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보내온 SOS…“한국 방역은 모범, 경제도 할수 있나요?”

입력 2020.04.1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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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제 늦은 저녁 시간입니다. 회의를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시각 9일 저녁 6시 40분. 1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회의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국 측이 프랑스에 요청했습니다. 예정했던 1시간을 훌쩍 넘긴 뒤였습니다. 프랑스 쪽 대답은 이랬습니다. "우린 아직 물어볼 게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가셔도 좋습니다. 르 피가로 동아시아 특파원 등 한국 상황을 잘 아는 다른 참석자들에게 조금 더 묻겠습니다."

한-프랑스 이은 화상회의…"코로나 대응 경험 들려달라"

이날 회의는 한국 정부와 주한 프랑스대사관 등 한국 내 프랑스 관계자들, 그리고 프랑스를 잇는 화상회의였습니다. 프랑스 측 참석자 명단을 보면 재무부와 상원, 상공회의소, 에어프랑스 같은 대표 기업 관계자 등 주요 인사만 53명입니다. 요청은 프랑스 측에서 3일, 한-프랑스 상공회의소를 통해 넣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정책 경험을 듣고 싶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프랑스는 지금 '코로나와 전쟁 중'

프랑스의 4월 1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1만 8,783명.(존스홉킨스 대학 집계 기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많습니다. 사망자 숫자도 1만 2,210명으로 집계 기준이 다른 미국을 제외하면 3번째로 많죠. 4월 1일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5천 명대였는데, 열흘 만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질병만큼 걱정되는 건 경제입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경제일간지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올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이 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례"

'이런 프랑스가 참고할 수 있는 유일한 방역 성공사례가 한국'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회의에서 나왔습니다. 확진자 숫자가 줄어든 채 억제되고 있는 건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의 경우 '도시 봉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프랑스 측은 이런 방법을 따르기는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은 데 비해 한국 정부의 통계와 정보는 신뢰도가 높다는 게 참석자들 얘기고요.

“허장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사진 맨 오른쪽)이 프랑스와의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허장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사진 맨 오른쪽)이 프랑스와의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3T 말인가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우리의 방역 대응모델, 진단(Testing) 역학조사(Tracing) 치료 (Treating)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자 프랑스에서 보인 반응은 "알고 있다" 였습니다. 기획재정부가 3월 26일, 세계은행에 우리 대응을 간략하게 소개하기 위해 만든 개념인데 이미 프랑스 관계자들은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일반적인 얘기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 더 자세한 얘기를 들려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는 데, 대표적인 게 엘리베이터 버튼에 부착된 항균 필름입니다.

엘리베이터 항균 필름 얘기를 해달라고요?

건물마다, 엘리베이터마다 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 버튼에 부착한 항균 필름. 프랑스 측은 사소한 아이디어가 전파되고 실행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식 검사 방법에 이어 '한국인은 기발하다'는 예로 언급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어떻게 시민들이 자가 격리를 이렇게 잘 지킬 수 있는지"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높은 수준의 시민 의식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프랑스가 한국에 질문한 겁니다.

미·영·독·프 선진국들 잇따라 SOS

이미 세계은행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고, 영국 역시 자국 재무장관-홍남기 경제부총리 간 컨퍼런스 콜을 통해 같은 내용을 전수받았습니다. 기획재정부 개발금융총괄과 이대중 과장은 "저희가 어떤 정책을 준비할 때 늘 해외 선진국 사례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렇게 알아보고 자료를 요청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일본만 제외하고 그 선진국들이 우리 사례를 알려달라고 모두 요청해왔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회의가 특별했던 건, 방역이 주요 관심사던 기존 요청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제 대책을 물었다는 겁니다. "방역의 모범사례던 한국이 경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는 분위기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코로나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나라, 경제도 살린다면?

방역으로 세계의 신뢰를 얻은 우리 정부에 대해 선진국들이 묻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는 어떻게 할 겁니까?" 물론 방역과 달리 경제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이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는 아닙니다. 아직 우리도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 힘든 코로나19를 이긴 나라라면, 경제적 어려움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에게 힌트를 얻고 싶어 하지 않을까. 지금 한참 힘든 상황을 겪는 프랑스가 유독 경제에 집중한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3월 26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1%로 예상했습니다. 미국 -2.0%, 유로존은 -2.2%고, 일본 -2.4%, 독일 -3.0%, 영국 -2.6%, 이탈리아 -2.7%로 다른 나라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수치입니다. 정말로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세계 각국에 다시 한 번 경제로 모범 사례를 전파할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우리 정부, 특히 경제팀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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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가 보내온 SOS…“한국 방역은 모범, 경제도 할수 있나요?”
    • 입력 2020-04-10 19:09:24
    취재K
"한국은 이제 늦은 저녁 시간입니다. 회의를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시각 9일 저녁 6시 40분. 1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회의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국 측이 프랑스에 요청했습니다. 예정했던 1시간을 훌쩍 넘긴 뒤였습니다. 프랑스 쪽 대답은 이랬습니다. "우린 아직 물어볼 게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가셔도 좋습니다. 르 피가로 동아시아 특파원 등 한국 상황을 잘 아는 다른 참석자들에게 조금 더 묻겠습니다."

한-프랑스 이은 화상회의…"코로나 대응 경험 들려달라"

이날 회의는 한국 정부와 주한 프랑스대사관 등 한국 내 프랑스 관계자들, 그리고 프랑스를 잇는 화상회의였습니다. 프랑스 측 참석자 명단을 보면 재무부와 상원, 상공회의소, 에어프랑스 같은 대표 기업 관계자 등 주요 인사만 53명입니다. 요청은 프랑스 측에서 3일, 한-프랑스 상공회의소를 통해 넣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정책 경험을 듣고 싶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프랑스는 지금 '코로나와 전쟁 중'

프랑스의 4월 1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1만 8,783명.(존스홉킨스 대학 집계 기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많습니다. 사망자 숫자도 1만 2,210명으로 집계 기준이 다른 미국을 제외하면 3번째로 많죠. 4월 1일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5천 명대였는데, 열흘 만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질병만큼 걱정되는 건 경제입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경제일간지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올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이 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례"

'이런 프랑스가 참고할 수 있는 유일한 방역 성공사례가 한국'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회의에서 나왔습니다. 확진자 숫자가 줄어든 채 억제되고 있는 건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의 경우 '도시 봉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프랑스 측은 이런 방법을 따르기는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은 데 비해 한국 정부의 통계와 정보는 신뢰도가 높다는 게 참석자들 얘기고요.

“허장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사진 맨 오른쪽)이 프랑스와의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3T 말인가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우리의 방역 대응모델, 진단(Testing) 역학조사(Tracing) 치료 (Treating)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자 프랑스에서 보인 반응은 "알고 있다" 였습니다. 기획재정부가 3월 26일, 세계은행에 우리 대응을 간략하게 소개하기 위해 만든 개념인데 이미 프랑스 관계자들은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일반적인 얘기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 더 자세한 얘기를 들려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는 데, 대표적인 게 엘리베이터 버튼에 부착된 항균 필름입니다.

엘리베이터 항균 필름 얘기를 해달라고요?

건물마다, 엘리베이터마다 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 버튼에 부착한 항균 필름. 프랑스 측은 사소한 아이디어가 전파되고 실행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식 검사 방법에 이어 '한국인은 기발하다'는 예로 언급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어떻게 시민들이 자가 격리를 이렇게 잘 지킬 수 있는지"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높은 수준의 시민 의식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프랑스가 한국에 질문한 겁니다.

미·영·독·프 선진국들 잇따라 SOS

이미 세계은행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고, 영국 역시 자국 재무장관-홍남기 경제부총리 간 컨퍼런스 콜을 통해 같은 내용을 전수받았습니다. 기획재정부 개발금융총괄과 이대중 과장은 "저희가 어떤 정책을 준비할 때 늘 해외 선진국 사례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렇게 알아보고 자료를 요청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일본만 제외하고 그 선진국들이 우리 사례를 알려달라고 모두 요청해왔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회의가 특별했던 건, 방역이 주요 관심사던 기존 요청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제 대책을 물었다는 겁니다. "방역의 모범사례던 한국이 경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는 분위기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코로나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나라, 경제도 살린다면?

방역으로 세계의 신뢰를 얻은 우리 정부에 대해 선진국들이 묻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는 어떻게 할 겁니까?" 물론 방역과 달리 경제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이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는 아닙니다. 아직 우리도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 힘든 코로나19를 이긴 나라라면, 경제적 어려움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에게 힌트를 얻고 싶어 하지 않을까. 지금 한참 힘든 상황을 겪는 프랑스가 유독 경제에 집중한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3월 26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1%로 예상했습니다. 미국 -2.0%, 유로존은 -2.2%고, 일본 -2.4%, 독일 -3.0%, 영국 -2.6%, 이탈리아 -2.7%로 다른 나라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수치입니다. 정말로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세계 각국에 다시 한 번 경제로 모범 사례를 전파할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우리 정부, 특히 경제팀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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