가 될 때까지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윤종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과체중 또는 비만이 사망위험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저체중에서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BMI 증가에 따른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보다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체중 구간이 심혈관 합병증 위험도 낮아

저체중인 사람이 심혈관 질환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홍성진 교수팀, 서울백병원 심장내과 김병규 교수팀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는 스텐트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저체중 환자가 정상 체중이나 비만 환자보다 시술 후 주요 심혈관·뇌혈관 합병증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 과체중 구간대에서 합병증 위험이 가장 낮고 저체중과 고도 비만으로 갈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는 'U 커브 현상'이 국내 환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과체중 경계인 BMI 24.5를 기준으로 1이 낮아질 때마다 1년 내 주요 심혈관·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7%씩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저체중이면 치매와 우울증에도 취약

정신건강 면에서도 연구 결과는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정상체중보다 오히려 과체중이나 경도비만일 때 우울증 위험성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김태석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국제비만저널(2017)'에 발표한 내용이다.

연구진이 65세 이상 노인 1,174명의 BMI와 우울증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과체중·경도비만인 노인은 정상체중인 노인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크게 감소했다. 다만 경도비만을 넘어서는 중등도 이상 비만의 경우 우울증 발생률이 정상체중보다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런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기존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부 확인된 ‘비만 패러독스 현상’(비만 환자가 오히려 임상 성적이 더 우수하게 관찰되는 현상)이 한국인에도 적용된다는 내용이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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