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소주 vs 비서 메일…‘김성태 KT 채용 청탁’ 30일을 주목하라

입력 2019.10.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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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 등 유력인사의 지인과 친인척 등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공정성'이 화두가 되는 요즘, 'KT 채용비리'는 그래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사건입니다.

1심 선고를 남겨둔 KT 채용비리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건 '김성태·이석채 일식집 회동'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이 회동에 참석한 서유열 전 KT 사장은 이 자리에서 김성태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 간에 김 의원 딸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 측은 서 전 사장이 밝힌 회동 시기인 2011년이 아니라 2009년에 회동이 이뤄졌다면서 그때는 자신의 딸이 KT에 입사하기 전이라며 서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서 전 사장은 구체적인 진술로, 또 김 의원은 물적 증거로 법정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 서유열 "2011년, 오이 소주 마신 것도 기억"

서 전 사장은 법정증언에서 '2011년 여의도 일식집 회동'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진술을 합니다. 그날은 이석채, 김성태, 서유열 3명이 참석한 저녁 식사였고, 식당 이름은 물론, 해당 식사 자리에서 마셨던 '술'까지 기억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서 전 사장은 "이 회장이나 김 의원 모두 약주를 많이 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소주에 양파를 썬 걸 넣어서 먹고, 오이도 넣어서 그렇게 소주로 소탈하게 마셨다"고 법정에서 말했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입니다. 또 김 의원이 이 회장을 '장관님'이라고 불렀다는 진술도 했습니다. 이 회장은 YS시절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입니다. 당시 KT '회장'인 이 회장에게 KT 자회사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 의원이 '장관님'이라고 불렀다는 건 또 다른 구체적 진술인 겁니다.

여기에 'KT 농구단이 정규리그 우승을 한 내용으로 서로 덕담을 나눴다'는 진술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KT 농구단은 2010-11시즌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당시 이석채 회장이 김 의원의 딸을 두고 '임시직'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진술도 있었습니다. '임시직'이라는 표현은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흔히 쓰는 표현은 아닙니다.


■ 김성태 "2009년, 비서 메일에 증거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물증을 제시했습니다. 자신의 비서 메일에 담긴 증거를 제출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김 의원 측은 "2009년 5월 8일 비서 메일함에 있던 일정표에는 '이석채 사장 만찬'이라고 쓰여 있고, 같은 시간에 '손기정 음악회'가 있었다"면서 "한 차례 연기했고 2009년 5월 14일 19시에 세 사람이 만찬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이석채 회장의 다이어리에도 '5월 14일 19시 김성태 의원'이라고 쓰여 있다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2개의 일정표에 같은 일정이 쓰여 있다는 겁니다.

2009년은 김성태 의원의 딸이 대학교 3학년 때입니다.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KT 스포츠단에서 일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할 수 없는 시기라는 게 김 의원의 논리입니다. 또한, 서 사장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 "경험 없이 알 수 없어" vs. "물적 증거 내놔야"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그리고 물적 증거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먼저 서 전 사장의 주장 신빙성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검찰은 "일식집에서 김성태 의원과 이 전 회장, 서 전 사장이 함께 저녁을 먹었고 이후 김 의원 딸의 채용이 이뤄졌다는 서 전 사장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애초 2011년에 김 의원과 만난 사실을 인정한 적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 회장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말입니다.

서 전 사장이 위증하지 않은 이상, 비교적 단단한 진술들입니다.

하지만 김 의원도, 물적 증거로 정황을 입증하고 있다며 당당한 모습입니다.

김 의원은 "검찰은 명확한 물증이 하나도 없이 무리한 정치적 기소로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검찰은 저녁 식사가 2011년이라는 명확한 물증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서 전 사장의 '말' 말고 구체적인 물증을 가져오라는 의미입니다.

■ 'KT 채용비리' 30일 선고…'김성태 뇌물수수 혐의' 재판은 계속

'KT 채용비리' 1심 선고는 오는 30일입니다. 첫 공판이 열린 지난 7월 26일 이후 약 석 달 만입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서 전 사장 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서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초점입니다.

이번 'KT 채용비리' 1심 선고는, 한참 진행 중인 김성태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과도 직결돼 있습니다. 김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혐의는 '딸의 채용'을 뇌물로 받고, 대신 이 전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불발시켜줬다는 것인데요. 오는 30일, 재판부가 서 전 사장 진술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김 의원 재판 결과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김 의원은 다음 달 안에 '뇌물수수 혐의' 재판을 마무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김 의원 딸의 부정채용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지 이제 10개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은 이제, 결과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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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이소주 vs 비서 메일…‘김성태 KT 채용 청탁’ 30일을 주목하라
    • 입력 2019-10-24 15:22:33
    취재K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 등 유력인사의 지인과 친인척 등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공정성'이 화두가 되는 요즘, 'KT 채용비리'는 그래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사건입니다.

1심 선고를 남겨둔 KT 채용비리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건 '김성태·이석채 일식집 회동'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이 회동에 참석한 서유열 전 KT 사장은 이 자리에서 김성태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 간에 김 의원 딸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 측은 서 전 사장이 밝힌 회동 시기인 2011년이 아니라 2009년에 회동이 이뤄졌다면서 그때는 자신의 딸이 KT에 입사하기 전이라며 서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서 전 사장은 구체적인 진술로, 또 김 의원은 물적 증거로 법정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 서유열 "2011년, 오이 소주 마신 것도 기억"

서 전 사장은 법정증언에서 '2011년 여의도 일식집 회동'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진술을 합니다. 그날은 이석채, 김성태, 서유열 3명이 참석한 저녁 식사였고, 식당 이름은 물론, 해당 식사 자리에서 마셨던 '술'까지 기억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서 전 사장은 "이 회장이나 김 의원 모두 약주를 많이 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소주에 양파를 썬 걸 넣어서 먹고, 오이도 넣어서 그렇게 소주로 소탈하게 마셨다"고 법정에서 말했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입니다. 또 김 의원이 이 회장을 '장관님'이라고 불렀다는 진술도 했습니다. 이 회장은 YS시절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입니다. 당시 KT '회장'인 이 회장에게 KT 자회사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 의원이 '장관님'이라고 불렀다는 건 또 다른 구체적 진술인 겁니다.

여기에 'KT 농구단이 정규리그 우승을 한 내용으로 서로 덕담을 나눴다'는 진술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KT 농구단은 2010-11시즌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당시 이석채 회장이 김 의원의 딸을 두고 '임시직'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진술도 있었습니다. '임시직'이라는 표현은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흔히 쓰는 표현은 아닙니다.


■ 김성태 "2009년, 비서 메일에 증거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물증을 제시했습니다. 자신의 비서 메일에 담긴 증거를 제출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김 의원 측은 "2009년 5월 8일 비서 메일함에 있던 일정표에는 '이석채 사장 만찬'이라고 쓰여 있고, 같은 시간에 '손기정 음악회'가 있었다"면서 "한 차례 연기했고 2009년 5월 14일 19시에 세 사람이 만찬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이석채 회장의 다이어리에도 '5월 14일 19시 김성태 의원'이라고 쓰여 있다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2개의 일정표에 같은 일정이 쓰여 있다는 겁니다.

2009년은 김성태 의원의 딸이 대학교 3학년 때입니다.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KT 스포츠단에서 일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할 수 없는 시기라는 게 김 의원의 논리입니다. 또한, 서 사장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 "경험 없이 알 수 없어" vs. "물적 증거 내놔야"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그리고 물적 증거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먼저 서 전 사장의 주장 신빙성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검찰은 "일식집에서 김성태 의원과 이 전 회장, 서 전 사장이 함께 저녁을 먹었고 이후 김 의원 딸의 채용이 이뤄졌다는 서 전 사장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애초 2011년에 김 의원과 만난 사실을 인정한 적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 회장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말입니다.

서 전 사장이 위증하지 않은 이상, 비교적 단단한 진술들입니다.

하지만 김 의원도, 물적 증거로 정황을 입증하고 있다며 당당한 모습입니다.

김 의원은 "검찰은 명확한 물증이 하나도 없이 무리한 정치적 기소로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검찰은 저녁 식사가 2011년이라는 명확한 물증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서 전 사장의 '말' 말고 구체적인 물증을 가져오라는 의미입니다.

■ 'KT 채용비리' 30일 선고…'김성태 뇌물수수 혐의' 재판은 계속

'KT 채용비리' 1심 선고는 오는 30일입니다. 첫 공판이 열린 지난 7월 26일 이후 약 석 달 만입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서 전 사장 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서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초점입니다.

이번 'KT 채용비리' 1심 선고는, 한참 진행 중인 김성태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과도 직결돼 있습니다. 김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혐의는 '딸의 채용'을 뇌물로 받고, 대신 이 전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불발시켜줬다는 것인데요. 오는 30일, 재판부가 서 전 사장 진술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김 의원 재판 결과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김 의원은 다음 달 안에 '뇌물수수 혐의' 재판을 마무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김 의원 딸의 부정채용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지 이제 10개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은 이제, 결과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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