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방해 혐의’ 박근혜 靑 고위 인사들, 첫 재판서 무죄 주장

입력 2020.06.30 (11:58) 수정 2020.06.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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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는 오늘(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 등 9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을 앞두고 재판부가 피고인의 혐의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확인한 뒤 증거조사 계획을 세우는 절차입니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법정에 나올 의무는 없지만,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 그리고 구속 상태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 이 전 실장 등 피고인 9명의 변호인은 대체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다만 사건 기록이 방대한 만큼, 혐의에 대한 세부적인 의견은 다음 기일까지 의견서로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현기환 전 수석의 변호인은 "직권남용과 공모공동정범이 이 사건의 두 가지 핵심축인데, 이 두 가지 모두 최근 대법원 판례에 비춰봐도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직권남용의 경우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건을 두고 현재 주류적 시각에서 과거의 일을 사후적, 회고적으로 평가해 옳고 그름을 재단한 다음, 여기에 어긋난 일이라고 해서 단죄한다면 죄형법정주의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석 전 장관의 변호인은 "검찰은 마치 특조위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료된 것이 오직 정부의 방해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특조위가 파행된 것은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겠다는 극히 정치적 결정을 한 다음에 여러 정쟁이 발생하면서 활동 기간이 줄어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 실장 등은 또, 검찰 공소장에 구체적인 범죄 행위나 피고인들 간의 공모 관계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서울동부지법에서 지난해 6월 1심 선고를 받은 이병기 전 실장과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 윤학배 전 차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직권남용 사건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해 '이중기소'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앞서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6월, 세월호 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판부 역시 피고인들이 두 사건의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검찰에게 동부지법 1심 판결과 이 사건의 관계를 의견서로 답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검찰에게 일부 피고인들은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으로만 기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공모 내용을 밝혀달라고 석명을 구했습니다. 피고인별로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피고인의 직권남용 행위에 공모해 가담했다는 것인지 명시해달라는 취지입니다.

이어 공소장 기재 내용 가운데 피고인들이 특조위의 공무원 임명 및 파견 요구에 불응했다는 부분이 일부 중복되는 것 같다며 7월 말까지 공소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24일 오전 10시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전 실장 등은 2015년 11월 청와대 행적조사 안건 의결에 대한 대응으로, 인사혁신처를 통해 총리 재가를 앞둔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추가 파견이 필요한 공무원 12명 전원을 파견하지 않게 하는 등, 10개 부처 공무원 17명을 파견하지 않아 특조위 조사권 등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전 실장 등은 또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2016년 6월 파견공무원 복귀와 2016년 하반기 예산 미집행 등을 통해 특조위 활동을 강제로 종료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 전 실장 등은 이헌 전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청와대 해수비서관실 행정관이 직권면직 방안을 검토하게 하고, 대한법률공단 이사장 자리를 제안해 사퇴를 추진하는 등 '부위원장 교체방안' 문건을 작성해 보고하게 한 혐의도 있습니다.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도 2015년 1월 특조위 설립준비단을 부위원장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특조위에 파견한 해수부 공무원 복귀를 요청하는 등 특조위 설립 준비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11일 출범한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수사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특수단은 지난 2월 18일에도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불구속기소 했고, 지난달 28일 이 전 실장 등에 대해 두 번째 기소를 했습니다.

특조위 활동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한 특수단은,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과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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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는 오늘(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 등 9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을 앞두고 재판부가 피고인의 혐의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확인한 뒤 증거조사 계획을 세우는 절차입니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법정에 나올 의무는 없지만,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 그리고 구속 상태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 이 전 실장 등 피고인 9명의 변호인은 대체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다만 사건 기록이 방대한 만큼, 혐의에 대한 세부적인 의견은 다음 기일까지 의견서로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현기환 전 수석의 변호인은 "직권남용과 공모공동정범이 이 사건의 두 가지 핵심축인데, 이 두 가지 모두 최근 대법원 판례에 비춰봐도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직권남용의 경우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건을 두고 현재 주류적 시각에서 과거의 일을 사후적, 회고적으로 평가해 옳고 그름을 재단한 다음, 여기에 어긋난 일이라고 해서 단죄한다면 죄형법정주의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석 전 장관의 변호인은 "검찰은 마치 특조위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료된 것이 오직 정부의 방해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특조위가 파행된 것은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겠다는 극히 정치적 결정을 한 다음에 여러 정쟁이 발생하면서 활동 기간이 줄어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 실장 등은 또, 검찰 공소장에 구체적인 범죄 행위나 피고인들 간의 공모 관계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서울동부지법에서 지난해 6월 1심 선고를 받은 이병기 전 실장과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 윤학배 전 차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직권남용 사건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해 '이중기소'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앞서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6월, 세월호 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판부 역시 피고인들이 두 사건의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검찰에게 동부지법 1심 판결과 이 사건의 관계를 의견서로 답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검찰에게 일부 피고인들은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으로만 기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공모 내용을 밝혀달라고 석명을 구했습니다. 피고인별로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피고인의 직권남용 행위에 공모해 가담했다는 것인지 명시해달라는 취지입니다.

이어 공소장 기재 내용 가운데 피고인들이 특조위의 공무원 임명 및 파견 요구에 불응했다는 부분이 일부 중복되는 것 같다며 7월 말까지 공소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24일 오전 10시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전 실장 등은 2015년 11월 청와대 행적조사 안건 의결에 대한 대응으로, 인사혁신처를 통해 총리 재가를 앞둔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추가 파견이 필요한 공무원 12명 전원을 파견하지 않게 하는 등, 10개 부처 공무원 17명을 파견하지 않아 특조위 조사권 등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전 실장 등은 또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2016년 6월 파견공무원 복귀와 2016년 하반기 예산 미집행 등을 통해 특조위 활동을 강제로 종료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 전 실장 등은 이헌 전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청와대 해수비서관실 행정관이 직권면직 방안을 검토하게 하고, 대한법률공단 이사장 자리를 제안해 사퇴를 추진하는 등 '부위원장 교체방안' 문건을 작성해 보고하게 한 혐의도 있습니다.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도 2015년 1월 특조위 설립준비단을 부위원장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특조위에 파견한 해수부 공무원 복귀를 요청하는 등 특조위 설립 준비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11일 출범한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수사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특수단은 지난 2월 18일에도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불구속기소 했고, 지난달 28일 이 전 실장 등에 대해 두 번째 기소를 했습니다.

특조위 활동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한 특수단은,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과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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