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K [전전궁금] 20년전 집나간 아내, 국민연금 분할을 청구해왔다

입력 2019.04.23 (07:00) 수정 2019.05.31 (16:00)

21년 전 집을 완전히 떠난 아내. 이후 교류는 없었다. 서류상 부부였을 뿐. 그러다 호적도 정리했다. 그렇게 인연을 끊은 옛 아내가 어느 날 남편이 타는 노령연금에 대해 자신의 몫을 주장한다면 타당한 걸까.

A 씨와 전처 B는 1979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결혼 생활은 원만하지 않았고, 1990년쯤 아내가 집을 나갔다. 1997년에는 B씨가 아예 A 씨 집에서 전출신고까지 했다.

결국, 두 사람은 2008년 7월 협의 이혼했고, 이때부터 법적으로도 '남남'이 됐다.

국민연금법상 규정된 분할연금제도

다툼은 국민연금 때문에 생겼다.

A 씨는 1994년부터 국민연금을 붓기 시작했고, 2013년 1월부터 노령연금을 타게 됐다. 그런데 이를 알게 된 B씨가 지난해 3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분할연금을 신청한 것.


분할연금제도는 1999년 도입됐다. 가사와 육아 등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이혼 배우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비록 이혼은 했지만, 상대편 배우자가 오랜 기간 연금을 적립하는 데는 반대쪽 배우자도 공로가 있는 만큼 연금을 나누는 게 합리적이라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법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이혼한 배우자에게도 연금 일부를 지급하도록 한 분할연금 규정을 두고 있다.

국민연금법은 ①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② 노령연금 수급자인 배우자와 이미 이혼을 했고 ③ 60세가 되었을 경우에는 이혼한 전 배우자에게도 상대편 배우자의 연금을 분할한 일정액의 연금을 받을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B의 연금 분할 청구 요청을 받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검토 끝에 나이 요건이 되는 2017년 10월분부터 B 씨에게 분할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A 씨에게는 기존에 지급하던 월 30만 6,800원의 노령연금을 18만 9,700원으로 줄였다. 나머지 11만 원은 B 씨의 몫이었다.

A 씨는 반발했다. 30여 년 전에 이미 실질적인 부부관계는 종료됐음에도 연금을 나눠 갖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류상 부부로 유지됐지만, B씨가 이미 오래전에 집을 나가 실질적인 혼인 기간은 매우 짧았다"며 "B 씨는 분할연금 수급 자격이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연금의 3분의 1 이상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어땠을까.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국민연금 분할과 관련해, 2016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 당시에도 이렇게 혼인이 일찌감치 파탄한 부부의 연금 분할이 문제가 됐다. 헌재는 별거나 가출 등 실질적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일률적으로 혼인 기간에 넣도록 한 국민연금법 규정은 '부부 협력으로 형성한 공동 재산의 분배'라는 분할연금 규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해당 법률을 바로 무효로 하는 위헌 결정과는 달리 일정한 기간안에 입법부가 관련 조항을 개정하는 조건으로 법률의 효력을 일단 유지해 주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법률이 무효가 될 경우 생길 혼란이 우려될 경우 헌재는 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다. (최근 헌재는 낙태죄에 대해서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림)

이 결정에 따라 2017년 12월 국민연금법이 개정됐다. 현재의 국민연금법은 혼인 기간을 산정할 때 별거나 가출 등 실질적 혼인관계가 없던 기간을 분할연금 산정을 위한 혼인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그런데 부칙 조항이었다.

법을 바꾸면서 연금분할 시 별거나 가출 등의 기간은 뺀다는 내용의 개정 조항은 법 시행 이후 최초로 분할연금 지급 요건이 됐을 경우로만 한정한 것이다. 이 법의 시행 일자(2018년 6월 20일)를 감안할 때 B씨의 경우 예전 규정에 의해 분할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제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전 남편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연금액 변경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A 씨의 청구를 지난 12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과거 국민연금법은 법률혼 기간을 기준으로 분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고 있을 뿐 실질적 혼인관계 여부는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민연금 부칙은 분할 연금 수급권자 조항의 소급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도록 했다"며 "입법자가 분할연금 수급권자 조항을 소급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 상황에서 공단이 이 케이스에서 개정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 규정이 명확하니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입법 미비" 지적도

이런 판결에 대한 법조계는 현행법 규정상 불가피한 판결로 보면서도 입법 미비를 지적한다. 헌재의 결정을 감안해 2017년 12월 법을 개정하면서도 '실질적 혼인관계' 대상을 너무 제한적으로만 적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급효력 문제를 고려한 이 부칙 조항은 많은 분쟁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헌재의 헌법 불합치결정도 당시의 법률이 위헌이라는 것은 의미에서는 위헌 결정과 매한가지"라면서 "실질적 혼인관계 요건을 법률 시행 이후에만 적용하면서 불합리한 경우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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