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삼풍 생존자가 한국당에게 말합니다

입력 2019.04.19 (17:11) 수정 2019.04.19 (20:30)

자유한국당이 19일 당 윤리위원회를 열어 세월호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해 징계 절차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당 윤리위는 정 의원과 차 전 의원에 대한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들의 징계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 16일 '세월호 막말' 논란과 관련해 K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지겹다고 할 수 있는 건 당사자들뿐"라고 말한 삼풍백화점 생존자 '산만언니(필명)'께서 KBS에 편지 한 통을 보내주셨습니다. '산만언니'는 지난 인터뷰에서 "막말을 했을 때 철저하게 비판하고 철저하게 의원 자리를 박탈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을 것 같다"라고 했었는데요. 못다한 이야기들이 이 편지에 담겼습니다.

다음은 편지 전문입니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 그리고 한국당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에 있던 생존자입니다. 세월호가 왜 기억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다른 매체를 인용해 기고했으니 중복된 발언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부탁이 있습니다.

저는 스무 살에 사고를 겪었는데 그 후로 지금까지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관련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그 일에 대해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처에 대해 어쩌지 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하여 비슷한 사고에 대해 타인보다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처음에는 저도 지난 일을 떠올리는 거 자체가 고통스러워서, 누구한테 말도 않고 상처를 오래도록 품고 살았습니다. 덮어두면 나을 줄 알고요. 한데 아니더군요. 무의식은 하나도 잊은 게 없었습니다. 대개 슬픔에 대해 세 번 정도 말하면 그 사실을 객관화하게 되고 감정처리를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한데 어찌 된 일인지 저는 이 일에 대해 수없이 많이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픕니다.

하여 지난 16일 차명진 전 의원의 발언, 그 입에 담을 수 없는 반인륜적 언사를 보고 듣고 저는 다시 극심한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길게 말 하지 않겠습니다. 제 마음이 이런데 '자식새끼를 징글징글하게 해쳐먹는다' 라는 말을 들은 세월호 관련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감히 짐작도 못 하겠습니다.

저 같은 일반 국민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바른 길을 걸어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정치인의 입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들었습니다. 한술 더 떠서, 그분의 페이스북에 가 보면 여전히 그분을 지지하는 분들이 글을 남기더군요. "할 말 하셨다.", "당당하셔라.","감사하다." 라고요. 저는 이 부분이 우려됩니다. 그 누구보다 일반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혹시나 열의 하나라도, 그 말이 사실이라 생각할까 그게 걱정됩니다.

게다가 이번 사안을 시민사회가 아니 한국당 내에서, 처절한 각성과 반성 없이 대충 넘기면, 내년 4월에 제2의, 제3의 차명진이 안 나오리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또 다시 세월호가, 아니 더한 것을 팔아서라도 권력욕을 채우려는 사람들, 막말을 통해 자신의 지지 기반에 입지를 굳혀 차기, 차차기 총선에 공천받으려는 사람들이 없으리라고 확신하십니까? 그렇다면 이분들 차명진, 장진석 의원 선처 하십시오.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자신 없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이분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어 다시는 이 땅에서 국가적 재난재해 사건을 악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해마다 4월이면 저 같은 사람은, 가만히 내버려 두셔도 아픕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한국당에서 먼저, 당원 중에 저런 막말을 일삼는 사람에게 엄벌을 가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진짜 민심과 함께 하는 보수 정당의 행보이고, 건강하고 올바른 제1야당의 정책적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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