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사건후] 졸지에 가상화폐 채굴꾼이 된 배후에는…20대 IT 전문가들의 최후

입력 2019.08.22 (11:37)

비트코인 시세가 금값을 추월하는 등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가상화폐 광풍의 그림자가 한국에 모습을 드리웠을 무렵.

2017년 9월의 어느 날, 경기도 김포의 한 카페.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와 온라인쇼핑몰 운영자 등 90년대생 4명이 이곳에 모여들었습니다.

IT분야에 종사하던 이들은 정보통신 기술의 허점을 노린 범행을 공모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트렌드로 떠오르던 가상화폐 비즈니스를 이용해 큰돈을 벌기로 한 겁니다.

가상화폐는 암호를 풀어 코인을 획득하는 방식인데, 금전적 수익을 내려면 가상화폐를 직접 채굴하거나 거래를 통해 시세 차익을 보는 등 크게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들은 그 중 직접 채굴을 선택했습니다.

가상화폐 채굴은 대개 창고 같은 곳에 수백 대의 PC를 설치해놓고 밤새 컴퓨터를 구동시키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인터넷에 접속된 전국의 PC에 침투해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가상화폐 채굴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표적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이메일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담당자님"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 별도 첨부된 이력서를 열면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 해당 PC가 이들이 관리하는 서버로 접속해 가상화폐의 일종인 '모네로'를 채굴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였던 94년생 A가 악성 프로그램 개발 및 테스트를 담당했습니다. 동갑내기 B는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되면 채굴 작업을 벌일 작업장에 해당하는 서버를 관리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쇼핑몰 운영자였던 C(97년생)와 D(96년생)는 이력서로 가장한 문서파일을 유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그해 10월부터 12월까지 2달여에 걸쳐 총 3만 2천여 회에 걸쳐 범행을 시도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48조에 따르면 정당한 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을 침입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돼 있습니다.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피의자들은 범행을 통해 총 6천 회에 걸쳐 타인의 정보통신망을 무단으로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설치된 악성 프로그램은 해당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자원의 50%를 가상화폐 채굴에 쓰이도록 유도해 PC의 성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심 법원인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7월 "피고인들이 계획적, 지능적으로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채굴하게 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하고, 정보통신망에 침입해 정보통신시스템의 정상적인 운용을 방해하고 채굴행위를 통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사안이 가볍지 않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실제로 취득한 이익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들 대부분이 초범인 점을 고려해 징역 4개월~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습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들이 범행으로 취득한 금전적 이익은 200만 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PC에 설치된 백신 프로그램이 악성 프로그램을 막아내기도 했고, 파일을 열고 나서 컴퓨터가 느려진 것을 알아채기도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전국의 PC를 무단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던 무모한 범행이 들통 나면서 전과자라는 꼬리표를 남긴 채 일단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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