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부터 계획”…이희진 부모 살해 ‘범죄의 재구성’

입력 2019.03.2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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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려준 2천만 원 아닌 그냥 돈 노린 것
■ 살해 흔적 지우기 위한 표백제도 준비
■ 외제차 판매 대금 5억 원은 우연히 발견
■ 심부름센터 접촉 등 추가 범행 계획 정황

경찰이 오늘(25일)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 부모 살해 피의자 34살 김다운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 씨는 이 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2천만 원을 받으려 범행을 했으며, 살해는 우발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김 씨가 범죄 전반을 계획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토대로 김 씨의 범행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했다.


1년 전부터 '주식 부자 부모' 노려

김 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게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다. '주식 부자 부모라면 돈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 씨 아버지와는 과거에 연락한 적도 없었고, 돈을 빌려준 적도 없었다.

범행 준비는 지난해부터 긴 시간 동안 치밀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3월 이 씨 부모의 집을 찾아가 귀가하는 장면 등을 3차례 찍으며 감시했다.

4월에는 위치추적기를 사서 4차례나 이 씨 부모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 무렵에 '이희진 사건 피해자 모임' 관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접촉했다. 이 관계자에게는 이 씨의 가족관계 등을 확인했다.

지난달부터는 본격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 지난달 16일 중국동포들이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 경호원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보고 연락한 중국동포 3명과 지난달 18일과 20일 만났다. 압수수색 영장도 위조했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새벽에는 이 씨 부모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 표백제, 청테이프, 장갑, 손도끼 등 범행도구를 샀다. 표백제는 살해 흔적을 지우기 위한 용도였다.

역할 나눠 계획 살해

오후 3시 15분 경기도 안양에서 공범들을 만났다. "사기 친 사람에게 돈을 받으러 가니 옆에 서 있어 달라"고 하고, 목적지도 말하지 않은 채 이 씨 부모의 안양 집으로 갔다.

이 씨 부모는 그날 마침 5억 원을 가지고 집에 왔다. 당일 이 씨 동생이 고급 외제차를 팔고 맡긴 돈이었다.

김 씨 일당은 오후 4시쯤 집에 들어가는 이 씨 부모를 따라들어가 위조한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주며 경찰 행세를 했다. 이후엔 4명이 역할을 나눠 이 씨 부모를 각각 다른 방으로 끌고 가 살해했다.

5억 원은 살해 이후 발견했다. 돈을 노리긴 했지만, 사건 당일 이 씨 부모가 5억 원을 들고 오는 줄은 몰랐다. 돈 가방을 발견하고 돈을 챙겼다.

공범 3명은 오후 6시 10분쯤 범행 현장에서 빠져나와 자신들이 사는 인천 간석동으로 갔다. 오후 8시 30분쯤 중국 칭다오행 비행기 표 3장을 끊고, 오후 11시 50분쯤 출국했다.

김 씨는 공범들이 5만 원 다발 7~8개를 가져갔다고 진술했지만, 공범 1명이 공항에서 어머니에 전화를 걸어 중국으로 나가는데 돈이 없으니 20만 원을 보내달라고 한 사실이 확인됐다.


뒤처리도 치밀…추가 범행 준비 정황

김 씨는 범행 다음날인 26일까지 뒤처리를 했다. 먼저 이 씨 아버지 시신을 냉장고에 넣었다. 문이 열리지 않게 준비한 테이프로 냉장고를 싸맸다. 이후 "냉장고 2대를 옮기겠다"며 이삿짐센터를 불렀다.

냉장고를 이삿짐센터에서 잠시 보관하다, 경기도 평택 창고를 빌려 그곳으로 옮겼다. 대리기사를 불러 이 씨 부모 차량을 자신의 집으로 옮겼고, 견인차로 다시 평택 창고로 옮겼다.

이 씨 어머니 시신도 창고로 옮기려 해지만, 다시 현장으로 가서 옮길 자신이 없어 이 씨 부모 집 장롱 안에 유기했다.

뒤처리 이후엔 범행을 숨기는 데 집중했다. 현장에서 들고 나온 이 씨 어머니 휴대폰으로 어머니인 척 이 씨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갑자기 일이 생겨 일본으로 오게 됐다고 둘러댔는데, 이 씨 동생이 믿게 하려고 실제로 지난 8일 일본 삿포로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이 씨 동생에게 보내며 부모가 살아있는 척 속였다.

이 씨 동생에게 '아버지 친구 아들인 사업가를 만나보라'는 메시지를 어머니인 척 보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약속 장소에 나온 이 씨 동생을 만났다. 이 무렵 심부름센터에 납치 의뢰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 씨 동생 신고로 덜미

이 씨 동생은 점점 이상하다고 느꼈다. 어머니가 카카오톡 메시지는 보내는데, 전화를 걸면 받지 않았다. 집에 찾아갔을 때는 비밀번호가 바뀌어서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 씨 동생은 지난 16일 오후 4시 20분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 씨 부모 집에 문을 따고 들어가 이 씨 어머니 시신을 발견했다. 집 근처 CCTV를 분석해 김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오후 3시 17분 경기도 수원의 한 편의점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체포 당시 김 씨는 일행과 함께 있었는데,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밀항을 계획하고 심부름센터 여러 곳을 알아봤다.

이 씨 부모에게 빼앗은 돈 5억 원가량은 범행 후 뒤처리와 개인 용도로 썼다. 창고를 빌리고 심부름센터를 알아보고,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는 등에 1억 7,000여만 원을 썼다. 남은 돈 2억 5,000여만 원은 경찰이 회수했다.

경찰은 집에 돈이 더 있었을 것이라는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 씨가 5억 원 넘게 빼앗은 걸로 보고, 추가 자금을 확인 중이다.

남은 의문점은 공범 검거 후 해소될 듯

김 씨는 체포 이후 줄곧 "빌려준 돈 2천만 원 때문에 강도를 계획한 건 맞지만, 살해는 공범들이 우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씨 아버지와 연락한 기록과 금융거래 기록이 없는 점, 살해 흔적을 지우기 위한 표백제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이 돈을 노린 계획 살해 결론의 근거가 됐다.

경찰은 김 씨 일당 4명이 범행 현장에서 범행을 나눠서 한 정황도 확인했는데, 도피 중인 이들이 말을 맞출 것을 우려해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범행의 실체는 대부분 드러났지만, 공범들이 가져간 돈은 얼마인지, 공범들은 범죄 계획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등은 여전한 의문점이다.

이 씨 부모라서 돈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도 김 씨가 인정한 범행 동기는 아니다. 김 씨는 여전히 빌려준 2천만 원과 우발적 살해를 주장하고 있어서, 달아난 공범들이 잡혀야 범행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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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전부터 계획”…이희진 부모 살해 ‘범죄의 재구성’
    • 입력 2019-03-26 18:31:07
    취재K
■ 빌려준 2천만 원 아닌 그냥 돈 노린 것
■ 살해 흔적 지우기 위한 표백제도 준비
■ 외제차 판매 대금 5억 원은 우연히 발견
■ 심부름센터 접촉 등 추가 범행 계획 정황

경찰이 오늘(25일)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 부모 살해 피의자 34살 김다운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 씨는 이 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2천만 원을 받으려 범행을 했으며, 살해는 우발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김 씨가 범죄 전반을 계획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토대로 김 씨의 범행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했다.


1년 전부터 '주식 부자 부모' 노려

김 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게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다. '주식 부자 부모라면 돈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 씨 아버지와는 과거에 연락한 적도 없었고, 돈을 빌려준 적도 없었다.

범행 준비는 지난해부터 긴 시간 동안 치밀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3월 이 씨 부모의 집을 찾아가 귀가하는 장면 등을 3차례 찍으며 감시했다.

4월에는 위치추적기를 사서 4차례나 이 씨 부모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 무렵에 '이희진 사건 피해자 모임' 관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접촉했다. 이 관계자에게는 이 씨의 가족관계 등을 확인했다.

지난달부터는 본격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 지난달 16일 중국동포들이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 경호원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보고 연락한 중국동포 3명과 지난달 18일과 20일 만났다. 압수수색 영장도 위조했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새벽에는 이 씨 부모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 표백제, 청테이프, 장갑, 손도끼 등 범행도구를 샀다. 표백제는 살해 흔적을 지우기 위한 용도였다.

역할 나눠 계획 살해

오후 3시 15분 경기도 안양에서 공범들을 만났다. "사기 친 사람에게 돈을 받으러 가니 옆에 서 있어 달라"고 하고, 목적지도 말하지 않은 채 이 씨 부모의 안양 집으로 갔다.

이 씨 부모는 그날 마침 5억 원을 가지고 집에 왔다. 당일 이 씨 동생이 고급 외제차를 팔고 맡긴 돈이었다.

김 씨 일당은 오후 4시쯤 집에 들어가는 이 씨 부모를 따라들어가 위조한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주며 경찰 행세를 했다. 이후엔 4명이 역할을 나눠 이 씨 부모를 각각 다른 방으로 끌고 가 살해했다.

5억 원은 살해 이후 발견했다. 돈을 노리긴 했지만, 사건 당일 이 씨 부모가 5억 원을 들고 오는 줄은 몰랐다. 돈 가방을 발견하고 돈을 챙겼다.

공범 3명은 오후 6시 10분쯤 범행 현장에서 빠져나와 자신들이 사는 인천 간석동으로 갔다. 오후 8시 30분쯤 중국 칭다오행 비행기 표 3장을 끊고, 오후 11시 50분쯤 출국했다.

김 씨는 공범들이 5만 원 다발 7~8개를 가져갔다고 진술했지만, 공범 1명이 공항에서 어머니에 전화를 걸어 중국으로 나가는데 돈이 없으니 20만 원을 보내달라고 한 사실이 확인됐다.


뒤처리도 치밀…추가 범행 준비 정황

김 씨는 범행 다음날인 26일까지 뒤처리를 했다. 먼저 이 씨 아버지 시신을 냉장고에 넣었다. 문이 열리지 않게 준비한 테이프로 냉장고를 싸맸다. 이후 "냉장고 2대를 옮기겠다"며 이삿짐센터를 불렀다.

냉장고를 이삿짐센터에서 잠시 보관하다, 경기도 평택 창고를 빌려 그곳으로 옮겼다. 대리기사를 불러 이 씨 부모 차량을 자신의 집으로 옮겼고, 견인차로 다시 평택 창고로 옮겼다.

이 씨 어머니 시신도 창고로 옮기려 해지만, 다시 현장으로 가서 옮길 자신이 없어 이 씨 부모 집 장롱 안에 유기했다.

뒤처리 이후엔 범행을 숨기는 데 집중했다. 현장에서 들고 나온 이 씨 어머니 휴대폰으로 어머니인 척 이 씨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갑자기 일이 생겨 일본으로 오게 됐다고 둘러댔는데, 이 씨 동생이 믿게 하려고 실제로 지난 8일 일본 삿포로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이 씨 동생에게 보내며 부모가 살아있는 척 속였다.

이 씨 동생에게 '아버지 친구 아들인 사업가를 만나보라'는 메시지를 어머니인 척 보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약속 장소에 나온 이 씨 동생을 만났다. 이 무렵 심부름센터에 납치 의뢰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 씨 동생 신고로 덜미

이 씨 동생은 점점 이상하다고 느꼈다. 어머니가 카카오톡 메시지는 보내는데, 전화를 걸면 받지 않았다. 집에 찾아갔을 때는 비밀번호가 바뀌어서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 씨 동생은 지난 16일 오후 4시 20분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 씨 부모 집에 문을 따고 들어가 이 씨 어머니 시신을 발견했다. 집 근처 CCTV를 분석해 김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오후 3시 17분 경기도 수원의 한 편의점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체포 당시 김 씨는 일행과 함께 있었는데,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밀항을 계획하고 심부름센터 여러 곳을 알아봤다.

이 씨 부모에게 빼앗은 돈 5억 원가량은 범행 후 뒤처리와 개인 용도로 썼다. 창고를 빌리고 심부름센터를 알아보고,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는 등에 1억 7,000여만 원을 썼다. 남은 돈 2억 5,000여만 원은 경찰이 회수했다.

경찰은 집에 돈이 더 있었을 것이라는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 씨가 5억 원 넘게 빼앗은 걸로 보고, 추가 자금을 확인 중이다.

남은 의문점은 공범 검거 후 해소될 듯

김 씨는 체포 이후 줄곧 "빌려준 돈 2천만 원 때문에 강도를 계획한 건 맞지만, 살해는 공범들이 우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씨 아버지와 연락한 기록과 금융거래 기록이 없는 점, 살해 흔적을 지우기 위한 표백제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이 돈을 노린 계획 살해 결론의 근거가 됐다.

경찰은 김 씨 일당 4명이 범행 현장에서 범행을 나눠서 한 정황도 확인했는데, 도피 중인 이들이 말을 맞출 것을 우려해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범행의 실체는 대부분 드러났지만, 공범들이 가져간 돈은 얼마인지, 공범들은 범죄 계획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등은 여전한 의문점이다.

이 씨 부모라서 돈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도 김 씨가 인정한 범행 동기는 아니다. 김 씨는 여전히 빌려준 2천만 원과 우발적 살해를 주장하고 있어서, 달아난 공범들이 잡혀야 범행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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