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취재K] 아고다가 실수 결제 500만 원 취소를 거부한 이유

입력 2019.12.03 (07:00)

외국 가서 묵을 호텔을 알아보다가 실수로 500만 원 가까운 돈이 신용카드로 결제됐습니다. 곧바로 취소를 요청했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돌아올 뿐 2주 내내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취소 못 해 준다"는 통보가 날아왔습니다. 글로벌 숙박 예약 사이트 '아고다'를 이용하다 벌어진 일입니다.

의도치 않은 결제 492만여 원, 곧바로 취소 요청

베트남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39살 노 모 씨는 지난 11월 15일, 아고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여행을 갈 태국 방콕의 호텔을 검색하다가 갑자기 492만여 원이 일시불로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실수로 결제 버튼을 눌렀는데, 기존에 앱에 저장돼 있던 카드 정보로 곧바로 결제가 이뤄져 버린 것입니다. 노 씨는 "아무런 중간 확인 절차도 없이 그냥 결제됐다"고 합니다.

 아고다에서 실수로 한 호텔 예약·결제 아고다에서 실수로 한 호텔 예약·결제

놀란 노 씨는 급히 예약 취소 버튼을 찾아봤지만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국내의 아고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실수로 한 예약과 결제를 취소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고다 측은 "호텔이 취소해주면 가능하니, 호텔에 연락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호텔 "위약금 없이 취소 가능합니다"

큰 금액이라 불안했던 노 씨는 이튿날인 11월 16일 혹시나 하고 직접 호텔에 전화해 봤습니다. 호텔 측은 "아고다에서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당혹감을 느낀 노 씨는 직접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호텔 측은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위약금 없이 취소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아고다로부터 어떤 형태든 통지를 받을 때까지는 아무 조치도 할 수 없으니, 아고다와 계속 연락해 보라"고 했습니다. 전자상거래 매니저 S 씨는 일종의 증빙으로, 이런 내용을 명확히 담은 이메일도 보내줬습니다.

호텔이 보내준 ‘위약금 없는 취소 가능’ 메일호텔이 보내준 ‘위약금 없는 취소 가능’ 메일

노 씨는 이후 이틀을 기다렸습니다. 아고다는 여전히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기다리다 못한 노 씨는 다시 아고다에 전화해 "호텔이 위약금 없이 취소해줄 수 있다고 했다. 메일도 보내줬다"고 알려줬습니다. 아고다 측은 "그 메일을 우리에게 보내달라"고 했고, 노 씨는 상담사가 알려준 이메일로 해당 메일을 그대로 전달해줬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날에도 아고다는 연락이 없었고, 노 씨가 재차 문의하자 아고다 측은 "우리와 연계된 회사를 통해서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통상 24~48시간 안에는 연락을 드리니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11월 21일이 되기까지 아고다는 또다시 아무 연락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호텔에 전화해 봤는데, 호텔 측은 "아고다 쪽에서 온 연락이 없다"고 했습니다. 화가 난 노 씨는 곧바로 아고다에 전화해 항의했지만, 아고다는 계속 '연계사' 얘기만 꺼내면서 기다리면 연락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아고다 "호텔이 거절해서 결제 취소 못 해준다"

그렇게 실수 결제로부터 2주 가까운 시간이 흘러 11월 27일이 됐고, 그제야 아고다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얘기가 황당했습니다. "호텔이 취소를 못 해주겠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노 씨는 분명히 호텔 측에서 '위약금 없이 취소해주겠다'는 내용의 이메일까지 받았고, 그걸 아고다에 전달하기까지 한 상황. 그럼에도 '호텔의 취소 거부'를 이유로 결제 취소가 안 된다는 아고다의 설명은 모순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즉시 호텔에 전화해 봤고, 호텔 측은 "아고다에서도, 아고다 연계사에서도, 아무런 연락이 온 게 없다"고 했습니다.

노 씨는 다시금 아고다에 항의했습니다. 아고다는 거듭해서 "저희가 호텔에 연락했는데, 무료 취소는 어렵다는 이메일 답변이 왔다"고 했습니다. '메일 회신을 했다는 호텔의 담당자가 누구냐'고 하자, "담당자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메일이 왔다고 하지 않았느냐. 거기에 담당자 이름이 적혀 있을 텐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느냐'고 따지자, 그제야 "저희가 호텔에 문의한 게 아니라 연계사에 물어보라고 했고, 연계사가 '숙소에서 거절했다'고 답장을 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호텔의 '취소' 메일 제시하자 그제야 "알아보겠다"

노 씨는 "애초에 호텔로부터 '예약 취소 가능' 메일을 받아서 아고다에 전달하지 않았느냐. 게다가 호텔에 물어보니 아고다나 연계사로부터 어떤 연락도 안 왔다고 하더라"고 재차 문제를 제기하자, 아고다 측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 메일을 다시 한 번 보내봐 달라. 연계사에 상황을 확인해보겠다"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카드 결제일은 12월 1일로 불과 나흘밖에 남지 않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아고다의 태도로 볼 때 또 며칠씩 끌다가 결국 500만 원 가까운 거금이 한꺼번에 계좌에서 빠져나가게 될 판이었습니다. 불안해진 노 씨는 일단 24개월 분할 납부 신청을 했습니다. 할부수수료가 연 20%나 됐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노 씨는 "처음부터 취소 이메일을 보내준 데서 보듯이 호텔은 시종일관 취소 입장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호텔 핑계를 대면서 취소 못 해주겠다는 건 고의적인 것 아니냐"고 호소하면서 KBS에 제보했습니다.

갑자기 환불 조치…아고다 "직원교육 등 재발방지 노력"

호텔은 취소해주겠다는데 아고다는 안 된다는 이런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대해, 취재진은 아고다 측에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아고다 측은 "실수로 한 예약은 '취소 불가'라고 적혀 있는 상품인 경우에라도 취소해 주도록 하고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인 11월 29일,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노 씨에게 아고다로부터 '결제 취소' 전화가 온 것입니다. 노 씨는 "상담사는 아고다가 연계사와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 벌어진 일인 것처럼 얘기했는데, 핑계 같았다"고 했습니다.


아고다 측은 이후에 취재진에도 다음과 같은 공식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곡해가 없도록 내용 그대로 담았습니다.

아고다 공식 입장아고다 공식 입장

다시 말해, 아고다는 의도하지 않은 예약에 대해선 호텔 등 숙박업체가 취소를 해주지 않는 경우조차도 결제를 취소하고 환불해준다는 게 정책임에도 노 씨의 경우에는 '담당자의 실수'로 이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이에 따라 해당 예약 건은 전액 환불해 줬다는 설명입니다.

2주 넘게 아고다에 수차례씩 전화하면서 벌인 실랑이를 생각하면, '담당자의 실수'였다는 아고다 측 해명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는 노 씨. 일단 카드 결제일 직전에 예약 취소가 됐다는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처음부터 호텔의 취소 확답을 받고 관련 메일까지 전달해 줬는데, 고객이 수차례 항의할 때는 '취소 안 된다'고 하다가, 어떻게 인제 와서야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스스로 만든 정책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주세요"

악명 높은 '취소·환불 불가' 정책에 대해 수십 차례 언론의 비판을 받은 것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명령까지 받은 아고다. 공식 답변에서도 밝혔듯이, '의도치 않은 예약은 무조건 취소'로 이미 정책을 개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 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아고다 이용 중 실수 한 번 했다는 이유로 자칫 수백만 원을 억울하게 못 돌려받을 처지에 놓여 마음 졸이는 상황은 무슨 이유에선지 여전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객이 부당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스스로 만든 정책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주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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