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트럼프 “마스크 대신 스카프 쓰세요…”

입력 2020.04.01 (14:42) 수정 2020.04.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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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신 스카프 쓰세요..."

"2주일 내 사망자 10만~24만 명 나올 수도"

미국에 하루 사망자가 8백 명 넘게(821명) 나온 날(3월 30일/미국 동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매우 힘든 2주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코로나 19 태스크 포스팀 파우치 박사와 벅스 조정관이 예측 모델을 설명하면서 코로나 19 사망자가 10만~24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는 자리에섭니다.

2주일 내에 사망자가 정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인데 그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정부의 지침이 제대로 실행됐을 때 그 정도 사망자가 생길 거라는 우울한 전망입니다.

매일 이어지는 태스크 포스팀의 기자회견, 이날은 2시간 넘게 장시간 진행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고 싶은 말 다하겠다고 작정한 듯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스카프' 발언은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물자 공급문제에 대한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습니다.

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는 파우치 박사와 벅스 조정관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는 파우치 박사와 벅스 조정관

"마스크 찾지 마시고 스카프 이용하세요"


"스카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스카프는 매우 좋을 것입니다. 내 느낌에 사람들이 원하면 그렇게 하세요. 해롭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찾지 마시고 그 대신 원하신다면 스카프를 사용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수백만 장의 마스크를 만들고 있지만, 그것들은 병원에 필요하다면서 마스크를 두고 모든 이들이 병원과 서로 갖겠다고 경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마스크 대신 스카프나, 얼굴을 덮을 수 있는 무엇이든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꼭 마스크일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당분간은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이 말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회견 때마다 배석하는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 벅스 박사가 스카프를 두른 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마스크 대신 스카프라니! 트럼프 대통령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스크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스카프가 마스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논의에서 나온 제안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대신 스카프를 쓸 수 있다고 말한 근거입니다.

환자와 의료진 말고 마스크 필요 없다더니...

트럼프 대통령, 하루 전(3.30/미 동부시간) 국민들에게 짧은 기간이라도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고 태스크 포스팀 감염병 담당 파우치 박사 역시 일반인의 마스크 사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폭증하는 감염자와 사망자에 당장 무슨 수라도 써야 할 판입니다.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려는 움직임은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운을 뗀 데 이어 그동안 환자와 의료진 외에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하던 미 CDC(질병통제예방센터)조차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코로나 19 전파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착용을 권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관련 정책을 재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증상이 없어 검사도 받지 않고 돌아다니는 수많은 감염자가 있고, 이들을 통한 감염은 예측도 불가한 만큼 마스크 착용을 통해 감염 확산을 조금이라도 막아보자는 취지입니다.

의료진에게도 부족한데...자칫하면 마스크 대란

코로나 19 감염 확산을 막는데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마스크 쓰는 게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물량이 부족합니다. 코로나 19와 사투를 벌이는 병원 의료진조차 마스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이제 일반인들까지 마스크 쓰라고 하면 말 그대로 미국판 '마스크 대란'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FDA(식품의약국)가 12만 장의 마스크를 하루 만에 소독할 수 있는 기계를 승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사용한 마스크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소독하는 키트를 승인했다는 말인데 말이 소독(sterilization)이지 빨아서 재사용한다는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만큼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미 대통령의 "마스크 대신 스카프 쓰세요" 언급이 낯선 이유는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카프 발언이 나온 것 같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최강국이라 해도 뭐든 잘 준비돼 있으란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스크 부족하다고 스카프를 대용품으로 쓸 수 있다고 미국 대통령이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한국 기자에게 낯설어 보입니다.

기자가 일하는 워싱턴 DC와 버지니아 주 북부에서 그동안 보기 힘들던 마스크 쓴 미국인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식료품점에서 만나는 미국인들 중에는 얇고 투명한 장갑을 낀 사람들이 특히 많이 보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미국인들도 종종 마주칩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된다면 이제 마스크를 쓰거나 스카프로 얼굴을 두른 낯선 모습의 미국인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기자에게만 낯선 모습은 아닐 것 같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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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트럼프 “마스크 대신 스카프 쓰세요…”
    • 입력 2020-04-01 14:42:43
    • 수정2020-04-01 14: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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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신 스카프 쓰세요..."

"2주일 내 사망자 10만~24만 명 나올 수도"

미국에 하루 사망자가 8백 명 넘게(821명) 나온 날(3월 30일/미국 동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매우 힘든 2주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코로나 19 태스크 포스팀 파우치 박사와 벅스 조정관이 예측 모델을 설명하면서 코로나 19 사망자가 10만~24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는 자리에섭니다.

2주일 내에 사망자가 정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인데 그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정부의 지침이 제대로 실행됐을 때 그 정도 사망자가 생길 거라는 우울한 전망입니다.

매일 이어지는 태스크 포스팀의 기자회견, 이날은 2시간 넘게 장시간 진행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고 싶은 말 다하겠다고 작정한 듯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스카프' 발언은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물자 공급문제에 대한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습니다.

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는 파우치 박사와 벅스 조정관
"마스크 찾지 마시고 스카프 이용하세요"


"스카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스카프는 매우 좋을 것입니다. 내 느낌에 사람들이 원하면 그렇게 하세요. 해롭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찾지 마시고 그 대신 원하신다면 스카프를 사용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수백만 장의 마스크를 만들고 있지만, 그것들은 병원에 필요하다면서 마스크를 두고 모든 이들이 병원과 서로 갖겠다고 경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마스크 대신 스카프나, 얼굴을 덮을 수 있는 무엇이든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꼭 마스크일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당분간은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이 말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회견 때마다 배석하는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 벅스 박사가 스카프를 두른 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마스크 대신 스카프라니! 트럼프 대통령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스크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스카프가 마스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논의에서 나온 제안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대신 스카프를 쓸 수 있다고 말한 근거입니다.

환자와 의료진 말고 마스크 필요 없다더니...

트럼프 대통령, 하루 전(3.30/미 동부시간) 국민들에게 짧은 기간이라도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고 태스크 포스팀 감염병 담당 파우치 박사 역시 일반인의 마스크 사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폭증하는 감염자와 사망자에 당장 무슨 수라도 써야 할 판입니다.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려는 움직임은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운을 뗀 데 이어 그동안 환자와 의료진 외에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하던 미 CDC(질병통제예방센터)조차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코로나 19 전파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착용을 권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관련 정책을 재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증상이 없어 검사도 받지 않고 돌아다니는 수많은 감염자가 있고, 이들을 통한 감염은 예측도 불가한 만큼 마스크 착용을 통해 감염 확산을 조금이라도 막아보자는 취지입니다.

의료진에게도 부족한데...자칫하면 마스크 대란

코로나 19 감염 확산을 막는데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마스크 쓰는 게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물량이 부족합니다. 코로나 19와 사투를 벌이는 병원 의료진조차 마스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이제 일반인들까지 마스크 쓰라고 하면 말 그대로 미국판 '마스크 대란'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FDA(식품의약국)가 12만 장의 마스크를 하루 만에 소독할 수 있는 기계를 승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사용한 마스크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소독하는 키트를 승인했다는 말인데 말이 소독(sterilization)이지 빨아서 재사용한다는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만큼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미 대통령의 "마스크 대신 스카프 쓰세요" 언급이 낯선 이유는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카프 발언이 나온 것 같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최강국이라 해도 뭐든 잘 준비돼 있으란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스크 부족하다고 스카프를 대용품으로 쓸 수 있다고 미국 대통령이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한국 기자에게 낯설어 보입니다.

기자가 일하는 워싱턴 DC와 버지니아 주 북부에서 그동안 보기 힘들던 마스크 쓴 미국인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식료품점에서 만나는 미국인들 중에는 얇고 투명한 장갑을 낀 사람들이 특히 많이 보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미국인들도 종종 마주칩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된다면 이제 마스크를 쓰거나 스카프로 얼굴을 두른 낯선 모습의 미국인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기자에게만 낯선 모습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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