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또 들썩이는 집값…‘칵테일’ 부동산 정책 성공할까?

입력 2019.12.03 (08:00)

정부의 연이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집값이 들썩인다는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사실 전국 평균 집값만 살펴보면 집값이 안정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에, 결국 집값이 들썩인다는 얘기는 일부 특정 지역에서 집값 상승이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가 집값 안정 의지를 내비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 집값의 불안요인을 좀처럼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주택 보급률이 100%를 훨씬 웃돌면서 우리나라 전체로는 주택 공급에 여유가 있지만,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주택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급이 풍부한 지역과 가격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특정 산업의 임금이 대폭 상승한 반면, 대부분 산업의 경우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점이다. 그 결과 고소득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몰려 사는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셋째, 정부가 이 양극화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의 조합인 정책 칵테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도 양극화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대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첫 번째나 두 번째 원인이 더 중요한 원인이지만, 오늘은 정부의 정책 요인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정부의 정책은 갈팡질팡? 사실은 양극화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얼핏 보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과는 달리 정확하게 어떤 시그널을 주려고 한 것인지 혼란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7년 나왔던 8·2 대책이다. 8·2 대책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정책 기조를 내세우며 등장했다. 실수요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며 집은 투자가 아닌 ‘거주’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투기수요는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래서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투기 과열지구를 지정하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규제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계획 신고를 의무화하고, 특별 사법경찰제도 도입 등을 선언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가 내세웠던 투기 근절 대책이 아닌 엉뚱한 정책에 반응했다. 정부가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세금감면 혜택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부분이었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재산세 감면, 종부세 감면 등 임대 사업자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더구나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대출 규제도 완화해 주었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다주택자가 오히려 돈을 빌리기 쉬운 아이러니가 일어났다.

뜻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시장과열을 이끈 임대주택활성화 정책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 시절 LH공사가 천문학적인 빚더미를 떠안게 되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자 박근혜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해 사적인 영역에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2015년부터 다주택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은퇴를 앞둔 1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대책으로 자영업 대신 임대업을 택하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이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다른 나라 같으면 나이가 들수록 집을 파는 것과 달리 중장년층, 특히 고령층의 다주택 보유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당시 정부가 임대사업자에게 이 같은 특혜를 제공한 이유는,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집값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대신 임대사업자의 소득 신고를 유도하면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묘수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다주택보유자의 증가는 도심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을 이끌어 내고 말았다.

정부는 과연 폭등도 폭락도 아닌 골디락스(Goldilocks)를 이끌 수 있을까?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이 최소한 자신이 산 가격보다는 오르기를 기대할 것이다. 특히 과도한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나 기회비용 때문에 집값 급등을 갈망하게 된다. 반대로 집이 없는 사람들은 집값이 내려서 주거비용이 낮아지기를 희망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집에 대한 전망이나 바람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국가 전체로는 부동산 가격이 어떤 경우에 가장 이상적일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장 경기 활성화에는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너무 빠르게 오르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소비를 제약하고 임금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더 위험한 것은 집값 폭락이다. 집값 폭락은 1991년 일본 부동산 가격 폭락이 20년 장기 불황을 가져왔던 것처럼 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정부는 자신의 임기 동안 집값 폭락이나 폭등 없이 물가 상승률만큼 명목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정부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부동산 시장 양극화다. 모든 지역이 다 함께 오르면 집값 안정화 정책을 쓰면 되고, 모두 내리면 부양책을 쓰면 되지만 한 지역은 폭등하고, 다른 지역은 폭락한다면 좀처럼 정책을 쓰기가 어렵게 된다. 더구나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자칫 민심 이반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막을 정책 칵테일, 과연 성공할까?

이 때문에 그 어떤 정부라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에 내놓은 정책들은 이 같은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일부 과열 지구에 핀셋 방식의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다. 이는 초고가 주택의 추가적인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동시에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 지역에서 제외했다. 또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완화하고, 주택가격 기준을 높여 가입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이는 중고가 이하 주택의 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양극화 때문에 정부는 서로 다른 성격의 부동산 정책을 하루가 멀다고 끊임없이 내놓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정부의 의지대로 비싼 아파트의 가격은 상승을 제한하고, 중저가 주택의 가격은 떠받칠 수 있다면 우리 경제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경제 환경 속에서 그렇게 정부의 정책 칵테일로 미세조정을 할 수 있기는커녕, 오히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산(發散)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복잡한 정책 칵테일보다는 시장에 정부의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 임대주택활성화 정책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었던 것처럼 시장은 또다시 정부 정책의 미비한 틈새를 파고들어 시장을 뒤흔들지 모른다.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이 또 다른 복잡한 정책 칵테일을 내놓기 전에 차선이론(次善理論, Theory of the second best)을 먼저 일독하기를 권한다.

차선이론: 먼저 경제가 최선의 상태에 이르는 데 필요한 조건이 하나 이상 충족되지 못한다면 차선책을 아무리 많이 내놓는다고 해도 결코 경제나 후생이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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