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남성성도, 페미니즘도 반대”…지금 대한민국 20대 남성은?

입력 2019.04.19 (15:30) 수정 2019.04.19 (16:30)

■ 변화하는 20대 남성들.. "'전통적 남성성'에 반대"

어제(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2019 변화하는 남성성을 분석한다'는 흥미로운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남성성'은 변화하고 있고, 특히 지금 20대 남성들은 전통적 남성성에 동의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겁니다.

연구원이 작년 전국 만 19세~59세 남성 3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부터 볼까요.

'남자는 무엇보다 일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항목에 50대는 52.5%가 동의했지만, 20대는 34.1%만 동의했습니다. '가족의 생계 책임은 남자다'라는 말에 50대는 70.8%가 동의했지만, 20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1%만 동의했습니다.

반면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로 여겨지던 기질을 수용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청소, 집 정리, 빨래 등 집안일 관련 정보를 자주 찾아본다'는 항목에 20대 남성 28.1%가 동의했습니다. 50대 남성은 16.2%에 그쳤습니다.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면 이직을 고려한다'는 항목에는 절반에 가까운 47.2%가 동의했습니다. 50대 남성은 27.2%, 40대 남성은 36%에 불과했습니다.


■ "동시에, 페미니즘에도 반대"

그런데 동시에, 20대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경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세대이기도 했습니다. 20대 남성 3명 중 2명꼴로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59.9%)', '페미니즘은 남성혐오(65.8%)', '페미니스트는 공격적(70.1%)', '페미니스트의 요구는 급진적(63.0%)'이라는 문항에 동의했습니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페미니스트라면 헤어지는 편이 낫다'는 문항에도 56.5%가 동의했습니다. 40대와 50대 남성에서는 이런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이 20~4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연구는 20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반감을 품게 된 이유로 먼저 우리 사회의 경쟁이 심화한 상황을 꼽았습니다. 이들은 성별 격차가 해소된 학교에서 여학생과 경쟁을 해야 했고, 199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 아래에서 성장과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생존 법칙을 몸으로 터득했습니다. 이렇게 남녀 차별이 당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무한 자유경쟁 시장에서의 경쟁자로 여성이 떠올랐다는 겁니다.

20대 남성 상당수는 특히 군 복무에 대한 인식도 달랐습니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와 같은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군 복무를 시간 낭비와 손실로 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남자만 군 복무를 하는 것은 성차별이며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여성 차별로 인한 혜택은 기성세대 남성이 받았는데, 페미니즘과 '여성전용' 시설·정책으로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며 분노"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붙은 페미니즘 광고판입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에 다시는 페미니즘 광고 등을 받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붙은 페미니즘 광고판입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에 다시는 페미니즘 광고 등을 받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 "'젠더 갈등' 프레임 옳나?"

연구는 이 같은 상황을 '젠더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조영주 부연구위원은 "청년 남성이 인식하는 '불공정'과 '희생'이 여성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님에도, 일부에서는 20대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반페미니즘 성향을 '젠더 갈등'과 '남성 차별'로 틀 짓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20대 남성들이 반페미니즘 성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성차별 문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은 편으로 나타났습니다. 20대 남성의 73%는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해 세대 평균(67%)을 웃돌았습니다. 단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 여성혐오의 심각성에 대한 동의 비율은 낮아, 20대 남성이 인식하는 '성차별'이란 단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이어 최근 여러 사건으로 '여성 폭력이 심각하다'는 데 대해 동의하는 수준도 높은 편이었으며, 또 미투운동(44.9%), 낙태죄 폐지(46.9%) 등 성차별 반대 운동에 대한 지지율도 낮지 않았습니다.

토론에 나선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는 "젠더 갈등 프레임이 언론이나 정치권의 프레임으로 구성되고 제기된 것이며 현 상황을 설명하는 적절한 틀이 될 수 없다"며, "관련 연구들이 사회 변화와 성 평등을 위한 목표로 수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그 결과가 정부 지지율과 관련돼 해석되고 또한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남성성의 변화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한 번 더 들어가 탐구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의 최주헌 씨는 "새로운 남성 집단이 반(反)성차별로 가는 과정일지, 공고한 성차별주의자들이 될지는 미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페미니즘의 과제는 이 남성들이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또 듣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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