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중독세’…게임 규제법안의 운명

입력 2019.05.28 (18: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출시 20년 만에…'게임 중독=질병'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인터넷 PC 게임방이 중고생들로 가득 찼습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학생들입니다.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학생도 많습니다. 게임은 대부분 전쟁놀이,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입니다."
(1998년 11월 28일, 'KBS 뉴스9'에서 발췌)


세계보건기구,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분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반발도 거셉니다.

'약물'이나 '도박' 등에 붙었던 '중독'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게임' 뒤에 붙기 시작한 건 1998년부터였습니다. 그해 봄 출시된, 전설적인 PC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영향이 컸습니다.

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는 당시 PC방 문화와 맞물려 전국에 폭발적으로 확산됐다(1998년 11월 28일, KBS 뉴스9)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는 당시 PC방 문화와 맞물려 전국에 폭발적으로 확산됐다(1998년 11월 28일, KBS 뉴스9)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등의 게임은 한국 고유의 'PC방' 문화와 맞물려 사회 전반에 폭발적으로 확산됐습니다. 전국의 PC방 앞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끝없이 줄을 섰고, 지나친 게임 몰입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전에 없던 현상에, 사람들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우려하며 규제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셧다운제'입니다.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셧다운제'…헌재 합헌에도 논란은 '진행 중'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이 쏘아 올린 '게임 열풍'엔 점점 가속도가 붙어, 급기야 게임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도 전국에 잇따랐습니다.

목숨 앗아간 인터넷 중독(2002년 10월 8일, KBS 뉴스9)목숨 앗아간 인터넷 중독(2002년 10월 8일, KBS 뉴스9)

결국, 2004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다음 해 당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특정 심야시간에 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합니다. '셧다운제' 첫 입법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뜨겁게 부상하던 e-스포츠의 산업 가치 등을 우려한 게임업계의 반발로 17대 국회에서의 입법은 무산됐고, 재선에 성공한 김재경 의원이 또다시 18대에서 개정안을 발의, 결국 18대 국회 말기인 2011년 4월 관련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됩니다.

그해 11월, 공식적으로 셧다운제가 도입됐습니다. 당시엔 "엄마 주민번호로 게임하면 된다"는 등의 실효성 논란, 기업 이익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에 시달렸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는 "아동∙청소년의 인권 보호가 우선"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셧다운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시행 8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과, 제대로 된 보호를 위해선 시간과 나이 등 오히려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게임중독세' 부과 국회에서 논의 중?…사실은

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 이후 인터넷에서 '게임 중독세'가 급속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세란,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된 만큼 담배처럼 게임업계에 건강부담금을 물린다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20대 국회에 '게임 중독세'를 부과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건 없습니다.

앞서 19대 국회 때인 2013년,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였던 손인춘 의원 등이 게임 사업자의 매출액 일부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등을 위한 부담금으로 부과하는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19대 국회 때 발의된 인터넷게임중독 관련 법률안19대 국회 때 발의된 인터넷게임중독 관련 법률안

이 두 법안은 명확한 근거 없이 인터넷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했다며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큰 저항에 부딪혔고, 이후 20대 국회에선 중독세 관련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게임 중독세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세'를 추진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는 지난 20년 동안 계속 공전이 이뤄진 만큼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게임 중독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 실재하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고,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규제가 게임 산업의 가능성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20대 국회 종료까지 약 10개월. 남은 기간, 20대 국회가 사회 각계의 의견을 용광로처럼 녹여내 게임 중독 질병 분류에 따른 후속 입법 조치를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셧다운’·‘중독세’…게임 규제법안의 운명
    • 입력 2019-05-28 18:05:19
    취재K
스타크래프트 출시 20년 만에…'게임 중독=질병'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인터넷 PC 게임방이 중고생들로 가득 찼습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학생들입니다.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학생도 많습니다. 게임은 대부분 전쟁놀이,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입니다."
(1998년 11월 28일, 'KBS 뉴스9'에서 발췌)


세계보건기구,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분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반발도 거셉니다.

'약물'이나 '도박' 등에 붙었던 '중독'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게임' 뒤에 붙기 시작한 건 1998년부터였습니다. 그해 봄 출시된, 전설적인 PC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영향이 컸습니다.

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는 당시 PC방 문화와 맞물려 전국에 폭발적으로 확산됐다(1998년 11월 28일, KBS 뉴스9)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등의 게임은 한국 고유의 'PC방' 문화와 맞물려 사회 전반에 폭발적으로 확산됐습니다. 전국의 PC방 앞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끝없이 줄을 섰고, 지나친 게임 몰입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전에 없던 현상에, 사람들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우려하며 규제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셧다운제'입니다.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셧다운제'…헌재 합헌에도 논란은 '진행 중'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이 쏘아 올린 '게임 열풍'엔 점점 가속도가 붙어, 급기야 게임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도 전국에 잇따랐습니다.

목숨 앗아간 인터넷 중독(2002년 10월 8일, KBS 뉴스9)
결국, 2004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다음 해 당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특정 심야시간에 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합니다. '셧다운제' 첫 입법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뜨겁게 부상하던 e-스포츠의 산업 가치 등을 우려한 게임업계의 반발로 17대 국회에서의 입법은 무산됐고, 재선에 성공한 김재경 의원이 또다시 18대에서 개정안을 발의, 결국 18대 국회 말기인 2011년 4월 관련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됩니다.

그해 11월, 공식적으로 셧다운제가 도입됐습니다. 당시엔 "엄마 주민번호로 게임하면 된다"는 등의 실효성 논란, 기업 이익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에 시달렸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는 "아동∙청소년의 인권 보호가 우선"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셧다운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시행 8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과, 제대로 된 보호를 위해선 시간과 나이 등 오히려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게임중독세' 부과 국회에서 논의 중?…사실은

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 이후 인터넷에서 '게임 중독세'가 급속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세란,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된 만큼 담배처럼 게임업계에 건강부담금을 물린다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20대 국회에 '게임 중독세'를 부과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건 없습니다.

앞서 19대 국회 때인 2013년,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였던 손인춘 의원 등이 게임 사업자의 매출액 일부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등을 위한 부담금으로 부과하는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19대 국회 때 발의된 인터넷게임중독 관련 법률안
이 두 법안은 명확한 근거 없이 인터넷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했다며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큰 저항에 부딪혔고, 이후 20대 국회에선 중독세 관련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게임 중독세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세'를 추진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는 지난 20년 동안 계속 공전이 이뤄진 만큼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게임 중독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 실재하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고,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규제가 게임 산업의 가능성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20대 국회 종료까지 약 10개월. 남은 기간, 20대 국회가 사회 각계의 의견을 용광로처럼 녹여내 게임 중독 질병 분류에 따른 후속 입법 조치를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