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여고 ‘스쿨 미투’ 2년…법정에 선 건, 단 1명뿐

입력 2020.06.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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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18년 용화여고 졸업생들 미투 고백…전국적 '스쿨 미투' 시작
가해자로 지목된 18명의 교사 중 15명 학교 복귀
법정에 선 단 한 명의 전직 교사…"강제 추행 없었다"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2018년 4월 서울 용화여자고등학교 창문에 포스트잇 응원 메시지가 붙었습니다. 학창시절 성폭력을 당했다는 졸업생들의 미투 고백에 후배들이 나선 겁니다. 전국으로 퍼져나간 '스쿨 미투'의 신호탄이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스쿨 미투는 누군가에겐 잊혀진 운동이 됐지만, 누군가에겐 현재 진행형입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전직 교사 A 씨가 지난 23일 처음으로 법정에 서던 날, 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 고소인의 입장문이 대독 됐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열여덟의 나는 그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스스로 잘못했음을 깨닫기 바랐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교직에서 억지로 물러났을지언정 자신의 죄는 인정하지 않는다"

"기소 소식을 알리자, 주변 사람들이 말한다. 아직도 해?"

스쿨 미투 열기에 비해 가해자 처벌은 지지부진했습니다. 검찰은 2018년 4월부터 수사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A 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기소 결정에 150여 개의 시민단체와 8천2백여 명의 시민들이 처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1인 시위까지 하며 맞섰습니다. 2019년 2월 '노원 스쿨 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접수하자 검찰은 추가 보완 수사를 한 끝에 A 씨를 기소했습니다.

그 사이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은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교육청 특별감사를 통해 성폭력에 연루된 교사 18명 중 15명은 정직과 견책 등의 징계를 받은 뒤 학교로 복귀했습니다. A 씨는 파면됐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피해 진술인도 5명에서 2명으로 줄었습니다.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며 학업과 생업에 속한 그녀들에게 법적 절차는 버거웠고 무엇보다 지치는 일이었습니다. 고소로 인해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날까 걱정해야 했습니다.


"신체 접촉 있을 수 있지만, 추행 의도 없었다"

피해 고소인은 "미투가 아닌 다른 방법을 택해야 했을까?" 본인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다른 방법들이 통하지 않았기에 터져 나온 것이 바로 미투 운동이었다며, 이것이 최선이라고, 그리고 법정에서 재차 피해 진술을 하기로 한 지금 두렵고 무거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법정 진술을 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이러한 시도가 개인적인 원한을 사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23일 오전, 처음으로 법정에 선 용화여고 전직 교사 A 씨는 일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A 씨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 중 교복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신체 일부를 만졌다거나 입으로 볼을 물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30년간 교사로 재직하면서 신체 접촉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의도적인 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용화여고 스쿨미투는 긴 시간을 지나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해 고소인은 말합니다. "이것이 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가보려는 것"이라고. 때로는 숨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을, 그러나 그럼에도 용기를 낸 그녀의 입장문 일부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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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화여고 ‘스쿨 미투’ 2년…법정에 선 건, 단 1명뿐
    • 입력 2020-06-27 08:00:40
    취재K
2018년 용화여고 졸업생들 미투 고백…전국적 '스쿨 미투' 시작 <br />가해자로 지목된 18명의 교사 중 15명 학교 복귀 <br />법정에 선 단 한 명의 전직 교사…"강제 추행 없었다"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2018년 4월 서울 용화여자고등학교 창문에 포스트잇 응원 메시지가 붙었습니다. 학창시절 성폭력을 당했다는 졸업생들의 미투 고백에 후배들이 나선 겁니다. 전국으로 퍼져나간 '스쿨 미투'의 신호탄이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스쿨 미투는 누군가에겐 잊혀진 운동이 됐지만, 누군가에겐 현재 진행형입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전직 교사 A 씨가 지난 23일 처음으로 법정에 서던 날, 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 고소인의 입장문이 대독 됐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열여덟의 나는 그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스스로 잘못했음을 깨닫기 바랐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교직에서 억지로 물러났을지언정 자신의 죄는 인정하지 않는다"

"기소 소식을 알리자, 주변 사람들이 말한다. 아직도 해?"

스쿨 미투 열기에 비해 가해자 처벌은 지지부진했습니다. 검찰은 2018년 4월부터 수사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A 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기소 결정에 150여 개의 시민단체와 8천2백여 명의 시민들이 처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1인 시위까지 하며 맞섰습니다. 2019년 2월 '노원 스쿨 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접수하자 검찰은 추가 보완 수사를 한 끝에 A 씨를 기소했습니다.

그 사이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은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교육청 특별감사를 통해 성폭력에 연루된 교사 18명 중 15명은 정직과 견책 등의 징계를 받은 뒤 학교로 복귀했습니다. A 씨는 파면됐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피해 진술인도 5명에서 2명으로 줄었습니다.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며 학업과 생업에 속한 그녀들에게 법적 절차는 버거웠고 무엇보다 지치는 일이었습니다. 고소로 인해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날까 걱정해야 했습니다.


"신체 접촉 있을 수 있지만, 추행 의도 없었다"

피해 고소인은 "미투가 아닌 다른 방법을 택해야 했을까?" 본인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다른 방법들이 통하지 않았기에 터져 나온 것이 바로 미투 운동이었다며, 이것이 최선이라고, 그리고 법정에서 재차 피해 진술을 하기로 한 지금 두렵고 무거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법정 진술을 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이러한 시도가 개인적인 원한을 사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23일 오전, 처음으로 법정에 선 용화여고 전직 교사 A 씨는 일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A 씨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 중 교복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신체 일부를 만졌다거나 입으로 볼을 물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30년간 교사로 재직하면서 신체 접촉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의도적인 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용화여고 스쿨미투는 긴 시간을 지나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해 고소인은 말합니다. "이것이 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가보려는 것"이라고. 때로는 숨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을, 그러나 그럼에도 용기를 낸 그녀의 입장문 일부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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