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은 왜 서훈을 만났나?…野 “총선 개입 의혹” 與서도 “사고 쳤다”

입력 2019.05.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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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더팩트]

대통령 최측근-국정원장 비공개 회동…무슨 말 오갔나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비공개로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양정철 원장과 서훈 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오후 6시 20분경부터 밤 10시 40분경까지 약 4시간 이상 회동을 했습니다.

이 비공개 만남은 오늘(27일) 한 인터넷 매체에 의해 처음 보도됐습니다.

국가 정보의 총 책임자인 서훈 국정원장과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당 싱크탱크의 수장인 양정철 원장의 만남이 갖는 파장 때문에 순식간에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습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정원장과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이 장시간 독대한 사실만으로도 정치 개입 의혹을 살 소지가 충분하다"면서 "과거 총선 개입이 떠오르는 그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인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과 의논해 곧바로 정보위 회의를 열어 경위를 따지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양정철 원장이 사고 쳤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국정원장을 만난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는 얘기입니다.

총리조차도 공식석상이 아니면 국정원장을 따로 만나지 않는데, 양 원장이 임의로 국정원장과 회동을 한 것은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정치 복귀 일주일 만에 국정원장과 회동

이번 정부 들어 양정철 원장만큼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된 인물도 드물 겁니다.

양정철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17년 5월 "이제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며 해외로 출국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새 정부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야인으로 남아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양 원장이 야인으로 있는 동안에도 복귀 시점과 향후 역할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지난 14일 민주당 정책연구원장으로 현실 정치에 복귀했습니다.

양 원장의 정치 복귀 일성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여당의 총선 승리를 돕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복귀 일주일 만에 국정원장을 만난 겁니다.

양 원장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런저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서 원장을 포함한 여러 인사들과의 사적인 지인 모임이었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있었던 만큼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가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또 "고위 공직자도, 공익 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 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의 삶까지 주시받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양 원장은 국정원장과의 사적 만남 자체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오해와 우려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적인 만남·민감한 얘기 없어"…해명에도 남는 의문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관련 부서를 폐지하는 등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노력해왔고, 국정원법 개정을 통한 법적·제도적 뒷받침 등 후속 절차도 남아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권 핵심 인사와 국정원장의 회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현 정부의 이런 국정원 개혁 노력에 의구심을 살 수 있게 하는 행동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양 원장이 정부 출범 직후 굳이 해외로 떠난 이유도 국내에 있을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비선 실세'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실 정치에서는 내용이 아닌 형식, 또는 존재의 양태만으로도 충분히 논란과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양 원장은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 그가 정치에 복귀하자마자 하필 국정원장과 회동을 해야 했는지, '사적인 모임이었고, 민감한 얘기도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다소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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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7 13: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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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최측근-국정원장 비공개 회동…무슨 말 오갔나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비공개로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양정철 원장과 서훈 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오후 6시 20분경부터 밤 10시 40분경까지 약 4시간 이상 회동을 했습니다.

이 비공개 만남은 오늘(27일) 한 인터넷 매체에 의해 처음 보도됐습니다.

국가 정보의 총 책임자인 서훈 국정원장과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당 싱크탱크의 수장인 양정철 원장의 만남이 갖는 파장 때문에 순식간에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습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정원장과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이 장시간 독대한 사실만으로도 정치 개입 의혹을 살 소지가 충분하다"면서 "과거 총선 개입이 떠오르는 그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인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과 의논해 곧바로 정보위 회의를 열어 경위를 따지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양정철 원장이 사고 쳤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국정원장을 만난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는 얘기입니다.

총리조차도 공식석상이 아니면 국정원장을 따로 만나지 않는데, 양 원장이 임의로 국정원장과 회동을 한 것은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정치 복귀 일주일 만에 국정원장과 회동

이번 정부 들어 양정철 원장만큼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된 인물도 드물 겁니다.

양정철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17년 5월 "이제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며 해외로 출국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새 정부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야인으로 남아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양 원장이 야인으로 있는 동안에도 복귀 시점과 향후 역할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지난 14일 민주당 정책연구원장으로 현실 정치에 복귀했습니다.

양 원장의 정치 복귀 일성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여당의 총선 승리를 돕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복귀 일주일 만에 국정원장을 만난 겁니다.

양 원장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런저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서 원장을 포함한 여러 인사들과의 사적인 지인 모임이었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있었던 만큼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가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또 "고위 공직자도, 공익 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 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의 삶까지 주시받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양 원장은 국정원장과의 사적 만남 자체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오해와 우려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적인 만남·민감한 얘기 없어"…해명에도 남는 의문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관련 부서를 폐지하는 등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노력해왔고, 국정원법 개정을 통한 법적·제도적 뒷받침 등 후속 절차도 남아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권 핵심 인사와 국정원장의 회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현 정부의 이런 국정원 개혁 노력에 의구심을 살 수 있게 하는 행동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양 원장이 정부 출범 직후 굳이 해외로 떠난 이유도 국내에 있을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비선 실세'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실 정치에서는 내용이 아닌 형식, 또는 존재의 양태만으로도 충분히 논란과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양 원장은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 그가 정치에 복귀하자마자 하필 국정원장과 회동을 해야 했는지, '사적인 모임이었고, 민감한 얘기도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다소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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