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한 두벌자식”…무슨 뜻일까요?

입력 2019.05.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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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에는 두벌자식은 안 오는가?"
"저번 추석에는 가시집에 먼저 다녀왔어요."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문장 전체를 보면 어렴풋이 뜻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두벌자식', '가시집'이란 단어만 놓고 보면 의미를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뉜 지 어느덧 7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긴 시간만큼이나 남과 북 사이의 이질감과 차이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쓰는 언어 역시 적잖은 차이가 발견되곤 합니다. 북측 인사들을 만나 본 사람들도 "남북 사이에도 이제는 통역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나올 정도입니다.

이 같은 언어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남북하나재단이 남한 주민과 북한 이탈 주민들이 모두 알아두면 좋을 '남북한 가족·친지 호칭'을 발표했습니다.

[바로가기] 남북하나재단 블로그

다시 제일 첫 문장으로 돌아가 보죠. '두벌자식'은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북한에서는 '손주'를 '두벌자식'이라고 부릅니다. '손주'라는 말을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두벌자식'이라는 표현도 널리 사용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 문장에 나온 '가시집'은 북한에서 '처가'를 지칭하는 또 다른 표현입니다. '시댁'은 뭐라고 부를까요? 북한에서도 '시댁' 또는 '시집'이라는 말을 쓰지만, '시켠'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시아버지'와 '가시어머니'는 누구일까요? 짐작하시듯 북한에서 '가시아버지'는 장인어른, '가시어머니'는 장모님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같은 단어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대표적 단어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인데요. 남한에서는 아버지의 형님과 그 부인을 각각 지칭하는 용어이지만 북한에서는 다른 의미입니다. 남한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위 누이를 지칭하는 '큰고모', '큰이모'를 북한에서는 '큰어머니'라고 부릅니다. 또 큰고모와 큰이모의 남편을 '큰아버지'라고 통틀어 부릅니다. 즉 우리 표현으로는 '고모부'와 '이모부'를 북한에서 '큰아버지'라 부르는 거죠.

최근에 호칭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남한에서는 남편의 남동생을 '도련님', 남편의 결혼한 남동생은 '서방님'이라고 부르는데요. 북한에서는 '적은이'로 통틀어 호칭합니다. 또 남편의 여동생을 남한에서는 '아가씨'라고 부르지만, 북한에서는 '누이' 또는 '동생'이라고 부릅니다. 남편 여동생의 남편은 남한에서는 '서방님'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저씨'라고 합니다.

가족을 부르는 호칭만 잠깐 살펴봐도 남북 간에 작지 않은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아버지, 어머니, 숙부, 숙모, 동서, 매형, 매부, 올케, 형부 등 남과 북이 함께 사용하는 용어가 아직 훨씬 많긴 합니다.

분단 70년 동안 달라진 남과 북의 언어를 모두 망라해 남북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사전을 만들자는 뜻에서 2005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이 시작됐습니다. 남북 언어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해 민족어의 보존과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남과 북이 뜻을 모은 건데요.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교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올해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 사업에 36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며, 북한이 묵묵부답인 상황이라 사업이 본격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지금도 그런데,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남북 사이에도 통역과 번역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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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시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한 두벌자식”…무슨 뜻일까요?
    • 입력 2019-05-29 17:37:19
    취재K
"이번 설에는 두벌자식은 안 오는가?"
"저번 추석에는 가시집에 먼저 다녀왔어요."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문장 전체를 보면 어렴풋이 뜻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두벌자식', '가시집'이란 단어만 놓고 보면 의미를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뉜 지 어느덧 7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긴 시간만큼이나 남과 북 사이의 이질감과 차이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쓰는 언어 역시 적잖은 차이가 발견되곤 합니다. 북측 인사들을 만나 본 사람들도 "남북 사이에도 이제는 통역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나올 정도입니다.

이 같은 언어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남북하나재단이 남한 주민과 북한 이탈 주민들이 모두 알아두면 좋을 '남북한 가족·친지 호칭'을 발표했습니다.

[바로가기] 남북하나재단 블로그

다시 제일 첫 문장으로 돌아가 보죠. '두벌자식'은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북한에서는 '손주'를 '두벌자식'이라고 부릅니다. '손주'라는 말을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두벌자식'이라는 표현도 널리 사용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 문장에 나온 '가시집'은 북한에서 '처가'를 지칭하는 또 다른 표현입니다. '시댁'은 뭐라고 부를까요? 북한에서도 '시댁' 또는 '시집'이라는 말을 쓰지만, '시켠'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시아버지'와 '가시어머니'는 누구일까요? 짐작하시듯 북한에서 '가시아버지'는 장인어른, '가시어머니'는 장모님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같은 단어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대표적 단어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인데요. 남한에서는 아버지의 형님과 그 부인을 각각 지칭하는 용어이지만 북한에서는 다른 의미입니다. 남한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위 누이를 지칭하는 '큰고모', '큰이모'를 북한에서는 '큰어머니'라고 부릅니다. 또 큰고모와 큰이모의 남편을 '큰아버지'라고 통틀어 부릅니다. 즉 우리 표현으로는 '고모부'와 '이모부'를 북한에서 '큰아버지'라 부르는 거죠.

최근에 호칭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남한에서는 남편의 남동생을 '도련님', 남편의 결혼한 남동생은 '서방님'이라고 부르는데요. 북한에서는 '적은이'로 통틀어 호칭합니다. 또 남편의 여동생을 남한에서는 '아가씨'라고 부르지만, 북한에서는 '누이' 또는 '동생'이라고 부릅니다. 남편 여동생의 남편은 남한에서는 '서방님'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저씨'라고 합니다.

가족을 부르는 호칭만 잠깐 살펴봐도 남북 간에 작지 않은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아버지, 어머니, 숙부, 숙모, 동서, 매형, 매부, 올케, 형부 등 남과 북이 함께 사용하는 용어가 아직 훨씬 많긴 합니다.

분단 70년 동안 달라진 남과 북의 언어를 모두 망라해 남북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사전을 만들자는 뜻에서 2005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이 시작됐습니다. 남북 언어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해 민족어의 보존과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남과 북이 뜻을 모은 건데요.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교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올해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 사업에 36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며, 북한이 묵묵부답인 상황이라 사업이 본격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지금도 그런데,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남북 사이에도 통역과 번역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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