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무슨 죄가 있나요?” 코로나19 속 유기동물 안락사 급증

입력 2020.04.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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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에도 계속되는 유기동물 구조... 입양은 중단

"병원이 폐쇄되면 그 안에서 환자를 돌보듯이, 저희가 동물을 돌보는 거죠, 사람이랑 똑같아요."

마스크와 장갑을 낀 동물보호센터 직원들이 유기된 동물들을 인계받습니다. 한번 사람의 손을 탔다가 버려진 반려동물들은 사람을 경계해 잔뜩 사나워졌습니다.

끊어져 버린 목줄 대신 임시방편으로 노끈에 묶여 있는 동물들은 차에 실려 보호센터로 옮겨집니다.

해마다 꾸준히 유실·유기동물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보호센터 직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보호시설에는 외부인의 방문이 통제되고 그러다 보니 대면 상담이 필수인 입양도 더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신청과 전화 면담만으로 동물을 입양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 구성원 전체의 동의와 앞으로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의사가 있는지 등 복합적인 심사를 거치려면 반드시 대면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 입양은 줄고 안락사는 늘고...유기 동물 보호시설 한계 초과


보호시설로 옮겨진 동물들은 철창 안에서 한 마리씩 격리된 채 입양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는 이미 수용 능력이 한계치에 달했습니다. 센터에서는 안락사를 최대한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입양 자체가 중단돼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한 달에 3-4마리, 많게는 8마리가 안락사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안락사한 동물은 10배 이상 늘어 125마리에 달했습니다. 한 달 사이 입양률은 44%에서 20%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센터에는 안락사를 기다리는 동물들만 늘고 있습니다.

센터에 머문 기간이 오래됐거나, 병에 걸려 새 보금자리를 찾기 힘든 동물들은 새로운 동물이 구조될 때마다 안락사를 피할 수 없는 겁니다.


■ 일손은 모자라지만 돌봄 봉사도 전면 중단


"애들 산책을 못하니까, 저희가 산책을 200마리 정도 다 시키기는 힘들죠."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만 200여 마리. 하지만 밥을 챙기고, 산책까지 시켜야 하는 보호시설의 인력은 10명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매일 4-5명씩 방문하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졌습니다. 혹시나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가뜩이나 적은 인원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동물자유연대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시설을 대청소하거나 동물을 돌보는 자원봉사 일정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물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하루도 시설을 비울 수 없는데 만약 상근자 가운데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최악의 경우 동물들이 방치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몸이 고되더라도 동물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다면 버틸 수 있겠지만, 언제쯤 다시 입양이 재개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어렵게 구조된 죄 없는 동물들은 한없이 기다리기만 하다가 쓸쓸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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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이 무슨 죄가 있나요?” 코로나19 속 유기동물 안락사 급증
    • 입력 2020-04-02 10:07:52
    취재K
■ 코로나19에도 계속되는 유기동물 구조... 입양은 중단

"병원이 폐쇄되면 그 안에서 환자를 돌보듯이, 저희가 동물을 돌보는 거죠, 사람이랑 똑같아요."

마스크와 장갑을 낀 동물보호센터 직원들이 유기된 동물들을 인계받습니다. 한번 사람의 손을 탔다가 버려진 반려동물들은 사람을 경계해 잔뜩 사나워졌습니다.

끊어져 버린 목줄 대신 임시방편으로 노끈에 묶여 있는 동물들은 차에 실려 보호센터로 옮겨집니다.

해마다 꾸준히 유실·유기동물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보호센터 직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보호시설에는 외부인의 방문이 통제되고 그러다 보니 대면 상담이 필수인 입양도 더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신청과 전화 면담만으로 동물을 입양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 구성원 전체의 동의와 앞으로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의사가 있는지 등 복합적인 심사를 거치려면 반드시 대면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 입양은 줄고 안락사는 늘고...유기 동물 보호시설 한계 초과


보호시설로 옮겨진 동물들은 철창 안에서 한 마리씩 격리된 채 입양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는 이미 수용 능력이 한계치에 달했습니다. 센터에서는 안락사를 최대한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입양 자체가 중단돼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한 달에 3-4마리, 많게는 8마리가 안락사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안락사한 동물은 10배 이상 늘어 125마리에 달했습니다. 한 달 사이 입양률은 44%에서 20%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센터에는 안락사를 기다리는 동물들만 늘고 있습니다.

센터에 머문 기간이 오래됐거나, 병에 걸려 새 보금자리를 찾기 힘든 동물들은 새로운 동물이 구조될 때마다 안락사를 피할 수 없는 겁니다.


■ 일손은 모자라지만 돌봄 봉사도 전면 중단


"애들 산책을 못하니까, 저희가 산책을 200마리 정도 다 시키기는 힘들죠."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만 200여 마리. 하지만 밥을 챙기고, 산책까지 시켜야 하는 보호시설의 인력은 10명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매일 4-5명씩 방문하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졌습니다. 혹시나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가뜩이나 적은 인원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동물자유연대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시설을 대청소하거나 동물을 돌보는 자원봉사 일정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물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하루도 시설을 비울 수 없는데 만약 상근자 가운데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최악의 경우 동물들이 방치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몸이 고되더라도 동물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다면 버틸 수 있겠지만, 언제쯤 다시 입양이 재개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어렵게 구조된 죄 없는 동물들은 한없이 기다리기만 하다가 쓸쓸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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