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 ‘자회사 강행’ 논란…절차 시비 속 ‘추진단’ 구성

입력 2020.02.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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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산하 최대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자회사 설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자회사 추진단' 출범 준비를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생략해 정부 지침을 어겼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자회사 추진단' 출범 준비 완료…사실상 '자회사 강행'

부산교통공사에는 청소와 설비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천 2백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가 이들에 대해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 근거는 '자회사 추진단'이다. 1월 28일 내부 보고된 '자회사 추진단 구성'에 관한 교통공사 내부 문건을 KBS가 입수했다.

여기에는 자회사 설립에 필요한 '설립 등기'와 '예산 편성' 등 자회사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업무가 적시돼 있다. 출범 일자는 2월 6일. 인사 발령까지 예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노사 전문가 협의를 거쳐 비정규직의 전환 대상과 방식, 시기 등에 관해 결정하되,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세 차례나 사측에 협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임은기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대해 몰이해하고 있다고 보고, 협의기구를 무력화하려고 하는 시도가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급박하게 진행된 '자회사 추진단'…노사 전문가 협의기구 '패싱' 논란도

자회사 추진단 설립을 위한 내부 절차는 사흘에 걸쳐 급박하게 진행됐다. 1월 28일, 첫 보고 이후 이틀 만에 추진단을 관장할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자회사 추진단에 관한 '사내 규정'까지 서둘러 마련했다.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 내부에서는 교통공사가 '자회사'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협의기구를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에 속한 한 외부위원은 "결정된 게 없다는 걸 사측이 알고 있는데 자회사 추진단을 만들겠다는 것은, 자회사를 설립하려고 추진단을 만드는 것 아니냐. 명분 쌓기용으로 협의기구의 형식적 논의만 거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부산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강제성 없어"

이에 대해 교통공사 사측은 정부 지침은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회사 추진단은 어디까지나 자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 차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좋은 대안을 만들기 위해 협의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런 협의기구를 통해서 자회사 추진단을 만들고 못 만들고를 의결까지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자회사 추진단 설립 과정에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다던 부산교통공사가 추진단 이름을 갑자기 바꾼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회사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논란 일자마자 '자회사' 단어만 삭제…이렇게 무리한 추진을 왜?

부산교통공사가 지난달 28일, 내부에 보고한 문건의 제목은 '자회사 추진단'. 그런데 이틀 뒤, 부산시에 보고한 자료에는 '자회사'라는 단어가 '고용전환'으로 바뀌었다. 자회사 추진단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추진단 명칭에서 '자회사'라는 단어만 삭제하고 변경한 것이다.

하지만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자회사 추진단'과 똑같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의 의결도 안 거쳤는데 마치 자회사 설립이 결정된 것처럼 오해를 줄 소지가 있다 해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교통공사의 핵심 관계자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노동계의 '직접 고용' 압박이 커지는 데다 부산시가 '노동존중' 정책 기조를 이어가자 부담을 느낀 공사가 자회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절차적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성급하게 진행된 부산교통공사의 '자회사 추진단'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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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교통공사 ‘자회사 강행’ 논란…절차 시비 속 ‘추진단’ 구성
    • 입력 2020-02-04 15:16:35
    취재K
부산시 산하 최대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자회사 설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자회사 추진단' 출범 준비를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생략해 정부 지침을 어겼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자회사 추진단' 출범 준비 완료…사실상 '자회사 강행'

부산교통공사에는 청소와 설비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천 2백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가 이들에 대해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 근거는 '자회사 추진단'이다. 1월 28일 내부 보고된 '자회사 추진단 구성'에 관한 교통공사 내부 문건을 KBS가 입수했다.

여기에는 자회사 설립에 필요한 '설립 등기'와 '예산 편성' 등 자회사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업무가 적시돼 있다. 출범 일자는 2월 6일. 인사 발령까지 예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노사 전문가 협의를 거쳐 비정규직의 전환 대상과 방식, 시기 등에 관해 결정하되,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세 차례나 사측에 협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임은기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대해 몰이해하고 있다고 보고, 협의기구를 무력화하려고 하는 시도가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급박하게 진행된 '자회사 추진단'…노사 전문가 협의기구 '패싱' 논란도

자회사 추진단 설립을 위한 내부 절차는 사흘에 걸쳐 급박하게 진행됐다. 1월 28일, 첫 보고 이후 이틀 만에 추진단을 관장할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자회사 추진단에 관한 '사내 규정'까지 서둘러 마련했다.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 내부에서는 교통공사가 '자회사'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협의기구를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에 속한 한 외부위원은 "결정된 게 없다는 걸 사측이 알고 있는데 자회사 추진단을 만들겠다는 것은, 자회사를 설립하려고 추진단을 만드는 것 아니냐. 명분 쌓기용으로 협의기구의 형식적 논의만 거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부산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강제성 없어"

이에 대해 교통공사 사측은 정부 지침은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회사 추진단은 어디까지나 자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 차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좋은 대안을 만들기 위해 협의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런 협의기구를 통해서 자회사 추진단을 만들고 못 만들고를 의결까지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자회사 추진단 설립 과정에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다던 부산교통공사가 추진단 이름을 갑자기 바꾼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회사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논란 일자마자 '자회사' 단어만 삭제…이렇게 무리한 추진을 왜?

부산교통공사가 지난달 28일, 내부에 보고한 문건의 제목은 '자회사 추진단'. 그런데 이틀 뒤, 부산시에 보고한 자료에는 '자회사'라는 단어가 '고용전환'으로 바뀌었다. 자회사 추진단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추진단 명칭에서 '자회사'라는 단어만 삭제하고 변경한 것이다.

하지만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자회사 추진단'과 똑같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의 의결도 안 거쳤는데 마치 자회사 설립이 결정된 것처럼 오해를 줄 소지가 있다 해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교통공사의 핵심 관계자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노동계의 '직접 고용' 압박이 커지는 데다 부산시가 '노동존중' 정책 기조를 이어가자 부담을 느낀 공사가 자회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절차적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성급하게 진행된 부산교통공사의 '자회사 추진단'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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