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부동산가격 잡았다” 문 대통령 발언 확인해보니

입력 2019.11.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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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19일) MBC에서 방송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여러 정책 현안들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중에 특히 국민들의 관심을 끈 건 부동산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담긴 발언들이었다. 평소 부동산 정책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과 현재 시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흔치 않은 기회에 드러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어디까지 맞는지 사실을 확인해 봤다.

1."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집권 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주간 통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의 주간 동향에서 지난해 9·13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11월 둘째 주부터 32주 연속 하락했다.

감정원 통계상 '32주 연속 하락'은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주장할 때 인용하는 단골 통계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에도 "9·13대책 이후 전국은 전반적인 안정세가 지속하고 있으며, 서울도 11월 2주부터 장기간(32주) 하락이었으나"라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통계들도 만만치 않게 있다. 대표적인 것이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중위 아파트 가격이다. 중위아파트 가격은 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한 가격을 말한다.

가장 최근인 10월 기준 서울 중위아파트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8억7,525만원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5월 서울아파트 중위가격이 5억1,588만원이었던것에 비하면 2년사이 약 70%가 급등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취임 당시인 2013년 2월 서울 중위아파트 가격은 4억6,545만원이었고, 탄핵 직전인 2017년 2월에는 5억9,717만원이었다. 4년 사이 28%가 상승한 건데, 문재인 정부의 상승률보다는 크게 낮은 숫자다.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가 아닌 한국감정원의 실거래가격 지수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거래지수 표본이 '100'을 기준으로 재설정된 2017년 11월 이후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 지수는 가장 최근인 2019년 8월 기준으로 124.7까지 상승했다. 불과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24%가 넘게 오른 것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은 결정적 계기'라고 자평하는 9·13대책 이후에도 집값은 오히려 올랐다는 분석이 많다. 대부분 정부의 통제를 받는 한국감정원이 아닌 민간 기관의 분석에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는 9·13 대책 후 1년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7억 5,814만 원으로 대책 이전 1년 평균(6억 6,603만 원)보다 13.8%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최은영 소장은 "상승세든 내림세든 수십 주 동안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게 감정원 주간동향의 특성"이라면서 "'몇 주 연속'이라는 기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소장은 "실제로 시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한데 지금 서울 주택 시장의 실거래가를 보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 발언 역시 한국감정원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표본이 재설정된 2017년 11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100이다. 가장 최근인 2019년 8월에는 101로 21개월 동안 1% 상승했다. 공동주택이 아닌 전체 주택으로 봤을 때는 상승률이 더 낮아서, 최근까지 0.3% 오르는 데 그쳤다.

앞서 언급했던 서울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가 같은 기간 24.7% 상승한 것에 비하면 전국 단위의 부동산 가격은 문 대통령의 '안정화'라는 표현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종의 '통계의 오류'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방 집값이 폭락하고, 서울 집값이 폭등해 전국 평균 집값은 결국 통계상으로 보합세를 보였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어제(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상위 10% 가구와 하위 10% 가구의 집값 차이가 38배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집은 가진 1,123만 4천 가구 가운데 상위 10%인 10분위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은 9억 7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0분위 가구의 주택은 최근 3년사이 2억3,400만 원이 늘어났다.

반면 하위 10%인 1분위 가구의 평균은 2,600만 원에 그쳤다. 1분위 가구의 주택은 최근 3년사이 400만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2015년과 2016년 10분위 가구의 주택 자산가액은 1분위 가구의 자산가액에 33.8배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엔 35.2배, 2018년엔 37.6배로 차이가 늘어났다.

통계청 통계는 기본적으로 가격을 기준으로 주택을 줄 세운 것이지만, 여기에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지방과 서울의 집값 차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실련의 최근 분석결과 올해 8월 기준 6대 광역시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평균 2억 4천만 원, 기타 지방 중위가격은 1억 6천만 원이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이 지방광역시의 약 3.5배, 기타지방의 5.3배 수준이라며 지방 아파트를 5채 팔아야 서울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만 폭등하다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지방에서 서울 아파트를 투자차원에서 구매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의 자산격차를 견디지 못한 지방 주민들이 '서울 아파트'를 안 보고 사들이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가격이 벌어지면서 갈수록 서울과 지방 사이, 서울에서도 핵심지역과 비핵심지역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건데, 결국 문 대통령은 주택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는 흐름을 '안정화'로 해석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개혁본부장은 "가격기준으로 서울 주택이 전국 주택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상황인데 서울이 폭등하고, 나머지 소수의 지방이 내렸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 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관료들로부터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3."전·월세 가격은 안정돼있지 않습니까."


여러 부동산 중에서도 문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건 전·월세 가격이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월세 시장은 가격 상승 없이 꾸준한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월세 지수를 보면 2017년 11월 이후 최근 24개월 동안 3.8% 하락했다. 서울도 0.07% 하락해 지방과 서울 모두 뚜렷한 안정세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의 중위 전세가격 역시 전체 주택기준으로 2017년 5월 1억 9,845만 원에서 가장 최근인 지난달 1억 9,638만 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만 두고 봤을 때도 2017년 5월 2억9,963만 원에서 지난달 3억 273만 원으로 전세가격의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전·월세 가격의 상승이 억제되면서 서민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전·월세 가격안정이 현 정부의 정책적 성과인지, 그게 아니라 과거 정부의 성과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전·월세 가격 안정세는 최근 1, 2년 사이 쏟아진 아파트 공급물량에 기인한 것인데, 지금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들은 최소 4, 5년 전에 공급이 계획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4."수도권 30만호 3개 신도시 포함해서 ... 이런 공급정책들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어"


최근 주택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는 요인 중에 하나는 '공급 축소'에 따른 불안 심리다. 특히 신축 아파트의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축아파트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 신규 공급에 따른 입주 물량은 2022년까지 충분하다. 가장 선호되는 서울 아파트만 두고 봤을 때 공급물량은 2019년 4만 5천 호, 2020년 4만 1천 호, 2021년 4만 3천 호, 2022년 4만 3천 호에 달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평균으로 보면 4만 3천 호로 그 이전의 5년 평균(2013년~2017년) 3만2천호보다 더 늘어났다. 최근 10년 평균(2008년~2017년)의 3만 3천 호와 비교해봐도 그렇다.

문제는 예정됐던 공급물량의 입주가 끝나는 2022년 이후다. 재개발, 재건축 등 주택공급계획은 한번 본궤도에 올라서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정부 규제나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4, 5년 전에 계획을 세운 물량은 시장에 꾸준히 풀린다는 이야기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부터 본격화된 분양가상한제 등이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4, 5년 뒤에 본격화될 수 있다. 2020년 이후의 공급이 우려되는 이유다.

입주나 착공기준이 아닌 인허가 기준으로 시장을 보면 더 장기적 관점에서 입주물량을 전망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올해 상반기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면적으로는 8.7%, 동수로는 4.2% 줄어들었다.

반기별로 보면, 2016년 상반기 전국 아파트 인허가 면적은 3,492동이었지만, 2017년 상반기 2,964동, 2018년 상반기 2,382동, 2019년 상반기 2,282동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정부도 이런 공급 축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3기 신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주거복지로드맵 6만 호와 수도권 주택공급계획 30만 호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공급정책을 착실하게 진행 중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정부의 공언이 약속한 일정대로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택지개발의 첫 단추인 토지보상과 감정평가 절차에서부터 당장 파열음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포함된 '성남복정1' 공공주택지구는 토지보상금을 둘러싸고 갈등이 최근 표면화됐다. 성남복정1지구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일대에서 64만 5812㎡ 면적에 신혼희망타운 등 4,700세대의 공급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이 추천한 감정평가업체와 LH가 추천한 감정평가업체 사이의 평가액이 10%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정평가서 최고평가액은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할 수 없다.

차이가 110%를 넘으면 재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최소 한 달 이상 보상절차 지연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사례가 성남복정지구에서만 나올지, 다른 지역에서도 터져 나오며 사업이 지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 공급정책이 서울 외곽에서 추진되고, 수도권 36만 호 가운데 서울 내 공급은 4만 호에 그치기 때문에 서울 내 거주를 원하는 대다수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선호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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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부동산가격 잡았다” 문 대통령 발언 확인해보니
    • 입력 2019-11-20 11:04:20
    취재K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19일) MBC에서 방송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여러 정책 현안들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중에 특히 국민들의 관심을 끈 건 부동산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담긴 발언들이었다. 평소 부동산 정책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과 현재 시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흔치 않은 기회에 드러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어디까지 맞는지 사실을 확인해 봤다.

1."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집권 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주간 통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의 주간 동향에서 지난해 9·13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11월 둘째 주부터 32주 연속 하락했다.

감정원 통계상 '32주 연속 하락'은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주장할 때 인용하는 단골 통계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에도 "9·13대책 이후 전국은 전반적인 안정세가 지속하고 있으며, 서울도 11월 2주부터 장기간(32주) 하락이었으나"라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통계들도 만만치 않게 있다. 대표적인 것이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중위 아파트 가격이다. 중위아파트 가격은 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한 가격을 말한다.

가장 최근인 10월 기준 서울 중위아파트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8억7,525만원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5월 서울아파트 중위가격이 5억1,588만원이었던것에 비하면 2년사이 약 70%가 급등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취임 당시인 2013년 2월 서울 중위아파트 가격은 4억6,545만원이었고, 탄핵 직전인 2017년 2월에는 5억9,717만원이었다. 4년 사이 28%가 상승한 건데, 문재인 정부의 상승률보다는 크게 낮은 숫자다.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가 아닌 한국감정원의 실거래가격 지수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거래지수 표본이 '100'을 기준으로 재설정된 2017년 11월 이후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 지수는 가장 최근인 2019년 8월 기준으로 124.7까지 상승했다. 불과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24%가 넘게 오른 것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은 결정적 계기'라고 자평하는 9·13대책 이후에도 집값은 오히려 올랐다는 분석이 많다. 대부분 정부의 통제를 받는 한국감정원이 아닌 민간 기관의 분석에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는 9·13 대책 후 1년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7억 5,814만 원으로 대책 이전 1년 평균(6억 6,603만 원)보다 13.8%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최은영 소장은 "상승세든 내림세든 수십 주 동안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게 감정원 주간동향의 특성"이라면서 "'몇 주 연속'이라는 기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소장은 "실제로 시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한데 지금 서울 주택 시장의 실거래가를 보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 발언 역시 한국감정원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표본이 재설정된 2017년 11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100이다. 가장 최근인 2019년 8월에는 101로 21개월 동안 1% 상승했다. 공동주택이 아닌 전체 주택으로 봤을 때는 상승률이 더 낮아서, 최근까지 0.3% 오르는 데 그쳤다.

앞서 언급했던 서울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가 같은 기간 24.7% 상승한 것에 비하면 전국 단위의 부동산 가격은 문 대통령의 '안정화'라는 표현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종의 '통계의 오류'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방 집값이 폭락하고, 서울 집값이 폭등해 전국 평균 집값은 결국 통계상으로 보합세를 보였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어제(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상위 10% 가구와 하위 10% 가구의 집값 차이가 38배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집은 가진 1,123만 4천 가구 가운데 상위 10%인 10분위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은 9억 7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0분위 가구의 주택은 최근 3년사이 2억3,400만 원이 늘어났다.

반면 하위 10%인 1분위 가구의 평균은 2,600만 원에 그쳤다. 1분위 가구의 주택은 최근 3년사이 400만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2015년과 2016년 10분위 가구의 주택 자산가액은 1분위 가구의 자산가액에 33.8배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엔 35.2배, 2018년엔 37.6배로 차이가 늘어났다.

통계청 통계는 기본적으로 가격을 기준으로 주택을 줄 세운 것이지만, 여기에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지방과 서울의 집값 차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실련의 최근 분석결과 올해 8월 기준 6대 광역시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평균 2억 4천만 원, 기타 지방 중위가격은 1억 6천만 원이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이 지방광역시의 약 3.5배, 기타지방의 5.3배 수준이라며 지방 아파트를 5채 팔아야 서울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만 폭등하다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지방에서 서울 아파트를 투자차원에서 구매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의 자산격차를 견디지 못한 지방 주민들이 '서울 아파트'를 안 보고 사들이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가격이 벌어지면서 갈수록 서울과 지방 사이, 서울에서도 핵심지역과 비핵심지역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건데, 결국 문 대통령은 주택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는 흐름을 '안정화'로 해석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개혁본부장은 "가격기준으로 서울 주택이 전국 주택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상황인데 서울이 폭등하고, 나머지 소수의 지방이 내렸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 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관료들로부터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3."전·월세 가격은 안정돼있지 않습니까."


여러 부동산 중에서도 문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건 전·월세 가격이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월세 시장은 가격 상승 없이 꾸준한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월세 지수를 보면 2017년 11월 이후 최근 24개월 동안 3.8% 하락했다. 서울도 0.07% 하락해 지방과 서울 모두 뚜렷한 안정세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의 중위 전세가격 역시 전체 주택기준으로 2017년 5월 1억 9,845만 원에서 가장 최근인 지난달 1억 9,638만 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만 두고 봤을 때도 2017년 5월 2억9,963만 원에서 지난달 3억 273만 원으로 전세가격의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전·월세 가격의 상승이 억제되면서 서민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전·월세 가격안정이 현 정부의 정책적 성과인지, 그게 아니라 과거 정부의 성과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전·월세 가격 안정세는 최근 1, 2년 사이 쏟아진 아파트 공급물량에 기인한 것인데, 지금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들은 최소 4, 5년 전에 공급이 계획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4."수도권 30만호 3개 신도시 포함해서 ... 이런 공급정책들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어"


최근 주택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는 요인 중에 하나는 '공급 축소'에 따른 불안 심리다. 특히 신축 아파트의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축아파트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 신규 공급에 따른 입주 물량은 2022년까지 충분하다. 가장 선호되는 서울 아파트만 두고 봤을 때 공급물량은 2019년 4만 5천 호, 2020년 4만 1천 호, 2021년 4만 3천 호, 2022년 4만 3천 호에 달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평균으로 보면 4만 3천 호로 그 이전의 5년 평균(2013년~2017년) 3만2천호보다 더 늘어났다. 최근 10년 평균(2008년~2017년)의 3만 3천 호와 비교해봐도 그렇다.

문제는 예정됐던 공급물량의 입주가 끝나는 2022년 이후다. 재개발, 재건축 등 주택공급계획은 한번 본궤도에 올라서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정부 규제나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4, 5년 전에 계획을 세운 물량은 시장에 꾸준히 풀린다는 이야기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부터 본격화된 분양가상한제 등이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4, 5년 뒤에 본격화될 수 있다. 2020년 이후의 공급이 우려되는 이유다.

입주나 착공기준이 아닌 인허가 기준으로 시장을 보면 더 장기적 관점에서 입주물량을 전망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올해 상반기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면적으로는 8.7%, 동수로는 4.2% 줄어들었다.

반기별로 보면, 2016년 상반기 전국 아파트 인허가 면적은 3,492동이었지만, 2017년 상반기 2,964동, 2018년 상반기 2,382동, 2019년 상반기 2,282동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정부도 이런 공급 축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3기 신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주거복지로드맵 6만 호와 수도권 주택공급계획 30만 호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공급정책을 착실하게 진행 중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정부의 공언이 약속한 일정대로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택지개발의 첫 단추인 토지보상과 감정평가 절차에서부터 당장 파열음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포함된 '성남복정1' 공공주택지구는 토지보상금을 둘러싸고 갈등이 최근 표면화됐다. 성남복정1지구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일대에서 64만 5812㎡ 면적에 신혼희망타운 등 4,700세대의 공급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이 추천한 감정평가업체와 LH가 추천한 감정평가업체 사이의 평가액이 10%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정평가서 최고평가액은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할 수 없다.

차이가 110%를 넘으면 재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최소 한 달 이상 보상절차 지연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사례가 성남복정지구에서만 나올지, 다른 지역에서도 터져 나오며 사업이 지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 공급정책이 서울 외곽에서 추진되고, 수도권 36만 호 가운데 서울 내 공급은 4만 호에 그치기 때문에 서울 내 거주를 원하는 대다수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선호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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