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한국당 의원들 마음 움직였나?…“내가 여러분의 총알받이”

입력 2019.12.09 (17:47) 수정 2019.12.09 (18: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9일) 오전 치러진 자유한국당의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는 이례적으로 재선부터 5선까지 4팀이나 출마했습니다. 오늘 경선에서 후보들만큼 돋보인 그 무엇이 있었는데요. 의외의 주인공은 '패스트트랙 검찰 수사를 막을 방패 전략'이었습니다.

김재원 “국회법 개정으로 패스트트랙 수사 중단 가능”

심재철 의원과 함께 조를 이뤄 정책위의장으로 나선 김재원 의원. 정견발표에서 "국회법을 개정해 패스트트랙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국회법의 형사처벌 조항을 모두 삭제하자는 합의에 이르렀음에도 (여당이) 아직 정리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선되면 "곧바로 여당과 협상에 나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는데, 심재철-김재원 의원 조는 이후 결선 투표를 거쳐 당선됐습니다.


국회법 어디를 어떻게 고친다고?

현행 국회법은 165조 '국회 회의 방해 금지'에서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66조 1항에서는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고요.

165조의 주어 '누구든지'.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직원 등등 말 그대로 '누구든지' 해당이 됩니다.

검찰 수사 대상인 국회의원은 모두 109명으로 한국당이 59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한국당 의원 수가 108명이니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이 수사 대상인 겁니다.

그런데 원외 인사인 황교안 대표를 제외하면 의원들 가운데는 지금까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 1명만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국회에서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유치원 3법 같은 법안의 처리를 두고 여야가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의원들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21대 총선이 넉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검찰 수사가 더 부담스럽고 더 걱정스럽지 않을까요?

 

심재철 "패스트트랙 수사, 내가 총알받이 되겠다"

그래서 원내대표 후보들이 정견발표에서 '패스트트랙 검찰 수사 방패론'을 펼친 겁니다.

원내대표 후보로 나섰다 결선 투표에서 떨어진 강석호 의원은 "여야 대타협으로 패스트트랙 수사를 해결하겠다"고 했고, 역시 결선 투표까지 올랐던 김선동 의원은 "패스트트랙 수사에서 단 한 명의 부당한 피해가 없도록 막겠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강조했습니다.

오늘 원내대표로 당선된 심재철 의원도 정견발표를 할 때 "패스트트랙 수사, 내가 총알받이 되겠다"며 표를 호소했고요.

이 가운데 가장 구체적으로, 동료 의원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방법까지 제시한 사람은 바로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김재원 의원이었습니다.


여야가 현재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심재철-김재원 조의 이런 전략은 내일과 모레 계속될 여당과의 협상에서도 일종의 카드로 작용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재원, 당내 쇄신에 대해서는 "욕실에 노끈 넣어두고…"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의원들을 향해 호소한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는데요. 당 쇄신에 대한 겁니다. 내년 총선 전에 당을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요구가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 김 의원은 이런 경험담을 털어놨습니다.

"2년 전 이맘때, 딸이 수능 시험을 치르는 날, 서울중앙지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수없이 이어지는 수사와 재판,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 죽을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 투명인간처럼 살면서 주위에 있는 식당에 들렀다가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 줄까요?'라는 낙서를 발견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적폐청산' 수사 대상에 올랐고 국가정보원 자금을 총선 여론조사에 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때 경험에 빗대 "우리가 우리 편을 들지 않고 회초리만 드니까 국민들이 우리 보고 서로에게 매질하는 것으로 본다. 혁신, 쇄신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고 한 겁니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뽑는 오늘 의원총회에는 한국당 의원 108명 가운데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박순자 의원, 당 지도부에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 2명을 제외한 106명이 참여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심야심] 한국당 의원들 마음 움직였나?…“내가 여러분의 총알받이”
    • 입력 2019-12-09 17:47:49
    • 수정2019-12-09 18:28:34
    여심야심
오늘(9일) 오전 치러진 자유한국당의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는 이례적으로 재선부터 5선까지 4팀이나 출마했습니다. 오늘 경선에서 후보들만큼 돋보인 그 무엇이 있었는데요. 의외의 주인공은 '패스트트랙 검찰 수사를 막을 방패 전략'이었습니다.

김재원 “국회법 개정으로 패스트트랙 수사 중단 가능”

심재철 의원과 함께 조를 이뤄 정책위의장으로 나선 김재원 의원. 정견발표에서 "국회법을 개정해 패스트트랙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국회법의 형사처벌 조항을 모두 삭제하자는 합의에 이르렀음에도 (여당이) 아직 정리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선되면 "곧바로 여당과 협상에 나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는데, 심재철-김재원 의원 조는 이후 결선 투표를 거쳐 당선됐습니다.


국회법 어디를 어떻게 고친다고?

현행 국회법은 165조 '국회 회의 방해 금지'에서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66조 1항에서는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고요.

165조의 주어 '누구든지'.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직원 등등 말 그대로 '누구든지' 해당이 됩니다.

검찰 수사 대상인 국회의원은 모두 109명으로 한국당이 59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한국당 의원 수가 108명이니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이 수사 대상인 겁니다.

그런데 원외 인사인 황교안 대표를 제외하면 의원들 가운데는 지금까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 1명만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국회에서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유치원 3법 같은 법안의 처리를 두고 여야가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의원들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21대 총선이 넉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검찰 수사가 더 부담스럽고 더 걱정스럽지 않을까요?

 
심재철 "패스트트랙 수사, 내가 총알받이 되겠다"

그래서 원내대표 후보들이 정견발표에서 '패스트트랙 검찰 수사 방패론'을 펼친 겁니다.

원내대표 후보로 나섰다 결선 투표에서 떨어진 강석호 의원은 "여야 대타협으로 패스트트랙 수사를 해결하겠다"고 했고, 역시 결선 투표까지 올랐던 김선동 의원은 "패스트트랙 수사에서 단 한 명의 부당한 피해가 없도록 막겠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강조했습니다.

오늘 원내대표로 당선된 심재철 의원도 정견발표를 할 때 "패스트트랙 수사, 내가 총알받이 되겠다"며 표를 호소했고요.

이 가운데 가장 구체적으로, 동료 의원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방법까지 제시한 사람은 바로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김재원 의원이었습니다.


여야가 현재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심재철-김재원 조의 이런 전략은 내일과 모레 계속될 여당과의 협상에서도 일종의 카드로 작용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재원, 당내 쇄신에 대해서는 "욕실에 노끈 넣어두고…"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의원들을 향해 호소한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는데요. 당 쇄신에 대한 겁니다. 내년 총선 전에 당을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요구가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 김 의원은 이런 경험담을 털어놨습니다.

"2년 전 이맘때, 딸이 수능 시험을 치르는 날, 서울중앙지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수없이 이어지는 수사와 재판,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 죽을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 투명인간처럼 살면서 주위에 있는 식당에 들렀다가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 줄까요?'라는 낙서를 발견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적폐청산' 수사 대상에 올랐고 국가정보원 자금을 총선 여론조사에 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때 경험에 빗대 "우리가 우리 편을 들지 않고 회초리만 드니까 국민들이 우리 보고 서로에게 매질하는 것으로 본다. 혁신, 쇄신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고 한 겁니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뽑는 오늘 의원총회에는 한국당 의원 108명 가운데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박순자 의원, 당 지도부에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 2명을 제외한 106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