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불 붙는 ‘기본소득’ 경쟁…“이슈를 선점하라”

입력 2020.06.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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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초반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정책 이슈는 '기본소득'입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물꼬가 터진 기본소득 논의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키워가는 양상입니다.

수년 전부터 산발적으로 기본소득 도입 주장이 나왔던 민주당에서는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치권 분위기에 청와대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 "기본소득 논의기구 만들자"

민주당에서 기본소득 논의에 앞장서고 있는 건 소병훈 의원입니다.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발의를 위한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소 의원이 준비 중인 '기본소득법 제정안'은 당장의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구체적 절차보다는 기본소득의 성격을 규정하고 논의기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산하나 지자체 산하에 가칭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제도 설계와 재원마련 방식 등을 논의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소 의원은 "한시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을 넘어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기본소득을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상보다는 추가 재원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민주당 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원욱 의원도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기본소득 도입은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증세 등 재원마련 방법을 두고 사회 갈등이 극대화될 수 있는 만큼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이를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재난지원금'과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섞어 사용하면서, 2·3차 지급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시적·일회적 성격인 재난지원금을 여러 차례 지급하자는 것은 기본소득의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김 의원은 다만, 오늘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인 기본소득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일하지 않는 사람 먹지도 말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노는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느냐, 이런 논란부터 시작해서 재원을 어디에서 확보할지,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논의는 불가피할 것이다. 봇물 터지듯이 터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기본소득에 대한 민주당의 논의는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논의기구를 만들어 시작해보자"는 정도입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재난지원금은 한시적으로 지급한 것이고, 아직 기본소득 개념으로 이를 논의한 건 아니"라며 기본소득을 당 공식 입장으로 하는 데는 선을 그었습니다.


■ "기본소득 문제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

통합당은 당의 수장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오늘 당 비대위 회의에서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태(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전례 없는 대 변혁기에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그래야 민생을 안정시키고 사회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사태 이후 우리가 신흥 강자가 되려면 지속적 포용 성장을 위한 각종 제도를 확립하고 보건 체제를 재정립하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여건 조성, 이로 인해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발맞추듯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도 "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해 테이블에 못 올릴 게 없다"고 했고, 이양수 의원도 기본소득 관련 법안의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청년배당 등 기본소득 성격의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비판했던 통합당이 긍정적 돌아선 것은 김 위원장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

동시에 총선 패배 이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과,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기본소득 논의를 선점하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 "'보수적' 기본소득 논의는 안돼"

통합당이 기본소득 '프레임'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에 민주당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의원이 바로 나섰습니다.

김 전 의원은 오늘 자신의 SNS를 통해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 도입을 공식 천명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보수적 기본소득 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수적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를 줄여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한 뒤 사회보장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하도록 하자는 발상인데, 주로 유럽 우익 정당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이는 신자유주의적 개념의 기본소득이라며 복지마저 시장에 맡기려는 논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기본소득은 복지 강화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 "김 위원장과 통합당의 기본소득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우선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실업부조와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선결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 기본소득 논의는 그 진전을 봐가며 뒤따르는 게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 靑 "현재는 논의하기에 이르다"

정치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오가는 데 대해 청와대는 "현재로써는 구체화 수준에서 논의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많은 논의와 이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바로 당장 하자는 그런 취지의 주장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 재원이 막대하게 들어가는데 어떻게 조달해야 하고, 최소한 다른 나라가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스터디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부분은 상당한 기간과 시간 정해서 토론을 먼저 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저희들이 본격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야가 경쟁을 하듯 기본소득 이야기를 꺼내고 급물살을 타는 데 대해, 막대한 재정 부담 등을 걱정해야 하는 청와대는 논의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청와대의 설명처럼 기본소득 논의는 너무나 많은 쟁점을 그 아래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재원 마련 방안입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지적한 대로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소득세 최고과표구간을 신설하자는 의견부터 △국민개세주의를 위한 면세소득자와 면세사업자 구간 폐지 △보편적 증세를 위한 부가가치세 인상 등의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큰 논쟁을 불러올 수 있는 것들입니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면서 기초생활수급제도나 기초노령연금 등 기존 복지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본소득의 도입은 단순히 복지정책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복지체계를 '중부담 중복지' 체계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21대 국회 초반 여야 사이에 본격 시작된 기본소득 '정책 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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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불 붙는 ‘기본소득’ 경쟁…“이슈를 선점하라”
    • 입력 2020-06-04 15:32:21
    여심야심
21대 국회 초반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정책 이슈는 '기본소득'입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물꼬가 터진 기본소득 논의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키워가는 양상입니다.

수년 전부터 산발적으로 기본소득 도입 주장이 나왔던 민주당에서는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치권 분위기에 청와대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 "기본소득 논의기구 만들자"

민주당에서 기본소득 논의에 앞장서고 있는 건 소병훈 의원입니다.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발의를 위한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소 의원이 준비 중인 '기본소득법 제정안'은 당장의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구체적 절차보다는 기본소득의 성격을 규정하고 논의기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산하나 지자체 산하에 가칭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제도 설계와 재원마련 방식 등을 논의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소 의원은 "한시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을 넘어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기본소득을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상보다는 추가 재원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민주당 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원욱 의원도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기본소득 도입은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증세 등 재원마련 방법을 두고 사회 갈등이 극대화될 수 있는 만큼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이를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재난지원금'과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섞어 사용하면서, 2·3차 지급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시적·일회적 성격인 재난지원금을 여러 차례 지급하자는 것은 기본소득의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김 의원은 다만, 오늘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인 기본소득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일하지 않는 사람 먹지도 말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노는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느냐, 이런 논란부터 시작해서 재원을 어디에서 확보할지,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논의는 불가피할 것이다. 봇물 터지듯이 터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기본소득에 대한 민주당의 논의는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논의기구를 만들어 시작해보자"는 정도입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재난지원금은 한시적으로 지급한 것이고, 아직 기본소득 개념으로 이를 논의한 건 아니"라며 기본소득을 당 공식 입장으로 하는 데는 선을 그었습니다.


■ "기본소득 문제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

통합당은 당의 수장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오늘 당 비대위 회의에서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태(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전례 없는 대 변혁기에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그래야 민생을 안정시키고 사회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사태 이후 우리가 신흥 강자가 되려면 지속적 포용 성장을 위한 각종 제도를 확립하고 보건 체제를 재정립하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여건 조성, 이로 인해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발맞추듯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도 "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해 테이블에 못 올릴 게 없다"고 했고, 이양수 의원도 기본소득 관련 법안의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청년배당 등 기본소득 성격의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비판했던 통합당이 긍정적 돌아선 것은 김 위원장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

동시에 총선 패배 이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과,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기본소득 논의를 선점하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 "'보수적' 기본소득 논의는 안돼"

통합당이 기본소득 '프레임'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에 민주당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의원이 바로 나섰습니다.

김 전 의원은 오늘 자신의 SNS를 통해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 도입을 공식 천명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보수적 기본소득 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수적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를 줄여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한 뒤 사회보장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하도록 하자는 발상인데, 주로 유럽 우익 정당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이는 신자유주의적 개념의 기본소득이라며 복지마저 시장에 맡기려는 논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기본소득은 복지 강화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 "김 위원장과 통합당의 기본소득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우선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실업부조와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선결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 기본소득 논의는 그 진전을 봐가며 뒤따르는 게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 靑 "현재는 논의하기에 이르다"

정치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오가는 데 대해 청와대는 "현재로써는 구체화 수준에서 논의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많은 논의와 이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바로 당장 하자는 그런 취지의 주장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 재원이 막대하게 들어가는데 어떻게 조달해야 하고, 최소한 다른 나라가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스터디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부분은 상당한 기간과 시간 정해서 토론을 먼저 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저희들이 본격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야가 경쟁을 하듯 기본소득 이야기를 꺼내고 급물살을 타는 데 대해, 막대한 재정 부담 등을 걱정해야 하는 청와대는 논의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청와대의 설명처럼 기본소득 논의는 너무나 많은 쟁점을 그 아래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재원 마련 방안입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지적한 대로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소득세 최고과표구간을 신설하자는 의견부터 △국민개세주의를 위한 면세소득자와 면세사업자 구간 폐지 △보편적 증세를 위한 부가가치세 인상 등의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큰 논쟁을 불러올 수 있는 것들입니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면서 기초생활수급제도나 기초노령연금 등 기존 복지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본소득의 도입은 단순히 복지정책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복지체계를 '중부담 중복지' 체계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21대 국회 초반 여야 사이에 본격 시작된 기본소득 '정책 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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