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봉현 체포 후 접견한 전관 변호사, 라임 담당 검사와 다섯번 연락

입력 2021.01.21 (17:27) 수정 2021.01.2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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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찰에 체포된 직후 김 전 회장을 접견한 검찰 출신 이주형 변호사가 이후 사흘 동안 라임 수사 담당 A 검사와 다섯 번 연락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주형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김 전회장이 현직 검사 3명과의 술자리를 주선한 당사자라고 지목한 인물이며, 이 변호사가 다섯 번 연락을 한 A 검사 역시 함께 술 접대를 받은 바로 그 검사입니다.

그런데 서울남부지검 향응·수수사건 수사전담팀(이하 전담팀)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A 검사에게 이유를 묻지 않고 '술접대 은폐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봉현 체포 당일 유치장 찾은 '검사 술접대 주선' 변호사

사건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4월 23일 김 전 회장이 경찰에 체포된 당일 검찰 출신 이주형 변호사가 수원 남부경찰서 유치장을 찾아왔습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경기도 버스업체 수원여객의 회삿돈 16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도주한 뒤 넉 달 만에 붙잡힌 상태였습니다. 이 변호사와 김 전 회장과의 접견은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 유치장에서 40분 가량 진행됐습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자필입장문을 통해 "당시 이주형 변호사가 '자신의 얘기나 전에 봤던 검사들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당부했고 '수사팀과 의논 후 도울 방법을 찾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변호사는 자필입장문이 공개된 직후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 가족들의 부탁을 받고 접견을 했다"면서 "검찰 수사에 협조해라. 사실대로 얘기해라.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입니다.

2020년 4월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골목에서 경찰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CCTV화면 캡쳐)2020년 4월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골목에서 경찰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CCTV화면 캡쳐)
■'라임 수사' 담당 검사와 5차례 연락…왜?

전담팀은 수사 과정에서 접견 당일(24일) 오전에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 담당 A 검사(부부장)가 이 변호사에게 문자를 한 통 보낸 뒤 5분 뒤에 전화를 걸었고, 이틀 뒤인 26일에는 이 변호사가 A 검사에게 3차례 전화를 건 사실을 확보했습니다.

이 가운데 검찰은 이 변호사가 김 전 회장과의 두 번째 접견을 끝내고 나온 지 10분도 안 돼 A 검사에게 전화를 건 사실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회장의 주장대로 입단속을 했다고 확인해주기 위해 전화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당시 이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라임 사건 담당 변호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A 검사가 라임 관련 수사를 위해서 연락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지난해 4월 김 전 회장의 골프비용 대납 혐의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 일정을 검찰과 조율했는데 당시 검찰 측과의 통화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참고인 조사가 끝난 뒤 김 전 회장에게 사임계를 제출하겠다고 전달했고, 검찰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24일 두 차례 통화는 A 검사가 김 전 회장 도주와 관련해 자신을 조사하기 위해서 전화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고, 26일 통화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에게 사임계를 냈고, 나 때문에 (수사에) 불편한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담팀, 수사 담당 검사에게 통화 이유 안 묻고 '무혐의'

하지만 전담팀은 A 검사에게는 이 변호사와의 통화 이유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술자리 은폐 의혹과 관련한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사 의지가 있었던 건지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전담팀은 또 A 검사가 김 전 회장 폭로 다음 날 휴대전화를 바꾼 탓에, 이 변호사에게 먼저 보낸 문자 내용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검사는 "당일 전화를 받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깨졌고, 짜증 나서 집 앞에 있는 마트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석연치 않은 진술을 했는데, 추가적인 조사는 없었습니다.

KBS는 A 검사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8일 이 변호사와 A 검사와 김 전 회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만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검사 술 접대 은폐 의혹과 정관계 로비 수사 때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의혹 등은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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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김봉현 체포 후 접견한 전관 변호사, 라임 담당 검사와 다섯번 연락
    • 입력 2021-01-21 17:27:41
    • 수정2021-01-21 20:56:55
    취재K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찰에 체포된 직후 김 전 회장을 접견한 검찰 출신 이주형 변호사가 이후 사흘 동안 라임 수사 담당 A 검사와 다섯 번 연락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주형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김 전회장이 현직 검사 3명과의 술자리를 주선한 당사자라고 지목한 인물이며, 이 변호사가 다섯 번 연락을 한 A 검사 역시 함께 술 접대를 받은 바로 그 검사입니다.

그런데 서울남부지검 향응·수수사건 수사전담팀(이하 전담팀)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A 검사에게 이유를 묻지 않고 '술접대 은폐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봉현 체포 당일 유치장 찾은 '검사 술접대 주선' 변호사

사건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4월 23일 김 전 회장이 경찰에 체포된 당일 검찰 출신 이주형 변호사가 수원 남부경찰서 유치장을 찾아왔습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경기도 버스업체 수원여객의 회삿돈 16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도주한 뒤 넉 달 만에 붙잡힌 상태였습니다. 이 변호사와 김 전 회장과의 접견은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 유치장에서 40분 가량 진행됐습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자필입장문을 통해 "당시 이주형 변호사가 '자신의 얘기나 전에 봤던 검사들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당부했고 '수사팀과 의논 후 도울 방법을 찾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변호사는 자필입장문이 공개된 직후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 가족들의 부탁을 받고 접견을 했다"면서 "검찰 수사에 협조해라. 사실대로 얘기해라.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입니다.

2020년 4월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골목에서 경찰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CCTV화면 캡쳐) ■'라임 수사' 담당 검사와 5차례 연락…왜?

전담팀은 수사 과정에서 접견 당일(24일) 오전에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 담당 A 검사(부부장)가 이 변호사에게 문자를 한 통 보낸 뒤 5분 뒤에 전화를 걸었고, 이틀 뒤인 26일에는 이 변호사가 A 검사에게 3차례 전화를 건 사실을 확보했습니다.

이 가운데 검찰은 이 변호사가 김 전 회장과의 두 번째 접견을 끝내고 나온 지 10분도 안 돼 A 검사에게 전화를 건 사실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회장의 주장대로 입단속을 했다고 확인해주기 위해 전화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당시 이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라임 사건 담당 변호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A 검사가 라임 관련 수사를 위해서 연락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지난해 4월 김 전 회장의 골프비용 대납 혐의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 일정을 검찰과 조율했는데 당시 검찰 측과의 통화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참고인 조사가 끝난 뒤 김 전 회장에게 사임계를 제출하겠다고 전달했고, 검찰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24일 두 차례 통화는 A 검사가 김 전 회장 도주와 관련해 자신을 조사하기 위해서 전화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고, 26일 통화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에게 사임계를 냈고, 나 때문에 (수사에) 불편한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담팀, 수사 담당 검사에게 통화 이유 안 묻고 '무혐의'

하지만 전담팀은 A 검사에게는 이 변호사와의 통화 이유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술자리 은폐 의혹과 관련한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사 의지가 있었던 건지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전담팀은 또 A 검사가 김 전 회장 폭로 다음 날 휴대전화를 바꾼 탓에, 이 변호사에게 먼저 보낸 문자 내용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검사는 "당일 전화를 받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깨졌고, 짜증 나서 집 앞에 있는 마트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석연치 않은 진술을 했는데, 추가적인 조사는 없었습니다.

KBS는 A 검사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8일 이 변호사와 A 검사와 김 전 회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만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검사 술 접대 은폐 의혹과 정관계 로비 수사 때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의혹 등은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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