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회충 섞인 삼치구이에 곰팡이 빵…“여학생들이라 비주얼만 따져”

입력 2019.06.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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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모 고등학교 학생들은 요즘 학교 급식시간이 두렵습니다. 지난주 금요일(20일) 점심 급식시간에 벌어진 일 때문입니다.

이날 점심 급식 메뉴는 보리밥과 순댓국, 삼치구이, 쫄면, 깍두기였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던 중 한 학생이 자신의 식판서 벌레가 있다고 말합니다. 반찬으로 나온 삼치구이에 무더기로 벌레가 얽혀있었던 겁니다. 아래는 학생들이 찍은 사진입니다. 그냥 보기에는 다소 혐오스러워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만, 언뜻 보아도 실같은 회충이 수십 마리가 무더기로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식판을 들고 가 교사 등에게 이를 보여주며 이 벌레들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영양 교사 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생선 살이다. 그냥 먹어도 된다" "정 싫으면 다른 조각으로 바꿔가라"라고 말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꺼림칙해 더는 밥을 먹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점심급식에 나온 벌레는 '고래회충'이라고 전했습니다.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 같은 사실을 알립니다. 보통 고래회충에 감염된 생선을 먹으면 2∼4시간 지나 복통이나 메스꺼움과 함께 식은땀이 나는 증세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고래회충 유충은 열에 약해 60℃ 이상에서 익히면 1분 안에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먼저 생선구이를 먹은 학생들에게 복통이나 구토 등의 증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급식에 나온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였습니다. 유해성을 떠나 위생 문제인 만큼 교사와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성의 있는 답변이 없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불만입니다.

샌드위치에 푸른 곰팡이…“여학생이라 비주얼만 따진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급식시간에 위생 문제가 또 터졌습니다. 이번엔 급식에 나온 샌드위치가 문제였습니다. 샌드위치 빵에 푸른곰팡이가 끼어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불과 하루 만에 급식 반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자 더는 급식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항의합니다.

이날 학교는 1, 2학년 학생 대표와 교사 등이 모인 가운데 급식 관련 토론회를 엽니다. 이 자리에서 학교 교장은 학생들을 더 화나게 합니다. 학교 교장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학생들이라 비주얼만 따진다. 남학생들이면 훅훅 털고 먹었을 것이다"

정식 사과를 기대했는데, 학교장의 이 같은 부적절한 발언에 학생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취재진에게 관련 사진과 메일이 보냈습니다. 취재진이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자 해당 학교를 다녀간 뒤에는 "학부모들과 원만히 해결하려고 한다. 더이상 제보나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킵니다.

“학교장 발언 부적절”…급식 식재료 등 전수조사


인천시 교육청은 해당 학교 급식 문제가 발생한 지 5일 만에 학교 측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 시 교육청은 학교장이 학생들에게 한 발언은 부적절했다며 사실관계를 따져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관련 학교 식재료와 납품 업체 등을 경인지방식품의약안전청과 함께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학교는 지난 2013년 학교 급식을 먹은 학생 100여 명이 복통과 구토 등 식중독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고래회충과 곰팡이가 섞인 음식을 먹고 당장 큰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급식인 만큼 위생은 더 철저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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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회충 섞인 삼치구이에 곰팡이 빵…“여학생들이라 비주얼만 따져”
    • 입력 2019-06-25 16:34:19
    취재K
인천의 모 고등학교 학생들은 요즘 학교 급식시간이 두렵습니다. 지난주 금요일(20일) 점심 급식시간에 벌어진 일 때문입니다.

이날 점심 급식 메뉴는 보리밥과 순댓국, 삼치구이, 쫄면, 깍두기였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던 중 한 학생이 자신의 식판서 벌레가 있다고 말합니다. 반찬으로 나온 삼치구이에 무더기로 벌레가 얽혀있었던 겁니다. 아래는 학생들이 찍은 사진입니다. 그냥 보기에는 다소 혐오스러워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만, 언뜻 보아도 실같은 회충이 수십 마리가 무더기로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식판을 들고 가 교사 등에게 이를 보여주며 이 벌레들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영양 교사 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생선 살이다. 그냥 먹어도 된다" "정 싫으면 다른 조각으로 바꿔가라"라고 말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꺼림칙해 더는 밥을 먹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점심급식에 나온 벌레는 '고래회충'이라고 전했습니다.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 같은 사실을 알립니다. 보통 고래회충에 감염된 생선을 먹으면 2∼4시간 지나 복통이나 메스꺼움과 함께 식은땀이 나는 증세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고래회충 유충은 열에 약해 60℃ 이상에서 익히면 1분 안에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먼저 생선구이를 먹은 학생들에게 복통이나 구토 등의 증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급식에 나온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였습니다. 유해성을 떠나 위생 문제인 만큼 교사와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성의 있는 답변이 없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불만입니다.

샌드위치에 푸른 곰팡이…“여학생이라 비주얼만 따진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급식시간에 위생 문제가 또 터졌습니다. 이번엔 급식에 나온 샌드위치가 문제였습니다. 샌드위치 빵에 푸른곰팡이가 끼어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불과 하루 만에 급식 반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자 더는 급식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항의합니다.

이날 학교는 1, 2학년 학생 대표와 교사 등이 모인 가운데 급식 관련 토론회를 엽니다. 이 자리에서 학교 교장은 학생들을 더 화나게 합니다. 학교 교장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학생들이라 비주얼만 따진다. 남학생들이면 훅훅 털고 먹었을 것이다"

정식 사과를 기대했는데, 학교장의 이 같은 부적절한 발언에 학생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취재진에게 관련 사진과 메일이 보냈습니다. 취재진이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자 해당 학교를 다녀간 뒤에는 "학부모들과 원만히 해결하려고 한다. 더이상 제보나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킵니다.

“학교장 발언 부적절”…급식 식재료 등 전수조사


인천시 교육청은 해당 학교 급식 문제가 발생한 지 5일 만에 학교 측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 시 교육청은 학교장이 학생들에게 한 발언은 부적절했다며 사실관계를 따져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관련 학교 식재료와 납품 업체 등을 경인지방식품의약안전청과 함께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학교는 지난 2013년 학교 급식을 먹은 학생 100여 명이 복통과 구토 등 식중독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고래회충과 곰팡이가 섞인 음식을 먹고 당장 큰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급식인 만큼 위생은 더 철저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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