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기약없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 도대체 언제?

입력 2017.02.03 (13:44) 수정 2017.02.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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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2016년 12월), 국방부는 서울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 사업을 2017년 말에서 2018년 말까지로 1년 늦춘다고 발표했다. 옛날 얘기긴 하지만 처음 용산기지 이전 시한은 2008년 말, 10년이 늦어지게 됐다.


계획이란 것이 사전적인 의미대로 '미리 구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10년은 좀 심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미군기지 이전=반환?, 이전≠반환?

기지 이전이 끝나면 빈 기지는 우리나라에 바로 반환될까? 1) 그렇다 2) 아니다 3) 알 수 없다. 이 가운데 정답은 '3) 알 수 없다'이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 빈 부지는 남산과 한강을 수직으로 잇는 생태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부지가 반환됐을 때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전=반환'이 아니라는 데 있다. 땅이 비어있어도 말이다. 반환은 별도의 협상을 거쳐야 한다.

한미 SOFA 협정에는 미군기지 반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미 SOFA 시설구역분과위원회에서 협상 개시를 우선 협의한다. 협상을 시작할지를 협상하는 것이다. 협상이 결정되면 반환 조건과 시기 등이 논의된다. 여기서부터가 반환 절차의 가장 핵심이다.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반환 예정 부지의 토양오염 등 환경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때문이다. 보통 유류 등으로 인해 토양 오염이 심한 군사기지의 경우 누가 얼마만큼 정화 책임을 질지가 중요한데, 이 협상이 끝나야 비로소 반환 절차가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에 확인한 결과 용산 미군기지 반환 협상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미군기지 이전 일정이 연기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용산공원 조감도용산공원 조감도

연기 또 연기...용산 공원 조성사업 언제?

지난 2005년, 정부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한가운데에 있던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시키고 서울의 중심부가 국민의 품으로 곧 돌아온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후 거의 매년 이전 시기를 연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빈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수립만 벌써 13년째다. 2005년 첫 용산 미군기지 이전 발표 이후 나온 변경사항은 다음과 같다.


착공일이 늦춰질 때마다 용산공원의 테마도 계속해서 바뀌었다. 녹지를 중심으로 하되 주변에 복합시설로 개발하겠다던 첫 계획에서 문화·역사 등을 테마로 한 6개 구역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다시 생태중심 단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뒤에 또다시 공원 안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8개 부처·청의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서울시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전면 백지화됐고, 최종적으로 생태공원으로만 만들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용산공원 모형용산공원 모형

국토부 용산공원 '장밋빛 계획'

국토부가 발표한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6년까지 공원 조성계획과 기본 설계를 완료하고 2019년부터는 착공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조성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2년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국토부는 2021년 착공으로 내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용산공원이 이 계획대로 착공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국토부가 세운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을 보면 착공 후 2년 안에 토양오염 정도를 정밀조사하고 정화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오염 실태 조사와 정화에 대한 책임을 논의하는 반환 절차에만 7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미군기지 토양오염 문제를 다뤄온 시민단체 녹색연합의 신수연 활동가는 "다른 미군기지가 반환될 때를 보면, 보통 협상에 7, 8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환된 뒤에도 정화되는데 평균 4년 정도가 걸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산 '캠프 하야리아'는 2006년 폐쇄됐지만 8년 뒤에 반환됐고, 부평 '캠프 마켓' 역시 2008년 반환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캠프 마켓'은 섣불리 공원으로 개방했다가 오염 사실이 추가로 발견돼 다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의 기관인 서울시도 2년 동안 협상을 하고 오염을 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원 조성시기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환경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용산 미군기지 오염 사고에 대한 미군 측의 보고' 건수는 오염사고를 보고하도록 하는 '한미 환경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한 2002년 이후 단 4건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과 환경부 조사를 통해 확인된 오염사고는 13건이다.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데 사실관계 확인과 정화 책임 소재를 놓고 협상은 쉽지 않을 게 뻔하다.

환경부 정보공개 청구 답변서환경부 정보공개 청구 답변서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환경특별양해각서가 급박한 오염에 대해서만 미군이 공유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대부분 미 측은 '급박한' 오염은 아니라는 이유로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오염 정화 협상에 대해서도 "미군이 거부할 경우에는 협상 자체가 아예 결렬될 수도 있고, 담당자가 우호적일 경우에는 (협상이) 괜찮게 풀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협상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빨리하면 국민들에게 (공원을) 빨리 돌려주는 계기가 될 테니 빨리 (추진)할 것이지만 계획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서 더 늦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단시간을 가정한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개발 계획은 넓게는 국민들의 기대와 좁게는 용산 지역 부동산 시장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말이 당연할지라도 변수와 사정을 분명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 다른 기지의 반환 시기를 평균해 발표하거나 차라리 가장 오래 걸릴 경우를 감안해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협상이 잘 돼서 시기가 앞당겨지면 더 좋지 않을까?

한국의 센트럴파크가 될 거라던 용산공원 조성 사업은 안갯속을 걷고 있다.

[연관기사] ☞ [뉴스광장] 안갯속 공원 사업…미군기지 반환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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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3 13:44:11
    • 수정2017-02-03 13:54:57
    취재후·사건후
지난해 말(2016년 12월), 국방부는 서울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 사업을 2017년 말에서 2018년 말까지로 1년 늦춘다고 발표했다. 옛날 얘기긴 하지만 처음 용산기지 이전 시한은 2008년 말, 10년이 늦어지게 됐다.


계획이란 것이 사전적인 의미대로 '미리 구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10년은 좀 심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미군기지 이전=반환?, 이전≠반환?

기지 이전이 끝나면 빈 기지는 우리나라에 바로 반환될까? 1) 그렇다 2) 아니다 3) 알 수 없다. 이 가운데 정답은 '3) 알 수 없다'이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 빈 부지는 남산과 한강을 수직으로 잇는 생태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부지가 반환됐을 때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전=반환'이 아니라는 데 있다. 땅이 비어있어도 말이다. 반환은 별도의 협상을 거쳐야 한다.

한미 SOFA 협정에는 미군기지 반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미 SOFA 시설구역분과위원회에서 협상 개시를 우선 협의한다. 협상을 시작할지를 협상하는 것이다. 협상이 결정되면 반환 조건과 시기 등이 논의된다. 여기서부터가 반환 절차의 가장 핵심이다.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반환 예정 부지의 토양오염 등 환경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때문이다. 보통 유류 등으로 인해 토양 오염이 심한 군사기지의 경우 누가 얼마만큼 정화 책임을 질지가 중요한데, 이 협상이 끝나야 비로소 반환 절차가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에 확인한 결과 용산 미군기지 반환 협상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미군기지 이전 일정이 연기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용산공원 조감도
연기 또 연기...용산 공원 조성사업 언제?

지난 2005년, 정부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한가운데에 있던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시키고 서울의 중심부가 국민의 품으로 곧 돌아온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후 거의 매년 이전 시기를 연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빈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수립만 벌써 13년째다. 2005년 첫 용산 미군기지 이전 발표 이후 나온 변경사항은 다음과 같다.


착공일이 늦춰질 때마다 용산공원의 테마도 계속해서 바뀌었다. 녹지를 중심으로 하되 주변에 복합시설로 개발하겠다던 첫 계획에서 문화·역사 등을 테마로 한 6개 구역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다시 생태중심 단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뒤에 또다시 공원 안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8개 부처·청의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서울시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전면 백지화됐고, 최종적으로 생태공원으로만 만들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용산공원 모형
국토부 용산공원 '장밋빛 계획'

국토부가 발표한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6년까지 공원 조성계획과 기본 설계를 완료하고 2019년부터는 착공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조성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2년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국토부는 2021년 착공으로 내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용산공원이 이 계획대로 착공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국토부가 세운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을 보면 착공 후 2년 안에 토양오염 정도를 정밀조사하고 정화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오염 실태 조사와 정화에 대한 책임을 논의하는 반환 절차에만 7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미군기지 토양오염 문제를 다뤄온 시민단체 녹색연합의 신수연 활동가는 "다른 미군기지가 반환될 때를 보면, 보통 협상에 7, 8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환된 뒤에도 정화되는데 평균 4년 정도가 걸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산 '캠프 하야리아'는 2006년 폐쇄됐지만 8년 뒤에 반환됐고, 부평 '캠프 마켓' 역시 2008년 반환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캠프 마켓'은 섣불리 공원으로 개방했다가 오염 사실이 추가로 발견돼 다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의 기관인 서울시도 2년 동안 협상을 하고 오염을 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원 조성시기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환경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용산 미군기지 오염 사고에 대한 미군 측의 보고' 건수는 오염사고를 보고하도록 하는 '한미 환경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한 2002년 이후 단 4건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과 환경부 조사를 통해 확인된 오염사고는 13건이다.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데 사실관계 확인과 정화 책임 소재를 놓고 협상은 쉽지 않을 게 뻔하다.

환경부 정보공개 청구 답변서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환경특별양해각서가 급박한 오염에 대해서만 미군이 공유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대부분 미 측은 '급박한' 오염은 아니라는 이유로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오염 정화 협상에 대해서도 "미군이 거부할 경우에는 협상 자체가 아예 결렬될 수도 있고, 담당자가 우호적일 경우에는 (협상이) 괜찮게 풀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협상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빨리하면 국민들에게 (공원을) 빨리 돌려주는 계기가 될 테니 빨리 (추진)할 것이지만 계획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서 더 늦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단시간을 가정한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개발 계획은 넓게는 국민들의 기대와 좁게는 용산 지역 부동산 시장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말이 당연할지라도 변수와 사정을 분명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 다른 기지의 반환 시기를 평균해 발표하거나 차라리 가장 오래 걸릴 경우를 감안해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협상이 잘 돼서 시기가 앞당겨지면 더 좋지 않을까?

한국의 센트럴파크가 될 거라던 용산공원 조성 사업은 안갯속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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